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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베테랑 유격수 김재호(38)가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가을야구를 함께한 동료 후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두산은 정규시즌 막바지까지 펼쳐진 치열한 순위 싸움 끝에 74승68패2무 승률 0.521를 기록하면서 5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한때 3위도 가능했던 상황을 놓친 경기 운영에 팬들의 아쉬운 목소리도 나왔지만, 지난해 9위로 마쳐 자존심이 상했던 선수들은 무조건 가을 무대에 복귀하자는 목표를 이뤄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2년 만에 가을 무대에 복귀하자는 1차 목표는 달성했지만, 단 한 경기밖에 뛰지 못하고 마무리하게 됐다. 패배가 확정된 뒤 두산 선수들은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김재호는 두산 황금기의 주역이었다. 2004년 1차지명으로 두산에 입단할 때부터 '천재 유격수'라 불릴 정도로 완성형 유망주였는데, 손시헌이라는 벽을 넘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감내한 끝에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으로 도약한 김재호는 두산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역사를 쓰는 동안 내야 사령관으로 활약했다. 2015년과 2016년, 2019년까지 3차례 동료들과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면서 리그 최고 유격수로 인정을 받았다.
두산이 지난해 9위로 추락하면서 황금기를 마무리할 때 김재호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구단은 나이 30대 후반에 접어든 김재호의 뒤를 이을 차기 유격수를 발굴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2021년 1차지명으로 유격수 안재석을 뽑고, 보상선수로 박계범을 데려오는 등 후계자 준비 작업에 열을 올렸다.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한 이유찬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세대교체를 시도했다.
하지만 올해도 주전 유격수는 김재호였다. 김재호는 시즌 초반 후배들이 먼저 기회를 얻어야 하는 상황을 인정하면서 묵묵히 벤치에서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풀타임 경험이 부족한 후배들이 체력 저하와 부상, 부진 등으로 고전할 때 앞으로 나와 공수에서 큰 힘을 보탰다. 경기 수가 늘수록 경기 감각도 되살아나면서 팀 전체 수비에 안정감을 더했다. 91경기에서 타율 0.283(247타수 70안타), OPS 0.748, 3홈런, 29타점, 32득점을 기록하면서 노장의 가치를 증명했다. 특히 득점권 타율 0.303를 기록할 정도로 경기 흐름을 읽는 노련한 타격을 펼쳤다.
김재호는 올해 두산과 3년 25억원 계약이 끝난다. 이제 다시 FA 신분이다. 선수 생활을 지속할지, 지속한다면 어느 팀에서 이어 갈지 지금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를 두산에서 가을을 선물한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김재호는 "어떻게 보면 야구 인생이 1년 1년 소중한 시간인데, 짧은 얼마 남지 않은 생활 속에서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후배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가을을 선물해 준 후배들이 이제는 주축이 돼서 두산을 다시 강팀으로 만들어 주길 바랐다. 김재호는 "아무래도 한 팀이 강팀이었다가 사람들이 바뀌면서 팀이 다지 조화를 이루려면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 그러지 못하고 한번에 무너지는 팀도 있었는데, 우리는 그나마 빨리 가을야구를 할 수 있게 돼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조금 더 두산이라는 팀을 조금 더 애정하고, (강팀 DNA를) 느끼고 그러면서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내년에 또 떨어질 수도 있기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조금 더 강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그런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