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유니폼 판매량도 팀 내 1위. 갑작스러운 인기가 부담스럽지 않냐고 하자 “부담감은 없다. 나와 딱 맞는 것 같다”며 솔직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이클링 히트도 30홈런-30도루도 언젠가 해보고 싶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그것도 올해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나도 신기할 정도”라고 했다.
관중이 그의 유니폼을 입고 “김~도영~ 힘차게 날려라~ KIA의 승리를 위하여”를 노래하며 외칠 땐 감전된 듯한 기분도 느낀다. “많은 사랑을 받는 게 실감 난다. 제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정말 많은데, 유니폼 가격(15만8000원)이 적지 않아 그것만 해도 감사하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즌 초반 안 좋을 때 관중석을 둘러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스프링 캠프 초반까지 방망이를 제대로 잡지 못했고 그 여파는 시즌 초반 부진으로 이어졌다. 3월 한 달간 26타수 4안타 타율 0.154 1타점. 김도영은 “마음을 비웠다. 내려놓은 것도 내려놓은 건데, 올해는 그냥 잔잔히 가다가 시즌이 끝날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게 전화위복이 됐다. 마음을 비우니 공이 잘 맞기 시작했다. 4월엔 한 달간 40안타 타율 0.385 10홈런 14도루. 국내 프로야구 역대 첫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했다. 그는 “데뷔 첫 홈 구장 홈런이 4월 5일 삼성전에서 나왔다. 그때만 해도 그냥 얻어걸렸다고 생각했지 제대로 살아났다는 느낌은 못 받았다. 근데 4월 9일 LG전에서도 홈런을 치면서 기운을 받기 시작했다. (감이) 좋아질 때까지 뚝심 있게 밀고 나가던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타격 폼을 바꾼 것도 획기적 전환점이었다. 2022 시즌엔 손 위치가 높았다고 한다. 타격 녹화 화면에서 잘 안 맞을 때를 보니 높은 위치에서 내려와 스윙을 했다고 한다. 이를 낮게 조정했다. 그는 “이 폼은 은퇴할 때까지 절대 안 바꾸겠다고 다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감독인 이범호 당시 타격 코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지난 7월 한화 류현진이 김도영 타격 폼을 따라하면서 감탄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일도 있다.
30-30을 앞에 두곤 잠시 침묵했다. 29홈런에서 7경기째 홈런을 못 쳤다. 그러다 지난 15일 홈런 한 조각을 채웠다. 그는 “30-30을 의식 안 하려고 했는데 몸이 계속 의식을 했나 보더라. 이상하게 잘 안 풀리더라. 근데 그날 (그 30호 홈런 직전에) 홈런성 타구가 파울로 갔다. 그냥 홈런 쳤다고 생각하고 다음 타석에 편하게 임했다. 그래서 그랬는지 홈런을 쳤다. 역시 생각이 몸을 지배하더라”고 전했다. 30-30을 해내고 기분은 좋았지만 타격감이 조금 불안정해 안도하기보단 걱정이 앞섰는데 끝나고 여기저기서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아 “아 정말 큰일을 해냈구나” 그제야 깨달았다.
언젠가 그가 많은 선배들처럼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김도영은 “아직 먼 미래”라면서도 “메이저리그에 한번 발을 담가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려면 수비 보완이 필수다. 그는 실책(25개)에서도 리그 전체 1위다. 2위(박찬호 17개)와 차이가 많다. “실책 많은 것에 전혀 부담은 없고 아직 3루 자리에 적응을 못했다고 본다. 3루 대신 유격수를 보겠다 이런 식으로 도망치기보다는 3루를 맡았으니 거기서 잘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