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학’으로 버텨온 장민재이지만 마음 속에는 늘 빠른 공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투수라면 누구나 강속구를 던지고 싶어 한다. 장민재도 다르지 않았고, 그 실마리를 올 겨울에 찾고 있다.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장민재는 한화 소속으로 함께했던 투수 출신 김진영 도슨트베이스볼 대표를 찾았다. 2017~2021년 한화 투수였던 김진영 대표는 선수 은퇴 후 한화 외국인 스카우트를 거쳐 지난해 대전에 야구 아카데미를 차렸다.
김 대표와 함께 비시즌 훈련에 나선 장민재는 “같이 운동하면서 내가 부족한 게 뭔지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새로운 방법으로 운동을 하면서 몸이 좋아지고, 그동안 왜 스피드가 안 나왔는지 알 것 같다. 몸 전체를 이용해 던지는 방법인데 공이 확 빨라질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마음에 와닿게 도와주는 진영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트레이닝과 기술 파트를 결합한 투수 전문 퍼포먼스 운동을 장민재와 함께하고 있다. 평지에서 하는 트레이닝이 아니라 마운드 경사를 활용해 디테일을 살렸다. 메디신볼과 원볼을 이용해 몸의 회전력을 향상시키고, 투구 메커니즘에서 순간적인 스피드가 필요한 요소들을 채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민재 형은 내가 감히 어떻게 말할 수 있는 선수가 아니다”며 “사람들은 왜 이제서야 스피드에 집중하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동안 계속 해왔다. 민재 형만큼 스피드를 생각하고 고민한 선수가 없다. 누구보다 그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간절했다. 제한적인 환경이었지만 이렇게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것이다. 그런 의지가 좋은 결과로 나올 것이다”고 기대했다.
지난 2009년 한화에 입단한 뒤 올해로 프로 16년차가 된 장민재는 팀에 가장 오래 몸담은 베테랑이다. 대전 홈경기 때마다 투수 중 가장 먼저 야구장에 출근해 개인 도구를 정리하고, 훈련을 준비하는 등 성실한 자세와 친화력으로 후배들의 모범이 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34세의 적잖은 나이에 구속 상승을 노리는 장민재의 도전이 FA 계약 첫 해부터 ‘모범생’ 활약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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