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는 못된 구석도 있어야지”
11일 수원 KT 위즈전이 끝나고 김 감독은 손성빈을 찾았다. 손성빈은 윌커슨과 5이닝 2실점을 합작하고 타석에서 멀티히트(3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김 감독에게는 제자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디테일이 있었다. “타자를 유심히 살폈다가 스윙 궤적에 따라 볼배합을 바꿔야 하는데, 변화구에 대처하는 궤적으로 바뀌는데도 같은 볼배합으로 가서는 곤란하다”는 내용이다. 손성빈은 “주위에서 ‘한소리 들었다’고 하실 수 있지만, 나는 배울 수 있어서 감사하다. 다 나 잘 되라고 하시는 것 아니겠는가. 관심 없는 선수에게 노하우를 가르쳐주시는 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과 손성빈 모두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좀더 다가가고 있다. 김 감독은 “포수는 못된 구석도 있어야 한다. 성빈이가 내게 확 들이대면 난 그게 더 좋다”며 “나를 이겨먹을 정도로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했더니 하루는 (윤)동희와 사우나에서 우연히 만난 나를 보곤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대결하려는 듯해 ‘얼른 튀어나가. 이 녀석들아’라고 했다”며 웃었다.
손성빈은 “처음에는 감독님에게 ‘네’ 정도만 대답하기도 했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늘수록 내가 의견을 내는 날도 늘고 있다. 이제 ‘이기적으로 살아야겠다’고 표현해야 할까. 내 생각이 확실하다면 적극적으로 피력하기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포수 중 한 명이었다. 포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평가는 더욱 냉철하고, 지도는 더욱 꼼꼼할 수밖에 없다. 평소 경기 후 홈·원정 감독실에서 그날 포수 마스크를 쓴 선수와 경기를 복기하는 이유 모두 포수에 애정이 커서다. 과거 양의지(두산 베어스), 박세혁(NC 다이노스) 역시 이 ‘진실의 방’에서 김 감독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거나 꾸지람을 들으면서 컸다. 그리고 지금 이 곳에서는 김 감독이 차기 주전 안방마님으로 꼽은 손성빈(22·롯데)이 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