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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0% 혹은 100%의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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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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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유혹> 강동원

FILM2.0 2004.07.26 / 나지언 기자 


그동안 억울한 시골 총각, 무뚝뚝한 30대 장남 등을 연기했던 강동원이 이제서야 본연의 이미지로 돌아와 꽃미남 역을 연기한다. <늑대의 유혹>에서 그는 사랑해선 안 될 사람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정태성으로 등장해 여성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독서실용 파란색 '추리닝'을 입은 충격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강동원은 퀭했다. 눈은 부어 있었고 얼굴은 까칠했다. “어제 밤샜거든요. 유로 2004 보느라. 그게 오전 6시에 끝나서요.” 강동원이 학창 시절 축구를 좀 했고, 축구를 누구보다 좋아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 하지만 이 흐물흐물한 몸을 갖고서 흔히 남성적인 스포츠라 말하는 축구를 하는 모습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예전엔 그런 소릴 조금 듣기도 했는데 요즘엔 별로….” 상상은 뒤로하고 현실을 마주했다. 그럼 유로 2004에서 어떤 팀이 제일 마음에 드세요? 프랑스요. 강동원의 짝짝이 눈 한쪽이 슬며시 위로 올라간다. 그렇다. 그러고 보니 강동원은 프랑스 축구와 무척 닮았다. 



0%의 시작 


강동원은 매사에 심드렁해 보인다. 그건 그가 박제된 얼굴로 패션 화보를 장식했을 때부터 풍겨왔던 분위기다. 강동원은 웃고 있어도 그 웃음에는 나른함이 묻어난다. 모델 출신이라 카메라 앞에선 누구보다 다양한 얼굴을 보여 줄 것 같았지만 막상 그는 호기심이 어린다는 듯 한쪽 눈을 슬그머니 위로 올리고, 입꼬리를 약간 좌우로 넓히는 것 외에는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는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억울한 표정을 잘 짓던데 평소에 억울한 게 많았나 봐요. “제가 되게 현실적이에요. 건조하고. 억울하고 그런 거 별로 없었어요.” 


그는 학창 시절 그 흔한 우상 하나 없었다. 친구들이 정우성이 멋있다며 <비트>를 극장에서 세 번, 다섯 번 볼 때 그는 모두가 다 본 뒤에 비디오로 빌려봤을 뿐이다. 영화도 많이 안 봤고,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도 없었다. 일기장에 누구나 한번쯤은 써보는 그 흔한 꿈도 없었다. 공부를 곧잘 했던 그는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과 직업을 위해 일로매진하는 대신 그냥 시간을 추억 삼아 하릴없이 때웠다. 그렇다. 그냥. 시간을 흘려 보내는 것은, 그가 청춘 시절에 했던 전부였다. 강동원은 평생 ‘**하기 위해서 필요한 *가지 습관’ 류의 책을 읽지 않았을 법한 사람이다. 그는 뭐든지 쉽게 얻었다. “약간 그런 스타일이에요. 운동을 하더라도 빨리 느는 편이구요. 금방 싫증을 내요. 게임도 그렇고. 그런 게 있어요, 좀. 뭐든지 쉽게 습득을 해요. 그리고 금방 싫증을 내고.” 


따라서 강동원에게는 많은 질문지가 무용지물이었다. 강동원이 대답을 성의 없이 건성으로 한다는 뜻이 아니다. 강동원에게는 아킬레스건이 없다. 매번 비슷한 연기를 하는데 변신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잘생긴 외모로 인해 얻는 점도 많지만 한계도 있지 않을까요,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 많지 않나요 등등.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배우를 자극할 만한 질문 거리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인터뷰할 때 상대를 압도하려고 하거나 자신을 방어하려 하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둔다. 말 그대로 '렛잇비'를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고 할까. 



경계 지우기 


강동원의 이런 심드렁한 이미지가 가장 많이 반영된 영화는 바로 <늑대의 유혹>이다. 강동원은 좋아할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고교생 정태성으로 등장한다. 정태성의 대사는 대화라기보다는 방백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밖으로 감정을 버리기보다는 안에 많은 것을 쌓아두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는 모든 게 귀찮다. 자신을 방해하는 인습이나 경쟁 상대에 무턱대고 반항하지 않는다. 그의 반항은 저항의 몸짓이 아니다. 그냥 상대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정태성은 인과 관계에 의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강동원은 그런 정태성의 대사와 행동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시치미 뚝 떼고 했어요. '저기, 나 왜 기다렸어?' 이런 질문에 '좋아하니까' 이렇게요. 그걸 테크닉으로 했다면 어설플 것 같았어요. 내가 진짜로 좋아한다, 당연한 걸 왜 묻냐는 식으로요.” 강동원이 정태성을 좋아했던 건 사이코 기질 때문이었는데, 그 사이코 기질의 종류는 플러스보다는 마이너스에 가까웠다. 경계를 긋고 일탈 행동을 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였다. 경계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많진 않지만 지금까지 강동원의 출연작을 보면 이 배우에게 경계 긋기가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는 더욱 명확해진다. 강동원은 애초부터 정태성 같은 유약하고 여린 이미지가 강했다. TV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에 등장한 이 미소년의 입에서 강하게 캐릭터가 설정된 부산 사투리가 튀어나왔을 때 사람들은 놀랐다. 그 다음 드라마였던 <1%의 어떤 것>에서는 사른두 살 먹은 무뚝뚝한 호텔 기획실장으로 나왔을 때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최희철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강동원은 여자한테 맞고 찍소리 한번 못해보고 청양 고추를 우적우적 씹어먹는 남자를 연기하면서 10대의 우상이기를 스스로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강동원조차도 최희철은 20대 청춘 스타에겐 신기한 선택이었다. “그죠? (<늑대의 유혹>) 전에 이상한 걸 좀 많이 했어요.(웃음) 제가 생각해도 제 이미지랑 잘 안 맞는 것도 몇 개 한 것 같고. 그래도 또 해보니까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이해가 잘 안 가요.” 



