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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숭용 SSG 감독은 14일 인천 KIA전을 앞두고 향후 타순 조정 등 여러 전력 재배치 계획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제 본격적인 순위 싸움에 들어가는 만큼 현재 전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이 감독은 타순의 키로 한유섬(35)을 뽑았다. 한유섬은 시즌 전부터 이 감독이 항상 '키플레이어'로 뽑았던 선수였다. 중심타선에서 장타를 뿜어내주길 기대했다. 결국 팀 공격 폭발력의 '완결'은 한유섬이 쥐고 있다고 본 것이다. 시즌 초반 페이스는 좋았다. 타율은 높지 않았지만 결정적인 순간 장타가 펑펑 터지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4월까지만 해도 리그 홈런왕 레이스를 주도한 선수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올해 도입된 ABS존의 특징인 높은 쪽 코스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5월 들어서는 타격 밸런스가 흔들리며 성적이 뚝 떨어졌다. 중간에 가벼운 부상도 있었지만 5월 17경기에 타율은 0.208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홈런이라도 많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4월까지 32경기에서 11개의 대포와 30타점을 쏘아 올린 한유섬은 5월 17경기에서 1홈런-7타점에 그쳤다. 이 부진은 6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안 맞다 보니 스윙이 소극적이었다. 악순환의 고리였다.
공교롭게도 한유섬은 이 감독이 그 말을 한 직후부터 폭발했다. 물론 그 전부터 노력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이 감독의 부름에 한유섬이 곧바로 응답한 모양새가 됐다. 한유섬은 6월 13일 KIA전에서 상대 선발이자 리그 최고의 선발 투수인 제임스 네일을 한 방에 무너뜨리는 결정적인 3점 홈런을 터뜨려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로켓포가 우측 폴을 직격했다. 더그아웃의 모든 구성원들이 한국시리즈급 환호를 질렀을 정도로 중요한 순간 터진 홈런이자 한유섬에 대한 기대감을 실감할 수 있는 홈런이었다.
기세를 탄 한유섬은 14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2안타(1홈런) 3타점을 기록했고, 15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2루타 한 방을 기록하는 등 2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하며 세 경기 연속 장타를 기록했다. 15일 경기 2루타도 펜스 상단을 맞고 나온 타구로 거의 홈런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유섬이 잘하면 SSG가 이기는 느낌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유독 한유섬이 홈런을 치거나, 혹은 타점을 기록할 때 SSG는 매우 높은 확률로 이겼다. 그런 확률이 나오기 어려운 게 사실이니 마치 부적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다.
한유섬은 올 시즌 14개의 홈런을 13경기에서 쳤다. 한유섬이 홈런을 친 13경기에서 팀은 12승1패(승률 0.923)을 기록했다. 한유섬이 홈런을 치고도 팀이 진 경기는 4월 21일 인천 LG전 더블헤더 1경기(8-10패)가 유일한데 이날 팀은 6회 3점, 7회 5점을 주고 역전패한 경기였다. 이 경기도 이기는 흐름이었다.
홈런이야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으니 그렇다 쳐도, 한유섬이 1타점이라도 기록한 경기마저 팀 승률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SSG는 올해 한유섬이 1타점 이상을 기록한 23경기에서 역시 20승2패1무(.909)로 어마어마한 승률을 뽐냈다. 타점이야 가비지 타임에도 상대적으로 쉽게 나올 수 있는 기록이고, 안타 없이도 나올 수 있는 기록인데 이때도 팀 승률이 높다.
이 승률이 계속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팀 전력과 승패에서 한유섬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그리고 한유섬이 터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 교차하는 팀의 희비를 엿볼 수 있다. 팀과 팬들이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이제는 한유섬이라는 부적이 SSG 더그아웃에 똑바로 붙어 있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