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키움 떠나 SK 유니폼 입게 된 김상수
-2년간 키움 주장 맡아 선수단 기둥 역할…리더십 뛰어난 투수
-SK행 결정된 뒤, 김상수는 밤잠을 설쳤다
-키움 팬들에게 손편지 남겨…“갑작스러운 이별, 죄송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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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스플뉴스]
“밤새 잠을 설치다 새벽 2시가 넘어 눈을 떴는데, 문득 책상 위에 편지지가 있는 게 보이더군요. ‘떠나기 전에 팬들에게 편지라도 쓰라는 의미인가’ 싶더군요. 비록 일일이 만나 인사를 전할 수는 없지만, 제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썼습니다.”
김상수는 지난밤 한잠도 자지 못했다. 11년 동안 몸담은 팀 키움 히어로즈를 떠난다는 생각에 좀처럼 잠이 오질 않았다고 했다. 그간 키움에서 함께한 동료들, 응원해준 팬들과 작별한다는 생각에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김상수는 키움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였다. 지난 2년간 주장을 맡아 선수단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잦은 감독 교체와 사건·사고로 팀이 흔들릴 때 선수들을 어르고 달래며 중심을 잡았다. 팬들과 소통에도 적극적이었다. 구단 행사는 물론 자체 콘텐츠 촬영 때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마운드에서도 든든한 기둥 역할을 했다. 지난 5년간 평균 60경기 이상 등판해 50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마무리투수가 이탈하면 마무리 역할을 맡았고, 롱릴리프가 필요하면 롱릴리프로 던졌다. 2019시즌엔 40홀드로 역대 한 시즌 최다 홀드 신기록도 세웠다. 지난 시즌 부상 여파로 잠시 주춤했지만, 속구와 포크볼의 위력이 여전히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 시즌 뒤 김상수는 생애 첫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었다. 원래는 무조건 키움에 남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키움 구단은 김상수와 계약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대표이사와 감독 공백을 비롯해 여러 복잡한 내부 역학관계가 작용했다. 결국 올해 초부터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추진했고, 여러 구단에서 관심을 보인 가운데 SK가 최종 행선지가 됐다.
마지막까지 키움 잔류를 희망했던 김상수는 SK행이 확정된 뒤 키움 팬들을 향해 편지를 남겼다. 마음에 있는 말을 다 쓰고 싶었지만 차마 다 쓰지 못했다고 했다. 그가 편지에 못 적은 말은 무엇이었는지, 엠스플뉴스가 전화 통화로 물어봤다.
잠 못 드는 밤, 눈에 들어온 편지지…김상수는 진심을 담아 편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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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몸담은 팀 키움 히어로즈를 떠나게 됐다.
멀리 가는 것도 아닌데, 참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이다.
오래 몸담았던 만큼 정이 많이 들었을 텐데.
직장인도 한 회사에 오래 있다 보면 사람들과도 친하고, 마음도 편하게 마련이지 않나. 익숙한 곳을 떠나 낯선 환경에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한편으로는 팀을 떠나는 게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이제 떠나게 됐으니, 빨리 잊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언제까지 계속 그리워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팀원들, 팬들과도 작별해야 한다.
11년 동안 응원해주신 팬들에게 감사드린다. 선물도 많이 주시고, 잘하든 못하든 항상 응원해주신 그분들께 제일 감사하다. 또 함께 야구한 우리 선수들도 고맙고, 주장 역할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신 홍보팀 분들도 고맙다. 마케팅팀, 전력분석팀, 트레이닝팀, 코칭스태프 등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
SK로 가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야구도 비즈니스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키움에서 좋은 방향으로 결정해서 보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SK 분들이 내게 해준 말씀 하나하나가 굉장히 도움이 되고 큰 힘이 됐다. 내가 필요하다고 말씀해주시고 내 가치와 꾸준함을 인정해주셨다. 그 마음이 잘 전달돼서 SK행을 결심하게 됐다.
키움 소속일 때 바라본 SK는 어떤 이미지였나.
