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잠실 LG전. 3-0으로 앞선 5회말 무사 2루. 김현수는 스스로의 판단하에 초구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파울볼. 그 순간 벤치의 사인이 확 바뀌었다. 보내기 번트였다. 1-1에서 어설프게 배트를 밀어봤지만 또다시 파울. 볼카운트 2-1이라 번트 기회는 사라진듯 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또 다시 번트 모션을 취했고, 배트를 엉거주춤 내밀었지만 공은 비켜갔다. 스리번트 삼진 아웃. 김현수는 올시즌 단 하나의 보내기 번트도 없었다. 2루 땅볼만 굴려도 진루타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최고의 좌타자에게 내려진 스리번트 시도. 일종의 질책이었다. 경기 후 김 감독도 단호한 표정으로 이를 인정했다.
'예쁜 자식 매 한번 더 든다'는 말이 있다. 김현수에 대한 김경문 감독의 마음이 꼭 그렇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유독 가혹하다. 9일 LG전도 마찬가지. 삼진당할걸 예상하면서도 스리번트 사인을 냈다. 배팅감이 조금 처졌다고 기습 번트를 시도하는 중심 타자를 용납할 수 없다는 메시지였다.
선수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니다. 직전 타석 병살타 등 최근 감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맞은 무사 2루 찬스. 기습 번트가 범타에 그치더라도 1사 3루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는 팀을 위한 희생이었다.
하지만 김현수에 대한 김 감독의 기대는 달랐다. 슬럼프를 힘으로 정면 돌파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선수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아무리 감이 떨어져도 찬스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적극적 자세를 기대한다. 기습번트 시도가 영 못마땅했던 이유.
김현수에 대한 김 감독의 엄격한 잣대에는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 본보기를 통한 팀워크 구축이다. 팀내 모든 선수들이 최고로 꼽는 김현수조차 '예외는 없다'는 메시지를 통해 긴장과 단합을 부른다. 지난달 22일 김현수 교체 후 SK전 3연전 싹쓸이는 우연이 아니었다.
김현수로서도 크게 섭섭해할 건 없다. 야구를 너무 잘해 받는 다른 의미의 '특별 대우'일테니 말이다.
어제 어떤 뚜리가 시시 번트 댄 거 보고 김경문 눈치 봤다고ㅋㅋ 한 글 보고 당시 기사 찾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