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주어진 주전 유격수의 기회는 아마도 이대수의 부상이 없었더라면 오지 않았을 기회였을 겁니다. 그의 수비력은 고교 시절보다도 떨어지고 잔실수가 많습니다. 하지만 경쾌한 스텝과 풋웍, 유연한 포구와 강한 송구를 보여줬던 그의 고교 시절 수비력은 아마도 경험이 쌓이면 다시 보여질 수 있을 겁니다. 그에게 얼마나 더 기회가 주어질 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대수가 컴백한다면, 손시헌이 제대한다면 그의 자리는 좀더 좁아지겠지요. 그러나 지금 현재, 그에게는 기회가 주어지고 있습니다. 그 기회에 지금 김재호는 온몸을 던지고 있는 중입니다.
그의 통산 두번째 홈런을 보면서 그의 우울했던 데뷔 첫 홈런이 떠오른 것은 제겐 아마도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그때의 김재호는, 팀내에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했고 근성과 열의를 보이지 않은 채 건성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김재호는 제 2의 기회를 부여받았습니다. 따지고 보면 군대까지 다녀온 이 청년은 고작 대졸 신인의 나이에 불과할 뿐입니다. 그의 고교 동기인 한화의 이희근과 삼성의 이영욱은 이제 데뷔 시즌을 맞이하고 있을 뿐이니까요.
그의 수비는 아직 영글지 않았고 그의 타격은 아직 서툴기 짝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또다른 시작은 바로 오늘이 아닐까요. 늘 이빨을 드러내고 웃음을 보이던 김재호는 요즘 부쩍 웃음이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이를 악문 얼굴을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홈런을 치고 난 후 손을 번쩍 치켜들던 김재호는 살인타선 중앙고의 3번 타자, 그때로 돌아간 듯 싶었습니다.
김재호에게는 빛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빛을 다시 보고 싶었던 저는, 오늘 잠시나마 반짝이던 그 빛을 보았습니다. 그의 빛이 꺼지지 않기를, 팀 내의 험란한 경쟁과 팀 간의 순위 싸움 안에서 그 빛이 꺼지지 않기를, 오늘 밤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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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 속 김재호는 이후에도 계속 백업이고 백업중에서도 우선순위 밀리던 시기 또한 있었지만 ㅋㅋㅋ
5년차 고졸선수는 1년차 대졸신인이랑 같은 나이라는거. 하다보면 지금 1군에 있는 백업이든, 2군에 있는 선수들이던 고교시절 반짝거림을 다시 보여줄 시기가 있다는거 ㅋㅋㅋ
누구는 터지고 누구는 안터지고 재단하기보단
저런 느낌으로 봐야겠다 ㅋㅋ 늘 생각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