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구심이 든다. 두산이 계속 불안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는 이유는 선발진이 붕괴된 채로 버티고 버텼기 때문이다. 선발진 붕괴의 가장 큰 이유는 결국 외국인 원투펀치의 부진이다. 두산은 지난해 24승을 합작한 라울 알칸타라와 브랜든 와델에게 각각 150만 달러, 113만 달러를 안겨 재계약을 마쳤다. 둘이 합쳐 몸값이 263만 달러(약 36억원)였다. 두 선수 모두에게 리그 최정상급 외국인 대우를 해주면서 올해도 선발진을 이끌어주길 바랐다.
그러나 263만 달러 투자는 냉정히 실패였다. 알칸타라는 12경기에서 2승2패, 64⅓이닝, 평균자책점 4.76에 그친 채 결국 방출됐고, 브랜든은 14경기에서 7승4패, 75이닝,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했다. 마운드에 나설 수 있는 몸 상태일 때는 팀에 도움이 됐지만,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지금까지 42일이다. 최소 8경기 정도는 두산이 손해를 봤다는 뜻이다. 브랜든은 현재 재활선수 명단에 올라 있어 가장 빨리 1군에 돌아올 수 있는 날이 다음 달 9일이다.
외국인 2명이 구멍이 난 가운데 국내 선발투수들로 어떻게든 버텼다. 곽빈이 19경기에서 8승7패, 108이닝,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하며 에이스 임무를 해주지 못했다면, 두산은 더 끔찍한 시즌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최원준(15경기, 4승)과 최준호(12경기, 2승), 김동주(9경기, 1승) 등이 힘을 보태면서 그나마 두산은 5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 두산이 기용한 선발투수가 외국인 포함 15명인 것을 보면 얼마나 다사다난했는지 짐작이 간다.
두산 선발은 97경기에서 458⅔이닝밖에 책임지지 못하면서 평균자책점 5.00에 그쳤다. 이닝 8위, 평균자책점 7위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에서 선발진이 최하위권으로 무너져 있는데도 5강을 유지한 건 불펜의 희생 덕분이었다. 두산 불펜은 407⅔이닝, 평균자책점 426으로 모두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400이닝은 물론이고, 381이닝을 넘긴 불펜은 두산이 유일하다.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투수진이 운용됐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구단은 이 책임을 어쨌든 투수코치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투수코치가 바뀐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결국 선발진이 정상화돼야 가능한 일인데, 당장은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쓴 채찍으로 분위기가 당장 바뀔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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