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도 워낙 좋고, 조금 어리바리한 면이 있긴 한데(웃음) 지금 또 워낙 페이스가 좋잖아요."
두산 베어스 마무리투수 홍건희(32)는 올해 좌완 필승조로 급성장한 후배 이병헌(21)을 기특하게 지켜봤다. 홍건희의 말처럼 이병헌은 마운드 아래에서는 종종 엉뚱한 면모를 보여 동료들에게 의외의 웃음을 안기곤 하는데, 마운드 위에서는 180도 달라진다. 최근에는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꽂아 넣으면서 두산이 왜 2022년 1차지명으로 이병헌을 선택했는지 증명해 나가고 있다. 두산은 당시 서울고 3학년 에이스였던 이병헌이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접었는데도 2학년 때 시속 150㎞ 강속구를 뿌리던 모습을 잊지 못해 지명을 강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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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건 구속 상승이다. 이병헌은 강속구로 상대 타자를 윽박질렀던 고교 시절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지며 물이 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병헌은 19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도 구원 등판해 1이닝 동안 3타자를 상대하면서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는데, 트랙맨 데이터에 따르면 직구 최고 구속 153.5㎞ 평균 구속 151.4㎞를 찍었다.
이병헌은 사실 지난 2시즌 동안 제구도 제구지만, 좀처럼 구속이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 깊었다. 그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내가 생각한 대로 안 되다 보니까 나한테 실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생각이 많았고, 경기 때 단순하게 생각하려 하는 편인데 지난해는 실패가 많다 보니까 경기 중간에도 계속 '뭔가 바꿔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점점 안 좋아진 것 같다. 코치님들께서 지금 공이 좋고 감각이 떨어지는 편도 아닌데 왜 혼자 이렇게 주눅이 들어서 자신감을 잃고 던지는지 잘 모르겠다고 안타깝다고 하셨다.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데 활용을 못 하고 혼자 많이 주눅 들어 있고 자신감 떨어진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올해는 다르다. 마운드에서 위기에 놓여도 자기 공을 믿고 타자들과 싸워 나가는 게 지난해와 가장 달라진 점이다. 직구 구속이 시속 150㎞대로 형성되다 보니 자기 공을 믿고 던질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또 계속 좋은 성과를 내면서 필승조로 자리를 굳히면서 얻는 자신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홍건희는 올해 드디어 잠재력을 터트리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여준 이병헌에게 "지금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선배로서 뿌듯하긴 한데, 지금 자리에 안주하지 말고 방심하지 말고 조금 더 나아가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내가 있는 동안 잘 이끌어서 같이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고, 바로 옆에서 홍건희의 말을 듣고 있던 이병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병헌이 올 시즌 내내 시속 150㎞를 웃도는 구속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물음표다. 지난 2시즌 통틀어 1군에서 32이닝을 던진 게 전부인데, 올해는 지금 페이스면 시즌 통틀어 약 76이닝을 던질 수 있다. 홍건희의 조언대로 이병헌이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어떻게 건강히 풀타임을 보낼 수 있을지 한번쯤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이병헌은 시즌 끝까지 필승조로 버티면서 프로 데뷔 3년 만에 1차지명 유망주에 걸맞은 평가와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