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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은 지난해 두 번이나 1군 엔트리 말소된 바 있다. 시즌 초반 부진을 거듭하면서 잃어버린 투구 감각을 찾기 위해 5월3일 대구 키움전에서 데뷔 첫 선발로 5이닝 73구를 던진 뒤 관리 차원에서 한 번 빠졌다.
이어 6월16일 수원 KT전에선 과격한 행동 때문에 문책성 2군행 조치가 있었다. 당시 6-4로 앞선 8회말 나왔지만 번트 안타와 2루타를 맞고 1실점하며 1점차로 쫓기자 투수 교체가 이뤄졌다. 이에 화가 잔뜩 난 오승환은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관중석에 공을 던졌다. 이어 덕아웃 안에서 글러브를 패대기치며 분노를 표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결국 이튿날 박진만 삼성 감독과 면담을 가졌고, 18일 2군으로 내려갔다.
이후 열흘 재등록 기한을 채워 1군에 돌아온 뒤 한 번도 엔트리 말소 없이 올해까지 왔다. 지난해에는 특수한 상황이 두 번이나 있었지만 올해는 순수 부진으로 인한 2군행이란 점에서 세월 무상을 느끼게 한다. 오히려 2군행 타이밍이 늦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진이 시작된 시기가 한 달을 훌쩍 지났기 때문이다.
1982년생으로 42살, 리그 최고령 투수로 너무나 자연스러운 에이징 커브가 왔다. PTS 기준 직구 평균 시속은 2022년 143.5km, 지난해 143.4km에서 올해 142.6km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직구 구사 비율을 줄이고 포크볼을 늘렸지만 기본적인 직구가 받쳐주지 않으니 쉽지가 않다.
삼성은 60승52패2무(승률 .536)로 2위 LG에 1.5경기차 뒤진 3위로 선전하고 있다. 시즌 내내 안정된 선발진과 승부처에 유독 강한 타선의 결정력으로 전력 이상 성적을 내고 있지만 불펜이 약점이다. 7월 이후 최지광(15경기 1패5홀드 평균자책점 2.03), 김재윤(13경기 2패1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2.57)이 중간에서 분투하고 있지만 오승환의 마무리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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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만 무려 5번 이끌고, 통산 최다 427세이브를 기록 중인 ‘레전드’ 오승환을 향한 예우와 존중은 필요하지만 2위 싸움으로 매 경기 전쟁 중인 상황에서 너무 오래 끈 면이 없지 않다. 오승환의 2군행은 늦긴 했지만 피할 수 없는 결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