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아웃스토리] 세상에, 김민성 같은 선배가 있습니다
세상에, 이런 선배가 있다.
프로야구 LG 문보경(22)은 데뷔 2년 차다. 올해 어엿한 주전 3루수로 발돋움했다. 인터뷰할 때마다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이름이 있다. 베테랑 3루수 김민성(34)이다. 아낌없이 주는 선배와 감사해 할 줄 아는 후배다.
◆진짜 선배
김민성은 제일 먼저 “걔가 어쩐 일로 제 얘기를 했어요?”라며 운을 띄웠다.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같은 포지션이라 정규시즌부터 함께 훈련해왔다. 야구장에선 늘 붙어 다녔다. 김민성은 “나이 차이가 크게 나 처음엔 내가 어려웠을 것이다. 운동할 때 먼저 뒤에서 툭툭 조언을 던졌다”며 “3루 수비에 대한 모든 것을 이야기해줬다. 9개 구단 주전 타자들의 타구 코스 및 구질, 그에 따른 수비 위치, 포구, 송구, 스텝 등 그간 프로생활을 하며 쌓은 노하우를 전부 말해줬다”고 밝혔다.
김민성은 “알고 하면 야구가 훨씬 쉬워진다. 아무 생각 없이 서 있다 움직이면 실수할 확률이 높다”며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준비만 잘하고 있어도 잡아낼 수 있는 타구가 더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잘 따라준 문보경에게 고마워했다. 김민성은 “내 이야기를 듣고 직접 경기에서 써먹는 건 보경이의 능력이다. 실력을 갖춘 친구라 이것저것 말해준 것”이라며 “나조차도 깜짝 놀랄만한 플레이를 보여주더라. 내게 와 ‘형 말이 진짜 맞아요’라고 하면 난 거기서 또 업그레이드해준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보경이가 먼저 다가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자기 잘했다고 말할 줄도 안다”며 “욕심이 많은 친구다. 앞으로가 진짜 기대된다”고 미소 지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경쟁자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는 “나는 나이가 들었고 보경이가 잘해주고 있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나도 그렇게 컸다. 선배들 자리에 주전으로 들어갔고 지금까지 야구해왔다. 그때 선배들이 조언해준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다”고 힘줘 말했다.
김민성은 “자리를 뺏겼다고 여기고, 내 욕심으로 인해 나 혼자 살겠다고 행동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한 채 은퇴했을 것이다. 라이벌 의식을 느끼진 않는다”며 “정말 기쁜 마음, 좋은 마음으로 보경이가 완벽히 잘 해내길 바란다. 그러면 혼자 조용히, 엄청나게 뿌듯해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배의 선배
김민성에게도 ‘김민성 같은’ 선배가 있었다. 조성환(46) 현 두산 코치다. 김민성은 “롯데 소속이던 2009년 조성환 선배님께서 크게 다치셨다. 내야 백업이던 내가 대신 2루를 맡았고 잘 버텨 계속 주전으로 나가게 됐다”며 “원래 주전이셨던 선배님이 부상 복귀 후 정말 따뜻하게, 선배님이 가진 모든 걸 알려주셨다”고 회상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그런 선배를 봐왔다. 지금 내가 보경이에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그동안 훌륭한 선배님들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성은 문보경과 그렇듯, 조 코치와도 12살 차이다.
문보경이 멋진 선배로 자라길 소망했다. 김민성은 “후배로서 보고 느낀 게 있을 것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 어린 선수들이 자기 자리에 들어오면 ‘그때 민성이 형이 이런 생각이었구나’ 하게 될 것이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난 항상 뒤에서 준비 잘하고 있겠다. 언제 어떤 상황에 출전하든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마친 김민성은 마침 옆에 있던 문보경에게 “형 인터뷰하는데 네 얘기만 나오잖아. 이거 어떻게 된 거야”라며 투덜댔다. 기념사진은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치다 “저는 찍고 싶은데”라는 문보경의 한 마디에 곧바로 “그럼 나도 찍을래”라며 환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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