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부장검사 이일규)는 1월 29일 오전 “KIA 전 단장(장정석)과 현 감독(김종국)에 대해 KBO의 수사 의뢰 사건 및 해당 사건 수사 중 추가로 확인된 배임수재 등 혐의로 1월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장 전 단장이 구단 스폰서로부터 받은 돈을 김 감독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건을 담당한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은 사안이 중대하거나 사건 난이도가 높은 고소-고발 경제범죄 사건, 사건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수사경험이 풍부한 검사가 처리함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을 도맡아 처리하는 부서다. 두 사람은 내일(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예정돼 있다. 심문 뒤 구속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될 전망이다.
시즌 뒤 팬 사이에서 김종국 감독 교체 요구가 거셌지만, KIA는 비판을 감수하면서 감독의 임기를 지켜주려고 애썼다. 감독 교체를 주장하는 트럭 시위, 현수막 시위에 KIA는 심재학 단장이 직접 간담회까지 열어가며 팬심을 달랬다. 부상과 단장 공백 등 여러 악재가 있었던 만큼, 김 감독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려는 구단의 아량이었다.
그러나 구단의 신뢰와 희망은 철저하게 배반당했다. KIA는 김 감독이 검찰 조사를 받은 사실을 25일 외부 제보를 통해 뒤늦게 파악했다. 구단에 일언반구도 않던 김 감독은 27일 면담에서 단장이 추궁하자 그제야 “조사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그러면서도 구체적인 사건 내용은 말하지 않은 채 “내가 해결할 수 있다”며 얼버무리려 시도했다. 구단이 ‘직무정지’ 처분을 내리면서도,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감독의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이유다. 구단은 마지막까지 김 감독을 믿었다.
그런데 김 감독이 감춘 사실이 한 가지 더 있었다. 이미 검찰은 24일 김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태였다. 법조계 인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피의자 본인에게 즉시 알려진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미 자신의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구속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구단에 감춘 것이다. KIA 구단은 오늘 아침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에야 검찰로부터 김 감독의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면 사건을 적당히 무마할 수 있다고 착각했거나, 구속까지는 안 될 거라고 오판했는지 모른다. 앞의 법조계 인사는 KIA 코칭스태프가 29일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는 데 주목했다. “주요 피의자가 해외로 나가면 정상적인 수사를 진행하기 어려워진다. 피의자가 도주하거나 잠적할 가능성도 생긴다. 유명 야구 감독임에도 구속영장을 청구한 건 이런 부분을 고려한 게 아닐까 싶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