항상 좋은 팀이라고 생각했다. 2년 전만 해도 우승팀 아니었나. 비록 잠시 무너지고 성적이 내려가긴 했지만, 고참 선수들을 중심으로 잘 뭉친다면 1, 2년 안에 다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라고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SK 상대로 별로 잘 던진 적도 없는데…(웃음) 그런데도 날 좋게 봐주셔서 감사했다.
계약하러 오늘 오전 인천SK행복드림구장을 방문했다. 구장을 방문한 소감이 궁금하다.
이제 내 홈그라운드가 됐다는 생각을 하니까, 야구장이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오늘따라 눈이 와서 더 그런가? 마음 한편으로 울컥하기도 했다.
김원형 감독, 류선규 단장과 만나서 무슨 얘길 나눴나.
만나서 인사를 드렸는데 자세한 얘기는 앞으로 천천히, 차근차근 하자고 하셨다. 단장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감독님은 격하게 환영해 주셨다. 감사할 뿐이다.
목소리가 약간 잠긴 것 같은데, 간밤에 잠은 잘 잤나.
(한숨을 쉬며) 하아…잠을 못 잤다. 어제 SK행이 결정된 뒤 가족들과 식사하고, 집에 와서 아내와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아내는 먼저 잠자리에 들고 나도 침대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오더라. 오늘 아침 10시까지 인천에 가야 하는데.
저런.
그래서 새벽 2시 넘어 눈을 떴는데, 책상 위에 편지지가 있는 게 보였다.
아내가 일부러 놓아둔 건가.
그건 아니고, 우연의 일치로 편지지가 그 자리에 있었고 그게 내 눈에 띈 거다. 속으로 ‘여기다 편지를 쓰라고 내 눈에 띈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팬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게 됐다.
편지에서 팬들을 생각하는 진심이 느껴졌다.
실은 속마음을 다 쓰고 싶었는데, 차마 다 쓰지는 못했다.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못 드리지 않았나. 따로 인터뷰를 갖고 사진 촬영을 하지도 못하고, 팬들을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지도 못했다. 그래서 편지라도 써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남기면, 많은 팬이 보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올렸다.
키움 팬들이 충격받은 것 같더라. 다들 상심이 큰 것 같던데.
그래서 더 아쉽다. 미리 언질이라도 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다가 떠나보내는 것과, 준비 없이 갑자기 이별하는 건 차이가 있지 않나. 상황이 상황이라 미리 언질을 드릴 수가 없었다. 그게 정말 죄송하고 안타깝다.
“좋은 성적이 먼저, 선후배 관계에 좋은 영향력 발휘하는 선수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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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SK 소속이다. FA는 첫 시즌 성적이 중요하다.
일단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선이다. 고참 역할, 베테랑 역할도 좋은 성적을 내면서 하는 게 중요하다. 야구는 뒷전이면서 고참 역할을 제대로 한다는 건 쉽지 않다.
투수로는 드물게 리더십이 좋은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키움 후배 선수들의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SK에서 그런 점도 고려해서 영입을 결정했다고 본다.
고맙게도 이번에 만나는 팀마다 다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선수들도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 ‘수고 많았다’는 말을 해줬다. 중요한 건 앞으로다. SK라는 팀은 처음이니까, 우선 팀 선수들과 잘 어울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 좋은 성적을 내고 선후배 관계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먼저다. 차근차근 선수단에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SK에서도 잘할 자신 있나.
부상 없이 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좋은 성적도 성적이지만, 일단은 아프지 않아야 팀에 도움을 줄 수가 있는 거니까. 작년에는 부상 때문에 좋지 않았다. 부상만 없으면, 올해는 더 좋은 성적을 낼 거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정든 키움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편지에 제 마음을 다 쓰지는 못했습니다. 11년 동안 응원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제가 떠나더라도 우리 키움 선수들 항상 응원해주시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SK 팬들에게도 한마디 한다면.
SK 팬 여러분, 환영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SK팀이 잘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서, 올 시즌부터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앞으로 많이 응원해주세요. 감사합니다.
https://n.news.naver.com/sports/kbaseball/article/529/000005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