다시 100% 


지금에서야 하는 얘기지만 사실 처음에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강동원은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연기한 최희철 역이 마음에 들진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가 마음에 들었던 건 시나리오였다. 그는 최희철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없고 약하다고 생각했다. 그가 촬영현장에서 청양 고추를 씹어먹을 때 맵지 않다며 더 매운 고추와 겨자를 요구한 건 모두 최희철이라는 순박한 캐릭터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였다. 강동원이 매사에 관심 없고 심드렁해 보이는 이유는 사실 그가 정말 중요한 하나를 위해 아홉을 포기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네. 그래요. 언제부터인가 중요한 일 아니면 신경을 안 쓰게 되더라고요. 점점. 사소한 거라고 생각되면 다 잊어버려요. 제 나름대로 어떤 걸 하나 해내기 위해서 나머지를 다 버리나 봐요. 머릿속에서.”


그는 모든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힘을 주려는 습성이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스스로에게도 이득 될 게 없었다. 그는 전화번호와 사람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인터뷰 중 핸드폰에 문자가 오자 “어, 이거 뭐지?”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더니 매니저 형을 부른다. 그는 핸드폰 다루는 법도 잘 모른다고 했다. 대신 그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엔 무조건 매달렸다.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어떻게든 손에 넣었다. 어렸을 때 집안이 넉넉하지 못해서 원하는 걸 손에 넣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단 한번도 원하는 것을 가져보지 못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모든 걸 쉽게 가졌던 그에게도 쉽게 얻지 못한 것이 있었다. “연기는 쉽게 잘 안 되던데요.(웃음)” 그는 <늑대의 유혹> 촬영 당시 밤에 집에 돌아가 누우면 ‘이대로 영원히 잠들어 버리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저도 운동 많이 하고 체육관 대표도 했는데 액션은 정말 힘들더라고요. (촬영할 때는) 진짜 하나도 안 돼요.” <위풍당당 그녀>를 촬영할 때만 해도 모르는 게 약이라고 연기하기가 쉬웠는데, 알면 알수록 감정도 안 생기고 눈물 한 방울 흘리는 것도 힘들었다. 진심을 다해서 연기하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이제야 그가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난 것이다. 


강동원은 무관심한 척 열심히 하는 티를 내지 않으면서 잘하는 스타일이다. 그는 연기를 시작하기 3년 전부터 연기 수업을 받았고, 지금도 군더더기 없는 연기를 위해 따로 지도를 받고 있다. 그의 심드렁한 태도는 사실 이런 노력과 그 위에 쌓아 올리고 있는 자신감에 바탕을 두고 있는 바가 크다. 연기는 평생 배워야 할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그는 여유 있는 자세를 취한 채 전혀 조급해 하지 않는다. 마치 성적표에 F학점 하나 없이 두루두루 B학점을 받는 학생 같다. 그가 프랑스 축구와 같다는 말은 바로 그런 뜻이다. 그는 스페인이나 브라질 축구처럼 화려하진 않다. 독일 축구처럼 힘이 강하지도 않다. 그는 조직력, 골 결정력, 패스 능력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프랑스 축구 같다. A+가 없다는 점은 그에게 한계가 되기도 하고 장점이 되기도 한다. 그는 카리스마가 없지만 동시에 세련됨과 촌스러움 사이, 스타와 소시민을 넘나들 수 있다. 영리한 그는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가 <늑대의 유혹> 다음 출연작으로 TV 드라마 <매직>에서 악역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다. 강동원은 착한 남자의 이미지다. 그러나 매력 없는 착한 남자와 달리 강동원은 영리하다. 그게 바로 그의 매력이다. 



예전 인터뷰 읽다보면 공통점이 여럿 보이고 무엇보다 그게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는 게 놀라움ㅇㅇ 

일찍부터 가져온 습성이나 체득한 것들이 이어지고 있는 걸 보노라면

오래 볼수록 대단하고 더욱 매력있는 사람이 이런 거구나 싶고

이 시간성이라는 건 하루이틀만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증명도 안 되는 건데 그 진가가 날이 갈수록 커지는 것 같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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