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통산 네 번째 한국시리즈를 제패한 SK 선수단.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통 공룡' 신세계그룹이 '비룡' SK 와이번스를 품었다.
신세계그룹과 SK텔레콤은 26일 "SK 와이번스 야구단을 신세계그룹이 인수하는데 합의하고, 관련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주식 1,000억원과 토지 352억8,000만원을 합친 1,352억8,000만원이다. 이로써 신세계는 KBO리그 역대 6번째로 구단을 인수한 기업이 됐다. 원년 멤버로 1982년 창단한 삼미 슈퍼스타즈가 1985년 청보에 70억원에 매각된 걸 시작으로 청보→태평양(1987년) MBC→LG(1990년) 태평양→현대(1995년) 해태→KIA(2001년)에 이어 20년 만에 이뤄진 구단 인수다. 종전 최고액은 현대가 태평양을 인수하는 데 들인 470억원이었다. 이들 외에 쌍방울→SK(2000년) 현대→히어로즈(2008년)는 해체 후 선수단을 받아 재창단한 경우다.
MOU 체결에 따라 4월 개막하는 2021시즌 참여를 위해 야구단 인수 관련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시간이 촉박하지만 규약상 걸림돌은 없다. 일단 SK 구단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회원자격 양도 신청과 함께 구단신규가입신청서 등 각종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규약에 따르면 지배주주를 변경하는 구단은 전년도 11월 30일까지 총재에게 구단 양도 승인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나 시급하다고 인정되는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 총재는 신청기한을 조정할 수 있다. KBO 관계자는 "규약은 예외 상황을 적시하고 있기 때문에 절차상 지배주주 변경에 관한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후엔 KBO 이사회 심의를 통과하고 총회에서 재적회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승인이 완료된 뒤 이사회를 통해 책정될 가입금을 납부하면 회원 가입 절차는 마무리된다.
선수단도 내달 1일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 전지훈련 때까지는 SK 유니폼을 착용하고 3월 14일 개막하는 시범경기부터는 새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창단 준비를 위한 실무팀을 구성한 신세계는 "구단명과 엠블럼, 캐릭터 등을 조만간 확정하고 3월 중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세계는 "코칭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 등을 100% 고용 승계하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SK 와이번스가 쌓아온 인천 야구의 헤리티지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의 확장을 위해 수년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타진해왔다"며 "특히 기존 고객과 팬들의 교차점과 공유 경험이 커서 상호간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해 SK 와이번스 인수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훈련 시설 확충을 통해 좋은 선수를 발굴 및 육성하고, 선수단의 기량 향상을 돕기 위한 시설 개선에도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장기적으로 돔구장 등 다목적 시설 건립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