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택배 상자를 건네받은 홍보팀 관계자는 "두산으로 가야 할 택배가 이곳에 왔다"며 조그마한 택배 상자를 들어 보였고, 옆에 있던 또 다른 관계자는 "그냥 돌려주지 말까"라며 웃으며 말했다. 이때 시라카와의 통역을 맡은 운영팀 금강산 파트너는 "오늘도 몇 번이나 전화가 왔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택배 상자는 곧 홍보팀 관계자가 잠실 원정 경기에서 시라카와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
SSG 선수들은 여전히 시라카와의 공을 잊지 않고 있다. 1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SSG 투수 최고참 노경은은 "SSG가 선발투수 부상으로 힘든 상황에 시라카와가 팀에 큰 보탬이 됐고, 두산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 또 10월 일본프로야구(NPB) 드래프트 때 꼭 프로팀에 갈 수 있길 응원하고, 계속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가 일본 무대를 밟는 걸 보고 싶다"고 응원했다.
시라카와와 절친하게 지낸 좌완 오원석은 "두산에서도 여기에서 한 것처럼 밝고 긍정적으로 야구를 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프지 말고 부상 없이 경기에 나가길 바라고, 다시 야구장에서 보게 되면 재밌을 것 같다. 그때 웃으며 인사하고 싶다"고 전했다.
또, 시라카와와 호흡을 맞춘 김민식 "경기를 거듭할수록 자신감을 얻으며 좋은 경기운영을 해나간 만큼 두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호흡을 맞춰 즐거웠고 조만간 야구장에서 또 만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시라카와와의 이별이 가장 아쉬운 이는 통역이다. 금 파트너는 "한국에 온 첫날부터 주위 아는 사람이 많이 없어 저녁 식사도 같이했고, 1주일 동안 출퇴근하며 많은 대화를 했던 게 떠오른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절실해 보였고 승부욕도 있었고, 무엇보다 자존감이 있어서 나이는 어리지만 멋있다고 생각했다. 한 달 동안 내가 코치님 통역을 동시에 하느라 부족한 부분도 있었을 텐데 내색 없이 언제나 밝게 대해줘서 고맙다. 두산에서도 좋은 성과 내길 바라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락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인천 = 정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