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과 19일 잠실 롯데전이 그랬다. 이틀 동안 던진 공 38개 중 약 30개가 포심이었다. 김택연과 포수 김기연, 그리고 롯데 타자들 모두 포심을 머릿속에 넣었는데 단 하나의 안타도 나오지 않았다. 기록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19일까지 김택연 포심의 피안타율은 0.175. 지난 14일 광주 KIA전부터 4연속경기 포심 피안타율 ‘제로’다.
비결은 뚜렷하다. 일단 구속이 높다. 두산 구단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 구속 시속 148.9㎞. 경기당 최고 구속은 150㎞가 훌쩍 넘는다. 물론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구속 이상의 가치를 지닌 회전수와 수직 무브먼트를 자랑한다.
평균 분당회전수(RPM) 2431. 평균 수직 무브먼트는 57.9㎝다. 포심 수직 무브먼트에 있어서는 이미 KBO리그 최고 수준. SSG 조병현, 키움 김재웅, KT 박영현 등과 함께 수직 무브먼트 57㎝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포심 RPM과 수직 무브먼트는 메이저리그(ML)를 기준으로 봐도 상위 20위 안에 들어간다. 즉 김택연의 포심은 보통 투수보다 회전이 많이 걸리며 이에 따라 중력의 영향을 덜 받는다. 그 때문에 타자 눈에는 구속보다 빠르게 공이 들어오면서 떠오르는 느낌을 준다.
같은 150㎞ 포심을 던져도 김택연의 포심은 헛스윙 혹은 배트 상단에 맞을 확률이 높다. 실제로 9이닝당 삼진 10.55개. 그라운드볼 비율(39.6%)보다 플라이볼 비율(60.4%)이 높다.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다. 여러 차례 160㎞ 포심과 마주한 빅리거도 김택연 앞에서 혀를 내둘렀다. 3월18일 고척돔에서 대표팀 소속으로 LA 다저스를 상대한 김택연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포심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경기 후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인상적이었던 한국 선수로 김택연을 언급하면서 “전광판에 찍힌 구속은 시속 92마일로 보였다. 그 공을 시속 95~96마일로 느껴지게 만드는 힘이 있더라. 정말 인상적인 장면”이라고 말한 바 있다.
마냥 낯선 장면은 아니다. 2005년 혜성처럼 등장한 삼성 신인 오승환이 그랬다. 변화구 없이 포심만 구사하면서 굳건히 마운드를 지켰다. 스피드 건에 찍히는 구속 이상의 구위를 앞세워 삼성 왕조 서막을 열었다. 당해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를 두루 거머쥐었다.
김택연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 2022년 정철원 이후 2년 만에 다시 두산 출신 신인왕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해 9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두산은 미리 김택연 유니폼을 준비했다. 단상에서 김택연에게 유니폼을 입히며 남다른 기대감을 드러냈다. “즉시전력감이자 미래 마무리”라고 내다봤고 그 예상이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젊은 파이어볼러가 가득한 두산 마운드 중심에 자리할 김택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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