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프랜차이즈 기준으로 따지면 1996년 구대성 다음으로 좋은 기록이다. 1996년 구대성은 55경기(139이닝) 18승3패24세이브 평균자책점 1.88 탈삼진 183개로 리그를 지배하며 MVP를 차지했다. 마무리이지만 규정이닝을 채운 ‘중무리’로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남겼다. 그 시절 시속 150km 강속구를 뿌리던 좌완 강속구 투수 구대성 같은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아니지만 올해 주현상의 안정감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출루 허용을 최소화하며 이기는 경기를 깔끔하게 책임져주고 있다. 승계주자 실점율도 4.5%(1/22)로 거의 완벽에 가깝다.
지난 9일 대전 키움전에서도 6-5로 앞선 8회초 2사 1루에 구원등판, 9회까지 탈삼진 1개 포함 4아웃 세이브를 퍼펙트로 거두며 한화의 7-5 승리를 지켰다. 트랙맨 기준 최고 시속 148km, 평균 147km 힘 있는 직구(15개) 중심으로 슬라이더(8개), 체인지업(5개), 커브(1개)를 구사했다.
경기 후 주현상은 “세이브할 때마다 팀이 이기는 것이니 기분 좋다. 요즘 팀이 계속 이기면서 세이브 기회를 많이 받고 있다”며 “나뿐만 아니라 우리 불펜투수 모두 누가 나가더라도 다 막아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서로 믿음을 갖고 던지다 보니 다들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큰 기복 없이 꾸준함을 유지하는 게 주현상의 최대 강점이다. 지난해에도 셋업맨으로 55경기(59⅔이닝) 평균자책점 1점대(1.96)를 찍었는데 그 안정감이 마무리 자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도 “내가 이 정도로 할 거라곤 생각 못했다. 결과가 나오니 자신감도 생기고, 계속 잘되는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물론 완벽한 마무리는 없다. 올해 블론세이브도 3개가 있다. 하지만 그 충격이 다음 경기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마무리투수라면 블론을 안 할 순 없다. 블론을 했다고 해서 너무 신경 쓰지 않는다. 어차피 또 던져야 하고, 시즌을 계속 치러야 하니 맞은 날은 빨리 잊고 새로 준비한다”고 말했다.
가족의 힘을 빼놓곤 설명이 되지 않는 대활약이다. 2022년 시즌 후 결혼한 주현상은 지난해 8월 태어난 딸이 오는 12일 첫돌을 맞이한다. 주현상은 “요즘 날이 많이 덥지만 체력 관리라고 할 게 없다. 집에서 아내가 해주는 맛있는 요리 먹고, 애기 보면서 힘을 많이 얻는다. 가족 생각하면서 하다 보니 야구가 잘된다”고 이야기했다.
어느덧 세이브 개수를 17개로 늘린 주현상은 첫 해부터 20세이브가 머지않았다. 그는 “마무리가 되고 난 뒤 처음 목표는 10세이브였다. 10세이브 다음은 20세이브를 목표로 가고 있다”며 “올해 3연투를 한 번도 안 했다. 감독님께서 투수들의 체력을 많이 안배해주신다. 그래서 다들 성적이 좋게 나오는 것 같다. 하지만 필요하실 때 3연투를 하라고 하면 언제든 준비가 돼 있다. 내일(10일)도 아마 감독님께선 쉬라고 하실 것 같은데 내 생일이라 마음 같아선 던지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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