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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팀이 아니라 리그 전체에 이 같은 경기력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5년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뒤 KBO리그는 양적 팽창을 이뤘지만 질적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2020년대 들어 ‘베이징 키즈’ 영건들이 등장해 세대 교체를 이루는가 싶었지만 올해 들어 투수력 저하가 심각해지고 있다.
단순히 투수 수준만을 탓할 수 없다. 가뜩이나 투수력이 모자란 KBO리그인데 올해 도입된 ABS(자동투구판정시스템), 베이스 크기 확대, 수비 시프트 제한은 모두 투수들에게 불리한 규정이다. 자신만의 존이 확실한 타자들이 ABS에 적응하면서 투수들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국. KBO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공인구 반발력 상승도 투수들에겐 큰 악재다.
타이트해진 일정도 투수들을 죽어나게 한다. 시즌 후 프리미어12 준비를 위해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개막한 KBO리그는 4~6월 주말에 우천 취소시 더블헤더를 편성하면서 일정이 타이트해졌고, 투수들의 부담도 크게 가중됐다. 6월까지 투수의 부상자 명단 등재만 52회로 지난해 같은 시기 42회보다 10회 더 늘었다. 이의리(KIA), 김민우(한화), 김윤식(LG) 등 팔꿈치 수술로 시즌 아웃된 투수들도 있다. 2군에서 경험을 쌓아야 할 투수들이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1군에 올라오다 보니 금방 한계에 부딪친다.
리그 전체 9이닝당 볼넷도 3.86개로 역대 5번째로 높은 시즌인데 ABS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ABS 도입시 볼넷 증가가 예상돼 좌우 기준 양 사이드를 2cm씩 확대했지만 지난해(3.60개)보다 9이닝당 볼넷이 늘었다. 사람 심판이 볼 판정을 할 때만 해도 승부가 기울면 존을 넓게 가져가며 ‘운영의 묘’를 발휘하곤 했지만 ABS 도입으로 칼같은 판정이 스코어에 관계없이 적용된다. 추격조 투수들에겐 가혹한 환경이고, 경기 중후반 7~10점차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7~8월 투수들이 더욱 지칠 혹서기에 이 같은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다득점 경기가 재미있긴 하지만 반복되고 잦아지면 루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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