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Duelist> 하지원& 강동원 - 비운의 연인 혹은 행운의 파트너
강동원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불쑥, 대한민국 여성들의 우산 속으로 들어왔다. ‘꽃미남’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시각화시킨 듯한 외모를 가진 그는 일단 순진한 시골 총각 캐릭터로 대중을 무장해제시키더니, 소녀들의 판타지를 응축한 메가톤급 핵폭탄 <늑대의 유혹>으로 ‘꽝!’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좀 더 아이돌 스타로서의 특권을 누려도 좋을 시점. 이 겁 없는 청년은 <형사>의 시나리오를 읽고 단 이틀 만에 출연을 결정했다. 단지 이 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너무 궁금하다는 이유만으로.
The Pursuer: 강동원
<형사>의 이름 없는 자객 슬픈눈은 매혹적인 도망자다. 이건 단순히 외모의 아름다움이 아닌, 태도의 문제다. 그는 분명 쫓기는 자이지만, 절대 허둥지둥 절박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바람처럼 사라져버렸는가 하면 금세 나타나 희롱하듯 주위를 맴돌고, 손 안에 잡혔는가 하면 은은한 잔상만 남긴 채 또 다시 자취를 감춘다. 한마디로 그는, 추적하는 자와 쫓기는 자 사이의 조용한 긴장감을 음미하며 그 자체를 즐긴다.
“눈이 슬퍼서 캐스팅했다”는 이명세 감독의 말이 대변하듯, 강동원은 누가 봐도 슬픈눈 역에 딱 어울리는 그윽한 눈빛을 가졌다. 그뿐인가?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강하게, 너울너울 감정을 실어내는 슬픈눈의 아름다운 검무를 소화해낼 만한 운동신경까지 갖췄다. <형사> 촬영을 위해 두 주연배우에게 탱고를 가르쳤던 무용 선생님은, 지금도 만나기만 하면 그에게 무용으로 전향하라고 꼬드기곤 한단다. “슬픈눈은 대사가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어요. 움직임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다는 게 무척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정말 죽어라 춤을 연습했어요. 촬영이 끝날 때까지 6개월간 틈 날 때마다, 촬영이 없는 날은 10시간 동안 계속 춤만 추기도 했어요. 아마 수능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다면, 서울대 갔을걸요. (웃음)”
강동원에게 대사가 없다는 것은 부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이기도 했다. 아직 부산 사투리를 완전히 버리지 못한 그에게, 대사란 때로 무시무시한 추적자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드라마 <매직>의 빡빡한 스케줄에 쫓겨 줄달음질쳐야 했던 그는, <형사>의 촬영장에서 이명세 감독의 공들인 연출스타일을 그늘 삼아 달콤한 해방감을 맛봤다. 그리고 매혹적인 도망자 슬픈눈처럼, 쫓는 자와 밀고 당기는 유희를 벌이며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나갔다. “솔직히 전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게 더 편해요. 계속 연습은 하고 있지만, 언제쯤 대사를 편하게 소화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형사>에서는 제가 연습한 만큼 잘할 수 있었고, 감독님도 제 느낌을 많이 믿어주셨죠. 영화 현장이 재미있다는 거, 처음 알았어요.”
<형사> 촬영이 끝난 후, 강동원은 제법 긴 휴가를 가졌다. 한 달은 일본에서, 또 일주일은 태국에서 “너무 놀아 피로가 쌓일 정도”로 온몸의 긴장감을 훌훌 털어버렸다. 몰론 그를 바짝 추적해오던 과제들이 모두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감과 여유로 무장한 그는, 지금까지보다 더 우아하게 추적자들을 따돌리는 방법을 발견해낼 것이다.
The Pursuer: 지동원
오랜만에 블랙 드레스로 여성스럽게 성장한 하지원을 보고 강동원이 놀려댄다. “누나, <안녕, 프란체스카> 찍어?” 하지원이 주먹을 들어 보이며 제법 으름장을 놓는다. “너, 가만 안 둬!” 한껏 멋지게 치장하고 아이들처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 귀여워, 조금 웃음이 났다. 두 배우가 워낙 스스럼없이 친해진 터라, 이명세 감독은 아예 두 사람의 이름을 하나로 붙여 ‘지동원’ 혹은 ‘동지원’이라고 불렀단다.
“워낙 오래 같이 탱고를 춰서, 안 친해지려야 안 친해질 수가 없어요. 신체 접촉이 많은 춤이라, 친하지 않으면 쑥스러워서 같이 출 수가 없거든요.” 춤 얘기만 나오면 눈이 반짝반짝하는 강동원이 말한다. “얼마 전에 CF 찍으며 상대 모델이 저를 들어올렸는데, 동원이가 훨씬 잘하더라고요. 호흡이 얼마나 잘 맞나가 중요한 거거든요.” 하지원이 누나답게 동생을 추켜세운다. 영화에서는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비운의 연인이었지만, 현실에서는 함께 힘을 합쳐 행운을 향해 나아가는 파트너인 두 사람. ‘지동원’이 입을 모아 말을 맺었다.
“박중훈 선배님이 ‘찍을 때는 고생하겠지만, 한 가지 이상은 얻을 수 있을 거다’라고 하셨어요. 막상 끝나고 보니 정말 그 말씀이 맞네요. 영화란 이런 거구나, 멋진 배경 앞에 카메라를 놓고 연기하는 게 다가 아니구나…. 많이 배우고 느꼈어요. 조금 더 성숙해졌다고, 말해도 되겠죠?”
이순주 기자ㅣ이정훈 사진기자
작품을 많이 찍는 것만큼이나 열심히 하는 완벽주의자ㅠㅠㅠ
이명세 감독님이 형사 끝나고 나서 참치와 같이 하고 싶은 다른 작품 있었는데 엠을 먼저 들어가게 되었고
엠은 원래 다른 배우를 염두에 뒀던 건데 같이 하게 됐다고 하셨다는 게 생각난다
아직 안 한 그 작품도 나중에 언제 봤으면 좋겠음 8ㅅ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