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연은 2월 27일 일본 미야자키 선마린 구장에서 열린 2024 구춘대회 세이부 라이온스와 경기 9회 말에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두산은 4대 4로 맞선 9회 말 마지막 투수로 김택연을 선택했다. 김택연은 2월 24일 소프트뱅크 2군전에서 1이닝 무피안타 3탈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성공적인 두산 공식 데뷔전을 치렀다. 하지만, 이날은 김택연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9회 말 마운드에 오른 김택연은 선두타자 실책 출루 허용 뒤 1사 1루에서 중전 안타를 맞아 1사 1, 3루 끝내기 위기에 처했다. 김택연은 후속타자에게 낮게 깔린 위력적인 강속구로 루킹 삼진을 이끌었다. 김택연은 이어진 2사 2, 3루 위기에서 마지막 타자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경기를 무승부로 마무리했다. 김택연은 이날 최고 구속 151km/h를 찍었다.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난 김택연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끝내기를 맞은 뒤 항상 내 공에 자신감을 느끼고 막을 수 있고 무조건 막아야 한단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막으려고 노력했다. 속구에 자신이 있었고 안타를 맞으면서 약간 고민하기도 했다. 그래도 두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기 위해 승부를 걸고자 했고, 마음 먹고 낮게 던졌는데 기분 좋은 탈삼진이 나왔다”라고 전했다.
김택연은 오히려 위기 상황이 실전 등판에서 찾아온 걸 반기고 있었다. 김택연은 “캠프 실전에서 이렇게 위기 상황이 오길 바랬다. 오히려 진짜 한 번 경험해 보고 싶었다. 진짜 좋은 경험을 한 하루였다. 동점인 중요한 상황에서 결과적으로 막은 게 굉장히 만족스러웠다”라며 미소 지었다.
김택연의 담대함에 이승엽 감독도 반했다. 이 감독은 경기 다음 날인 28일 히사미네 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어제 김택연 선수는 스페어 역할이라 원래 나갈 상황은 아니었다. 조웅천 투수코치가 동점 상황이니까 한 번 택연이로 가보자고 해서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실책으로 이어진 끝내기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지면서 견제까지 여유 있게 하는 걸 보고 정말 담대한 성격을 지녔다고 느꼈다. 그 어린 나이에 많은 걸 가진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김택연은 18세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감 있는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씨가 다르다”라는 표현까지 꺼냈다.
이 감독은 “훈련이나 경기 안에서 보여주는 김택연 선수의 행동이 흠잡을 곳이 아직 없더라. 18세인데 저 정도로 해준다면 사실 ‘씨가 다르다’라는 게 느껴진다. 확실히 스타가 될 자질이 있어 보인다. 본인만의 목표를 잘 세우고 있는데 벤치와 동료 선배들이 옆에서 잘 도와주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며 고갤 끄덕였다.
김택연은 앞선 두 차례 실전 등판에서 이미 자신이 1군에 충분히 통할 만한 구위를 지녔다는 걸 보여줬다. 단순히 1군 불펜 역할을 넘어 데뷔 시즌부터 필승조 보직에 도전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분위기다.
이 감독은 “나 혼자만의 선택으로는 (김택연 선수의 보직을) 결정할 수 없다. 투수 파트나 트레이닝 파트 의견, 그리고 구단의 장기적인 육성 계획도 고려해야 한다. 당장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관리를 해줘야 하는 선수기도 하다. 시범경기 때까지는 조금 더 지켜보면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듯싶다”라고 강조했다.
두산은 2024시즌 팀 마운드 전력이 가장 돋보이는 팀 가운데 하나다. 가장 어린 김택연이 스프링캠프부터 좋은 적응력을 보여준다면 팀 투수조 전체에도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전달할 전망이다.
이 감독은 “최승용 선수가 같이 합류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대체할 수 있는 투수들이 보인다는 게 고무적인 듯싶다. 선발이 안 되더라도 중간에서 던질 힘 있는 투수들이 많다. 불펜에서 부족했던 점도 김택연 선수가 들어오면서 보완되는 분위기다. 선배 투수들도 긴장하면서 우리 팀이 더 강해지는 나비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라며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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