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올 때부터 구단이랑 얘기했다. 코로나 때문에 못 했던 걸 마지막 시즌에는 해보자고 했다. 호텔(원정 숙소)에서도 사인을 부탁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만의 룰을 갖고 운동장(야구장)에서만 해드리고 싶었다. 무분별하게 하다 보니까 그로 인한 경험(오해)도 있었다. 그런데 야구장에서만 한다는 게 굉장히 한정적이더라. 은퇴하면 하고 싶어도 못 하니까 짧더라도 모든 구장에서 한 번씩 하는 게 어떠냐고 대화하다가 그렇게 시작하게 됐다."
-은퇴의 아쉬움은.
"아직은 와닿지 않는다. 마지막 경기에서 어떤 모습일지 모르겠지만 이미 몸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걸 1~2년 전부터 느꼈다. 몸이 좋은데 은퇴하면 아쉽겠지만 그런 게 아니어서 크게 아쉬운 건 없다. 그전에는 몸이 안 좋아도 아팠나 싶을 정도로 잊고 야구했는데 지금은 경기가 끝나면 '아, 내가 아팠구나' 인지할 정도다. 작년부터는 경기 중에도 계속 신경 쓰이고 그 결과가 바로바로 (기록에) 나타나니까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에 따른 신체적 변화일까.
"그것도 없지 않다. 야구가 좋아서 하고 있지만 이제 좀 쉽지 않더라. (은퇴를) 후회하느냐고 물어보면 난 정말 할 만큼 한 거 같다. 많은 사랑도 받아서 지금은 흘러가는 대로 하는 느낌이다."
-올해 참 부상이 많은데.
"투수 견제구에, 그것도 개막전에 다쳤다. 그렇게 될 거라고 누가 생각을 했을까. 정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게 요즘 내 생각이다."
-그래도 성적(18일 기준, 타율 0.277)을 내고 있다.
"포기하는 건 없다. 라인업에 이름이 있고 경기에 나가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게 프로다. 그래서 (열심히) 하고 있긴 한데, 다음 날 일어났을 때 힘들다. 요즘엔 젊은 선수들의 성적이 올라오는 걸 보고 힐링하는 느낌이다."
-개인이 아닌 팀을 보는 건가.
"한국에 처음 올 때부터 그랬던 거 같다. 한국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내가 배운 과정(경험)을 공유하려고 했다. 야구만 하는 게 아니라 팀이 잘 돌아갈 수 있게 뭔가 조언 해주고 그러면서 나도 배웠다."
-은퇴까지 많은 경기가 남지 않았는데 잔여 시즌 목표는.
"은퇴하는 모습을 항상 그려본다. 마지막 경기에서 드라마틱한 상황도 생각한다. 결국 가장 좋은 건 팀이 우승하는 거더라. 개인 성적 목표를 말도 안 되게 잡은 건 아닌데, 개막전 때 다치고 나면서 그 부분은 배제했다. 팀이 이길 수 있는데 도움이 되려고 한다. 나이가 드니까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되더라. 은퇴할 때 하나만 원할 수 있다면 그런 장면이 아닐까. 2022년에 (통합)우승한 것처럼."
-어떻게 보면 2022년이 은퇴할 수 있는 좋은 타이밍이었는데.
"그때 (은퇴) 생각을 많이 했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일주일 정도를 생각했다. 매일 아침 일어났을 때 느낌이 같은지 다른지 확인했고 '은퇴하는 게 맞겠지? 맞을 거야'라는 확신이 있어 구단에 얘기했는데 '1년 정도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나라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게 감사했다. 두 번 묻지 않고 '예, 알겠습니다' 했다."
-'선수 추신수'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
"한국에 와보니 정말 재능 있고 능력 있는 선수가 많더라. 아쉬운 건 그런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하다는 거다.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고 싶어 하면 계속 위만 보지 말고 내실을 다졌으면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단하게 만들어놓고 위로 가는 게 순서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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