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42·SSG)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 야수다.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인다는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그것도 좋은 성적과 함께 버텼다. 또 박찬호와 더불어 루키 리그부터 시작해 메이저리그를 10년 이상 경험한 선수이기도 하다.
추신수는 KBO리그에 온 뒤 "우리 어린 선수들의 기량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특급 유망주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재능을 가진 만큼 어른들이 이 선수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추신수의 '확신'을 더해줄 선수가 나타났다. 올해 고졸 신인으로 SSG에 입단한 박지환(19)이 그 선수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추신수도 이 19살 선수의 스윙에 놀랐다고 했다.
박지환은 추신수의 아들 뻘이다. 추신수의 첫 아들과 박지환의 나이가 같다. 추신수는 그런 박지환에 대해 "능력이 대단한 선수"라고 입을 열었다. 추신수는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모두 잘 친다. 타자로서 확실한 재능을 가졌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보통 그 나이 때 선수들은 변화구에 약점을 보이기 마련인데 박지환은 금세 적응한다는 것이다. 고졸 신인 야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추신수는 "어느 날 타석에서 초구에 슬라이더를 쳐 내더라.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노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고 떠올리면서 "순간적으로 대응을 한 것이다. 패스트볼보다 느린 변화구를 순간적인 타이밍 조절을 통해 맞혀냈다. 그것도 그냥 갖다 맞히는 스윙이 아니라 자기 스윙을 한다는 것에 놀랐다"고 말했다. 보통의 19살 선수들, 국내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의 루키 레벨 19살 선수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재능이라고 했다.
추신수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욕심이다. 잘 맞으면 더 잘하려고 한다. 신이 날 법한 상황이니 당연하다. 그러나 추신수는 흐름대로, 단계대로 가는 게 맞는다고 강조한다. 욕심을 내면 오히려 좋았던 것도 무너질 수 있다. 아직 그 좋았던 것도 다 정립이 되지 않은 선수인 만큼 한 번 무너지면 좋았던 기억조차 다 무너질 수 있다. 추신수는 박지환이 아직 어린 선수라면서 지금처럼만 해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박지환에 조언을 해줬다는 추신수는 "욕심을 내지 말고 지금 이대로만 해도 충분하다고 이야기했다. 장타 욕심을 낼 수도 있는데 일단 맞혀야 나오는 것이다. 나도 루키 리그에서 뛸 때는 한 시즌에 홈런을 세 개밖에 못 쳤다"면서 "박지환은 지금으로도 충분한 선수다. 나중에 몸이 만들어지면 성적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지환도 그 조언을 가슴 깊게 새기고 있다. 박지환은 "선배님께서 '네가 더 잘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떨어진다. 지금처럼만 하면 충분히 잘 할 수 있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너는 꼭 잘 할 것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신다"고 고마워했다. 코칭스태프도 박지환의 스윙이 커진다고 하면 일단 자제를 시키는 편이다. 아직 19살의 선수고 천천히 가도 된다는 생각이다.
박지환은 시즌 37경기에서 타율 0.355, OPS(출루율+장타율) 0.885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박지환의 장점은 적응력이다. 한 번 공을 보면 이에 대응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처음 보는 리그 정상급 선수들의 공도 잘 공략한다. 첫 타석에서 범타나 삼진으로 물러나도, 그 다음 타석에서는 기어이 콘택트를 만들어낸다.
곽빈(두산·상대 타율 0.500), 박세웅(롯데·1.000), 윌커슨(롯데·0.333), 류현진(한화·1.000), 문동주(한화·0.667), 네일(KIA·0.333), 양현종(KIA·1.000), 카스타노(NC·0.333) 등 리그 정상급 투수들을 상대로도 좋은 타격을 했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처음 만나면 대개 타자가 불리한 법인데 잘 공략하는 천재성을 드러냈다. 추신수의 말대로 좋은 타격 재능을 갖춘 선수가 등장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추신수의 말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고 순리대로 뚜벅뚜벅 나아간다면 4~5년 뒤에는 리그를 대표하는 내야수로 우뚝 설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