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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불펜은 지난 몇 년간 뭔가 짜임새 있는 육성보다는 급한 대로 그때그때 가장 좋은 선수를 투입해 버텨 간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성적이 좋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그랬다. 한편으로는 상대를 구위로 이기기보다는 변화구로 이긴다는 인상도 줬다. 실제 상당수 다른 팀들이 보유한 150㎞ 불펜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부임한 이숭용 SSG 감독과 배영수 투수 코치 또한 '150㎞'이라는 상징적인 단어를 자주 이야기하곤 했다. 두 지도자 모두 강하고 거친 구위의 소유자를 더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경은 고효준 등 베테랑 불펜 투수들이 있지만 역시 나이를 고려하면 장기적인 대안은 아니고, 두 선수가 버텨줄 때 새로운 불펜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배영수 투수코치는 캠프 당시 "우리 투수들의 공이 약하지 않다"고 빙그레 웃었다. 그간 구위파 선수가 부족했던 SSG 불펜에 FA급 영입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배 코치는 충분히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고 자신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배 코치의 눈이 어느 정도 옳았음이 세 신예의 투구에서 증명되고 있다. 어리거나 혹은 지난해 1군 기여가 미비했던 선수들이 좋은 공을 던지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SSG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진 선수는 2년차 우완 이로운(20)이다. 이로운은 올해 최고 시속 154.2㎞의 공을 던졌다. 19일 인천 LG전에서는 최고 153.9㎞의 강력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리그 정상급 타선을 구축하는 LG 베테랑 야수들을 꽁꽁 묶었다. 이닝을 마치고 내려와 "한 이닝을 더 던지겠다"고 당당히 말할 정도로 이날은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고졸 신인으로 50경기에서 57⅔이닝을 던지며 구단 역사에도 굵직한 획을 남긴 이로운은 올해 구속이 더 올라오고 구위 또한 더 좋아짐은 물론 좌타자를 상대하는 체인지업의 위력까지 상승하며 성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시즌 11경기에서 13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29를 기록 중이다.
두 번째로 빠른 공을 던진 선수는 우완 조병현(22)이다. 조병현은 올해 최고 구속 152.3㎞를 기록했다. 구속이 140㎞대 후반에서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 군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는 아니었는데 상무에서 마무리로 자리 잡으며 몸도, 생각도 좋아졌다. 플로리다 캠프 당시 1군 코칭스태프가 "그림 자체는 완벽하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좋은 구위를 뽐냈다.
조병현의 장점은 빠른 공은 물론 리그 최정상급의 패스트볼 수직 무브먼트에 있다. 릴리스포인트가 높은 선수가 수직무브먼트까지 좋으니 타자로서는 패스트볼이 살아서 끝까지 들어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로운과는 또 다른 느낌의 파이어볼러다. 최근 경기에서 실점이 많아져 평균자책점이 올라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1.18로 좋은 편이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이숭용 감독도 두 선수가 지금은 이기는 경기에서의 6회를 책임져줘야 한다고 격려하고 있다. 이 감독은 승부처에서 젊은 선수들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겠다고 했고, 실제 그런 기용을 보여주고 있다. 노경은 고효준 문승원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괜찮고, 여기에 지난해 구원왕이었던 서진용이 5월이면 정상 컨디션을 찾을 수 있다. 이로운 조병현이라는 강력한 파이어볼러들이 6회 혹은 중간중간에 끼어준다면 필승조 체력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이 감독은 "계속 고민을 하고 있는 게 두 선수에게 웬만하면 6~7회를 맡기고 싶다. 다만 어린 친구들이라 업다운이 있어서 그것을 굉장히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조병현도 KIA전 때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런 상황이면 또 과감하게 쓸 생각이다. 이로운이나 조병현이나 최종적으로 이제 그 친구들이 불펜에 들어가야 한다. 배영수 코치가 '150 던지는 불펜을 갖게 되면 우리는 앞으로 좋아진다'고 매번 이야기한다. 그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감독이 주목하는 선수는 또 있다. 좌완 한두솔(27)이다. 한두솔도 올해 최고 구속 149.2㎞를 기록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다. 폼이 다소 투박하게 보일 수도 있고, 제구 문제도 있어 지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있었던 선수이기는 하지만 이 감독은 한두솔의 그런 거친 면이 오히려 타자들에게는 압박이 될 수 있다고 호평했다. 한두솔이 여러 테스트를 이겨냈고, 그렇게 개막 엔트리에 들어 지금까지 활약 중이다.
한두솔은 시즌 11경기에서 9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89, 피안타율 0.211을 기록 중이다.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는 올해 피안타율 0.143을 기록하면서 스페셜리스트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진 가운데, 여기에 팔꿈치 통증을 완벽하게 털고 돌아올 서진용도 150㎞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좌완 구위라면 리그 정상급인 김택형과 160㎞ 기대주 조요한도 제대를 앞두고 있다. SSG 강속구 불펜의 꿈이 영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