올해 삼성 선수단에는 변화가 많다. (중략)
변화의 폭이 클수록 구심점이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정중동'을 지키는 선수가 있다. 주장 구자욱이다.
잠실 야구장 더그아웃에서 류지혁과 함께 젊은 야수들에게 장난 치며 소통하는 구자욱. 전날 경기 실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지만 혼내거나 훈계하는 자리는 아니었다.
구자욱은 베테랑과 젊은 선수, 코치진과 선수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많아진 지금, 후배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독려하면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구자욱은 "(젊은 선수들이) 잘해줘서 상위권(19일 현재 2위)에 들었다"라면서도 "열심히 뛰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후배들을 보면 혼내고도 싶다. 나 때는 하루살이처럼 죽을 각오로 뛰었다"라고 했다. '라떼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쓴소리를 하는 데에도 자격이 필요하다. 구자욱은 솔선수범하는 리더의 덕목을 갖췄다. 시즌 전 그는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이 우선이다. 내가 잘해야 후배들도 잘 따라온다"라고 말한 바 있다.
구자욱은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20(403타수 129안타) 22홈런 83타점 장타율 0.571을 기록 중이다.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지난해(타율 0.336, 11홈런, 71타점)보다 장타력이 향상됐다.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전력 질주와 허슬 플레이, 그리고 격렬한 세리머니도 여전하다.
지난 몇 년 동안 삼성은 세대교체를 통해 젊은 팀으로 거듭났다. 오승환·강민호·박병호 등 40세 전후의 베테랑과 20대 초반 선수들 사이에서 구자욱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구자욱도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뛰고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지난겨울 "우리 팀 선수들이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지 많이 생각했다"는 그는 "팀원들을 위해, 팬들을 위해 나부터 달라지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내 모습도, 성적도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 구자욱은 "좋은 선수들이 많아졌으니 올해 팀 성적도 분명 좋아질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이 될 거라 믿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약속대로 삼성은 2021년 이후 3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향하고 있다. 역전승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36회를 기록하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팀'으로 변모했다. 구자욱의 리드 속에 삼성이 확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