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하다는 말 외에 뭐라 표현할 방법이…”
29년 만에 정상에 오른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보면서 채은성(33·한화)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바로 지난해까지 14년이나 몸담은 팀을 떠나자마자 우승을 했으니 그 기분은 뭔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다.
“LG 입단 동기인 (오)지환이, (정)주현이, (최)동환이가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친구로서 좋았다. 그 자리를 가장 오래 지켰던 친구들이다. 지환이가 그림 좋게 MVP를 받아서 더 멋지더라. LG에서 같이 오래한 코치님들과 프런트 분들까지 축하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좋긴 한데…”라고 말하며 웃은 채은성은 “그 자리에 없으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LG를 같이 떠난 (유)강남이, (이)형종이와도 통화하면서 그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묘하다는 말 외에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돌아봤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싱숭생숭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FA 모범생’으로 평가받은 채은성은 “이적 첫 해라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나를 바라보는 기대치가 전보다 커졌다”며 “잘된 부분도 있었지만 성공적이라고 하기엔 창피하다. 아쉬움이 더 크다. 무엇보다 부상 관리를 못했다. 다들 조금씩 통증을 안고 뛰는데 안 좋을 때 제대로 못 헤쳐나갔다”고 자책했다.
채은성은 “좋은 대우를 받고 팀에 왔으니 경기에 최대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기를 좋을 때만 나가고, 안 좋을 때 안 나가고 그럴 순 없다. 모든 선수들이 시즌 내내 베스트 컨디션으로 나가는 게 아니다. 아파서 못했다는 건 핑계밖에 안 된다”며 “내년에는 몸 관리를 잘해서 부상 없는 시즌을 보내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LG의 우승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 채은성은 한화에서 꼭 우승하고 싶은 의지가 더 커졌다. 그는 “한화도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 어린 친구들과 같이 가을야구부터 경험을 쌓으면 우승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냉정하게 말해 지금 당장은 아니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단단하게 해서 올라가야 한다. LG에서도 밑에서 시작해 경험을 쌓으면서 올라간 것이다. 내년에는 5강이 현실적인 목표다. 말로는 우승을 할 수 있어도 자기 위치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황된 꿈은 너무 멀어 보인다. 경험 없이 한 번에 그렇게 올라가기 어렵다. 내년에 5강부터 해서 단계적으로 우승까지 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5강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봐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채은성의 생각이다. “충분히 5강 싸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력 보강이 됐고, 어린 선수들도 계속 성장 중이다. 내년에는 팬분들께 진짜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언제까지 성장만 하고 있을 수 없다. 지금 이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준비를 잘해 내년에는 꼭 5강 올라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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