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봉투가 두껍던데요."
한화 이글스 투수 문동주는 지난달 30일 취재진과 만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격려금을 받은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김 회장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열린 kt 위즈와 홈개막전을 직접 관전했다. 2018년 10월 19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 이후 6년 만에 대전 방문이었다. 김 회장은 경기 개시 2시간여 전부터 경기장을 찾았을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KBO 역대 최고 대우인 8년 총액 170억원에 영입한 에이스 류현진의 등판을 보기 위해서기도 했지만, 그만큼 최근 한화의 페이스가 좋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시 한화는 4연승을 질주하고 있었다. 김 회장은 한화가 3-2로 신승하는 장면을 끝까지 지켜본 뒤 선수단에 엄지를 들어 올리고 경기장을 떠났다.
김 회장은 경기에 앞서 주장 채은성과 문동주를 비롯해 이날 출전 계획이 없는 선수들을 따로 불러 직접 격려했다. 이때 김 회장은 주장 채은성에게 격려금을 전달하면서 팀 사기를 더 끌어올렸다.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동주가 확인했을 때는 봉투가 매우 두꺼웠다고 한다.
문동주는 "우리 팀 분위기가 이렇게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회장님의 방문이었다. 회장님이 방문하셔서 어제(지난달 29일) 경기도 우리가 끝까지 승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김 회장을 직접 만났을 때는)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만큼 우리 팀 분위기가 많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만큼 우리가 재미있게 야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격려해 주셨고, 악수도 하고 인사도 잘했다. 내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에 가장 어렸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회장님과 단장님이 다 계셨고,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재미있었다. 회장님께서 선수단 다 쓰라고 (채)은성 선배한테 격려금을 전달했는데, 봉투가 두꺼웠다. (회식하면) 삼겹살 먹을 거 소고기 먹고, 소고기 먹을 거 조금 더 비싼 부위로 올라가지 않을까"라고 덧붙여 주변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 회장이 직접 격려한 뒤로 한화는 더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달 31일 대전 kt전에서 14-3으로 완승하면서 7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성적 7승1패 승률 0.875로 단독 1위다. 한화가 개막 8경기에서 7승1패를 기록한 건 1992년 이후 32년 만으로 구단 역대 최고 성적 타이다. 지금 분위기면 구단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1999년 이후 25년 만에 한풀이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지난해 LG 트윈스가 통합 우승을 차지하면서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을 풀었던 분위기와 꽤 흡사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5연승 뒤 "이 정도로 잘하리라 예상할 수는 없었다. 잘하기를 기대는 하지만, 이렇게까지는 생각을 못 했다. 어쨌든 선발투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주고 있고, 타선에서 요나단 페라자가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 사실 타선은 어떻게 보면 다른 선수들은 조금 많이 올라오지 않은 상황인데, LG 트윈스전(지난달 23~24일)에서는 은성이가 잘 쳤고, 인천(지난달 26~28일, SSG 랜더스)에서는 많은 안타를 생산하진 못했으나 (노)시환이가 홈런 2개를 쳤다. 또 (안)치홍이도 점점 타격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 타선은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는 페라자가 이끈 것이다. 불펜들은 우리 팀에 구속이 빠른 선수들이 많은데, ABS가 들어오고 좋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스트라이크존 높은 곳이 후하다 보니까 구속이 좋은 투수들 공은 타자가 좋은 타격을 하기 쉽지 않아 그런 점들이 유리하게 작용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지금 2승을 더 추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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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진의 주축인 문동주는 올해 한화가 달라진 점을 물으니 "회장님 방문"이라고 답해 또 한번 웃음을 안겼다. 그러나 이유는 절대 가볍지 않았다.
문동주는 "회장님도 방문하시고, 홈개막 경기도 매진되고 3연전 다 매진될 정도로 그런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또 선수단 내에서 라커룸 분위기도 많이 좋은 것 같다. 작년에 선발투수 했던 사람도 있고, 계속 했던 사람들도 있는데 (류)현진 선배가 오시면서 많이 이야기도 나누고 배우기도 하면서 좋아진 것 같다. 외국인 선수들이랑은 지난 1년을 같이 보내면서 더 챈해지고, 이제 서로 루틴을 알다 보니까 더 재미있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다. 1년을 하고 적응하다 보니 조금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서로 좋은 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며 지금 상승세가 일시적이지 않을 것 같은 기대감을 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