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도 1번 타자가 갖춰야 한다는 그런 ‘미덕’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굳이 의식하지 않으려고 한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고 애쓰다 오히려 자기 장점까지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주형은 “타순은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홍원기) 감독님도 사실 그런 리드오프의 역할을 기대하고 쓰시는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면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형은 초구 배팅을 망설이지 않는다. 지난 26일 KIA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KIA 선발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첫 두 타석 모두 초구에 방망이를 돌렸고, 모두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어지간한 타자라면 자책하고 위축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이주형은 4회 세 번째 타석에서도 여지없이 초구에 방망이를 휘둘렀고, 기어이 안타를 뽑아냈다. 지켜보던 사령탑조차 “참 대단한 놈이다 싶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어지간한 타자라면 연타석으로 초구 공략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망설일 만도 한데 이주형은 그렇지 않더라는 이야기. 홍 감독은 “결국 수비를 뚫어내는 걸 보면서 확실히 타격에 재능 있는 선수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무작정 초구부터 스윙을 한 건 아니었다. 첫 세 타석 모두 바깥쪽 낮은 코스 투심 패스트볼이 들어왔다. 경기 전부터 이주형이 기다렸던 공이었다. 기다린 공이 들어왔는데 초구라고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이주형은 “세 타석 모두 초구부터 노렸던 공이 들어왔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았던 것”이라면서 “결과는 안 좋았지만, 생각했던 플랜대로 갔고 타이밍도 맞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도 땅볼이 나와서 화가 났다. 그래서 아웃이 되더라도 원래 생각했던 대로 치자고 더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주형은 “리드오프라고 하는데 초구부터 쳐서 아웃이 많이 되니까 많이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아웃이 되더라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치는 게 오히려 장점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확률 높은 쪽으로 야구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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