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연은 캠프 초반에는 실전 감각이 조금 떨어져 있었다. 첫 불펜 피칭 때 본인의 의도와 달리 몸이 뜨는 느낌이 들었고, 영점이 잘 잡히지 않아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낙담하지 않았다. 김택연은 이제 차근차근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다는 걸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데 집중하며 선배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김택연은 청백전 마지막 투수로 나서 씩씩하게 자기 공을 던졌다. 무려 5개월을 기다린 실전 기회를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김택연은 2월 중순인데도 직구 최고 구속 149㎞를 찍으면서 5개월 휴식의 효과를 입증했다. 직구에 슬라이더와 커브, 스플리터를 섞으며 타자들을 요리했다.
김택연은 9회초 팀 내 거포 유망주인 김대한과 홍성호를 연달아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코치진의 기대감을 더 높였다. 2사 후에는 박지훈을 3루수 실책으로 내보내면서 위기도 있었지만, 마지막 타자 김기연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깔끔하게 이닝을 매듭지었다. 아직 더 다듬어야 할 게 많이 남았지만, 김택연이 왜 올해 1라운드 전체 1순위 신인 좌완 황준서(19, 한화 이글스)와 함께 신인왕 유력 후보로 꼽히는지는 충분히 입증했다.
김택연은 경기 후 스포티비뉴스에 "자신 있게 던지고, 피하는 승부를 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 점은 잘됐던 것 같다. (투구할 때) 힘을 쓰는 것도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좋아지는 게 느껴져서 좋았다"고 첫 실전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두산은 18일 마지막 훈련을 끝으로 시드니 1차 캠프를 종료했다. 선수단은 19일 한국으로 입국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21일 2차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한다.
김택연은 1차 캠프를 돌아보며 "안 다치고 1차 캠프를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출국 전에 프로의 다른 점에 빨리 적응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 점도 잘 이뤄진 것 같다. 박정배 불펜코치님이 스플리터 그립을 알려주셨는데 손에 잘 맞는 것 같아서 더 연습하면 좋을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다. 방에서 룸메이트 (이)영하 형이 좋은 야구 얘기들을 많이 해주셔서 훈련 외에도 많이 배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미야자키에서는 연습경기 위주로 진행하면서 개막 엔트리의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김택연은 2차 캠프까지 잘 생존해 1군에서 시즌을 맞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감독은 김택연이 무리하지 않도록 신경을 쓸 테지만, 김택연이 좋은 투구를 펼친다면 1군 전력으로 기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택연은 "미야자키에서는 경기가 많은 만큼 내가 준비했던 것들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다치지 않고 자신 있게 내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