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한화 외야수 이진영(26)은 지난 2016년 KIA에 입단한 프로 첫 해부터 1군 스프링캠프를 따라갈 만큼 재능을 인정받은 유망주였다. 맷 윌리엄스 전 감독도 2020년 부임 첫 해 중견수 자원 중 하나로 이진영을 주목했다. 하지만 KIA에선 1군 5시즌 통산 97경기 출장에 그쳤고, 2022년 4월말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한화에 와서 이진영은 서서히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했다. 이적 첫 해였던 2022년 70경기에서 타율 2할(220타수 44안타)에 그쳤지만 홈런 8개로 잠재력을 선보였다. 올해는 121경기 타율 2할4푼9리(358타수 89안타) 10홈런 50타점 OPS .738를 기록하며 주전으로 올라섰다. 20대 외야수 중 10홈런은 이진영이 리그에서 유일했다.
5월 시즌 중 부임한 뒤 이진영을 1번타자로 전격 발탁하며 중용한 최원호 한화 감독은 “올해 WAR 3(스포츠투아이 기준 3.32) 이상 기록했다. 이 정도 성적을 냈으면 내년에도 (주전으로서) 우선권을 줘야 한다”며 주전 중견수로 이진영에게 먼저 기회를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진영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는 “아직 주전으로 자리잡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똑같이 내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한다”며 “올해 많은 경기에 나가면서 배우고 느낀 게 많다. 감이 안 좋을 때도 버텨야 한다. 작전이라도 잘하면 경기에 안 빠지고 더 많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비에서도 욕심만 앞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이런 경험들을 토대로 내년에는 준비를 더 잘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진영은 올해 미국, 일본 스프링캠프 때부터 매일 저녁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거의 매일 웨이트장에서 땀 흘리는 모습을 지켜본 구단 관계자들은 “이진영이 올해 뭔가 일을 낼 것 같다”고 기대했다. 시즌 중에도 대전 홈경기에서 안타를 치지 못하면 야간 특타를 자청하고, 월요일 쉬는 날에도 야구장에 나와 운동하는 등 남다른 근성으로 선수단 내에서 성실함을 인정받았다.
이진영은 “지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특타를 해서라도 아쉬움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못해서 서산(2군) 가는 것보다 낫다. 그동안 1~2군을 왔다 갔다 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올해 이진영은 시범경기 이후 2군으로 내려가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4월28일 엔트리 등록 이후 끝까지 빠지지 않고 1군 무대에 생존했다.
프로 입단 후 오랜 기간 1~2군 경계선에 머물렀던 이진영의 스텝업은 같은 처지였던 2군 선수들에게도 희망이자 궁금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진영은 “2군에 있는 선수들이 물어보면 ‘야구에 더 많은 욕심을 가져라’는 말을 한다”며 “올해 시즌을 시작할 때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운동에만 집중했다. 쉬는 날에도 한 번도 밖에 나가서 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나갈 때 오히려 좋았다. 그 시간에 ‘난 조금만 더하자’는 생각으로 웨이트를 했다”고 돌아봤다.
시즌을 풀로 치른 뒤 일본 미야자키에서 교육리그, 마무리캠프까지 강행군을 소화한 이진영은 비시즌도 오래 쉬지 않고 내년 준비에 들어갔다. 친누나 도움으로 필라테스를 병행하는 이진영은 ‘야구밖에 모르는 삶’에 대해 “서산에 있는 것은 더 재미 없다. 야구를 그만두면 더 재미없다. 노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며 “올해 열심히 노력한 게 결과로 나오니 야구에 욕심이 더 생긴다. 내년에 더 열심히 할 것이다”고 눈빛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