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입단 당시부터 ‘선발 유망주’로 낙점받았으나 참 많은 일이 있었다. 1, 2년차에는 고교 시절보다 떨어진 구속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3년차까지 야구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아 현역 입대를 결정하기도 했다.
전역 후에는 이전보다 건강하고 다부진 몸으로 공을 던졌다. 2022년 4월6일 고척 키움전에서 시속 149㎞를 찍었다. 많은 이들이 기대하고 고대했던 모습이 마침내 실현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팔꿈치 통증이 찾아왔고 수술대에 올랐다.포기는 없었다. 지루한 재활 과정을 피할 수 없었으나 긍정적으로 현실을 수용했다. “군대에서 1년 6개월도 버텼다. 재활 6개월은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며 자신을 다잡았다. 재활 시즌이었던 지난해 다시 희망이 보였고 입단 7년차인 올해 결실을 거둔다. LG 왼손 선발투수 손주영(26) 얘기다.
더할 나위 없는 전반기를 만들었다. 작년까지 통산 65.2이닝을 소화한 투수가 전반기에만 80이닝을 던졌다. 외국인 원투 펀치와 함께 단 한 번도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고 5승 5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다. 평균 5이닝을 소화하면서 불펜 부담도 최소화했다. “5선발로 손주영은 리그 최상급이다. 5선발 대결에서 절대 밀리지 않을 것”이라는 염경엽 감독의 예상은 현실이 됐다.
결과보다 내용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따금 경기 초반에 고전하지만 이닝이 거듭되며 구위가 향상되고 투구 내용도 좋아진다. 초보 선발로서 한계점과 마주할 수 있는 시기인데 구속이 계속 오른다. 지난달 30일 창원 NC전에서는 속구 평균 구속 146㎞. 최고 구속 151㎞(스탯티즈 참조)를 찍었다. 5회까지 단 1점만 허용하며 임무를 완수했고 팀 승리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