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관련해 20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염경엽 감독은 답답한 심정을 표출했다. KBO의 해명이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고, 왜 현장과 소통을 안 하냐는 것이 주된 요지였다.
“KBO가 본질을 모르는 것 같다”며 운을 뗀 그는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안건, 일정을 만들 때 먼저 현장의 의견을 물어봐 달라는 것이다. 10개 구단 모두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다. 선수협 대표에게 물어보면 되고 감독 간담회 회장에게 여쭤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염경엽 감독은 “일정 등을 바꿀 때 실행위원회에서 하는 것을 모르나. 다 안다”며 “구단하고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현장과 소통을 해달라는 것이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위해 구단에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첫째로는 팬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 두 번째는 구단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선수, 야구인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 구단과 선수, 감독들에게 인정 받아야 팬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염 감독은 “현장은 다 배제하고 있다. KBO와 우리는 노사관계, 갑을관계가 아니다. 정말 소통이 잘 될 수 있는 관계인데 안 되고 있다. KBO와 싸우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 리그를 더 발전시키기 위해 소통하자는 것이다. 프로야구와 관견된 일정, 규정, 규약을 논할 때 현장과 상의가 필요하다. 그래야 그 신뢰성, 공정성이 인정받는다”고 주장했다.
KBO와 현장의 소통 문제는 비단 이날만의 일이 아니다. KBO는 구단들이 현장의 의견을 취합해 온다는 입장이지만, 아무래도 이는 한계가 있다. 구단도 입장이 있는 까닭이다.
염경엽 감독은 “(KBO는) 일방적인 소통이다. 요즘 세대에 누가 따르나. 참다가 터진 것”이라며 “저도 참다 못해 감독들의 의견을 대표해 전달하는 입장”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올 시즌부터 적용되고 있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와 내년 도입 예정인 피치클락을 예로 들었다.
염경엽 감독은 “ABS를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다. 현장에서는 느끼는 문제점이 분명히 있다. 처음이니 당연히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문제점이 발생하면 시스템 상 문제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 문제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KBO가 할 일”이라며 “현장 의견을 들어 체크 및 수정해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장 사람들과 상의해 맞춰가면 좋은 ABS를 만들 수 있다. (KBO는) 항상 대응하는 방식이 이렇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염 감독은 “피치클락을 내년부터 도입 한다고 하는데, 현장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어떤 상황에서 가장 위반이 많고 어떤 것이 합리적인지 조사도 하지 않는다”며 “기술위원회와 규칙위원회 위원장들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나와서 물어야 한다. 이런 과정없이 한다면 누가 도입을 찬성할까”라고 반문했다.
끝으로 염경엽 감독은 “KBO가 변해야 한다. 현장, 구단, 팬들에게 신뢰받는 KBO 사무국이 되기를 누구보다 바란다”며 “KBO와 싸우자는 게 아니다. 우리는 공동체다. 적이 아닌, 함께 가는 사람들이다. 리그가 잘 되야 함께 먹고 살 수 있다. KBO가 우리 현장의 의견도 들어주길 바란다”고 열변을 마쳤다. 감독은 물론이고 프런트 및 단장, KBO 기술위원장까지 역임했던 염 감독이기에 결코 가볍게 흘려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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