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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희철이 인터뷰.. 음성지원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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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5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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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얼빵한 촌놈 강동원

김하늘과 함께 출연한 <그녀를 믿지 마세요>에서 강동원은 곱상한 얼굴을 벗어 던지고 얼빵한 촌놈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정년퇴직까지 연기만 하고 싶다는 천진난만한 청년과의 진심 어린 대화들.

ⓒBAZAAR 피처 에디터/이민정(바자) PHOTOGRAPHED BY JONO LEE


 새벽 2시까지 이어졌던 강동원의 인터뷰 테이프를 듣고 있다가, 하마터면 녹음기를 쓰레기통 속에 던져버릴 뻔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예쁘장한 얼굴에, 게다가 선량하기까지 한 청년 앞에서 나도 모르게 이성을 잃은 모양이다. 조용조용한 그의 목소리에 비해 녹음 테이프 속의 나는 마치 나훈아 콘서트에서 열광하는 주책스러운 여편네에 다름없었으니! 인터뷰가 끝날 즈음, 하이 소프라노의 내 목소리는 거의 아리아라도 부를 태세였다.

미리 고백하건대, 지금껏 나는 이렇게 천진난만한 청년을 본 적이 없다.

 

당구장보다 더 많이 드나들었을 스튜디오에 부스스한 얼굴을 내밀었을 땐 시골에서 갓 상경해 롯데월드에 구경 나온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내 앞으로 다가와 이렇게 중얼거리는 것이다. 

“저… 죄송한데 제가 머리를 못 감고 왔어요. 새벽까지 ‘위니(플레이스테이션 2의 축구게임)’ 하다가… 그만 2시(낮)에 일어나는 바람에… ” ‘이거, 나한테 머리를 감겨달라는 건가?’ 충분히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큼 머뭇거리면서 말하는 통에 적잖이 놀라워하고 있는데, 인터뷰가 시작된 지 1~2분 정도 지나서였을까. 녹음이 잘 되고 있는지 잠시 확인하겠다고 하니, “어, 저 기계 좋아해요.(그는 기계공학과다.) 제가 해드릴게요.” 하며 녹음기를 만지작거리는 거다.


인간을 두 가지, 세 가지로 제멋대로 구분하는 걸 몹시도 싫어하지만, 각종 애드리브와 재치 있는 입담으로 좌중을 들썩이게 하는 부류와 처음엔 재미없지만 알아갈수록 은근한 매력을 발산하는 부류가 있다면, 강동원은 후자에 가깝다. 처음에는 몰랐다. 좀더 솔직히 말하면, 얼굴 하나로 승부수를 거는 ‘번개’인 줄만 알았다. 

말수도 없는 데다 질문 하나 던지면 5초 이상을 생각한 후에야 겨우 입을 떼는 것도 모자라, 경상도 사투리를 채 벗어나지 못한 느릿함에 처음에는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쓸어 내릴 지경이었는데, 그 대답도 어찌나 고만고만한지 우리들의 대화는 마치 지루하기 짝없는 아마추어 테니스의 예선 경기 같았다. 


“시나리오가 엄청 많이 들어왔을 텐데, 생애 첫 영화로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그냥 시나리오가… 재미있더라구요…” 

“뭐가 그렇게 재미있었는데요?”

“… 흐흐… 읽으면서 좀, 많이 웃었어요.” 

“영화배우 설경구 씨를 존경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 아, 네… (질문이 아니라고 생각한 듯)”… (“왜 좋아하세요?”) “연기, 잘하시잖아요.”

“그럼 최근에 <실미도> 봤겠네요?”

“아직이요… ”

“그럼, 설경구 씨의 어떤 영화를 봤나요?”

“<공공의 적>이요. <박하사탕>은 못 보고…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시는 모습을 보고 반해버렸어요.”

 

이런 식이었다. 조목조목 준비한 A4 3장의 질문지는 다 때려치우고 농이나 걸어볼까, 잠깐 생각한 것도 이 즈음에서였던 것 같다. 그때 마침, 어느 신문에선가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설경구, 최민식, 송강호 등이 캣워크에서 뛰쳐 나온 꽃미남들이 대거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몰리는 현상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던 기사가 떠올라 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저도 언뜻 읽은 기억이 나는데, 모델 출신의 배우들을 똑같이 싸잡아 매도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았어요. 게다가 잘생겼다고 데려다 쓰는 건 배우의 책임이 아니잖아요.” 좀 발끈한 듯했다.  “어쨌거나 연기를 잘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그 연기란 게, 퍼즐게임 같아서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위풍당당 그녀>를 할 때는 참 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아졌어요. 진짜 연기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데…” 

“그래도 지난 연말에 남자 신인상도 받았잖아요?” 하고 재차 물었더니, 뜬금없이 상에 대한 재밌고도 슬픈 추억이 있다며 처음으로 그 긴긴 스토리를 쏟아놓는다. 


“개근상, 우등상, 방학 지나면 탐구생활 잘했다고 주는 상까지, 상이란 상은 제가 죄다 휩쓸던 시절이 있었어요. 나이 먹으면서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드는데, 그러다가 중학교 때, 학교 대표로 행글라이더 대회에 나갔어요. 제 비행기가 제일로 오래 날았죠. 그런데 아깝게도 일등을 놓쳤어요. 비행기가 그만 건물 뒤로 날아가버렸거든요. 월요 애국조회 시간에 앞에 나가 상 받는 걸로 만족하자, 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수포로 돌아갔어요. 마침 그날 비가 오는 바람에! 재작년 연말에는 ‘올해의 모델상’을 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시상식장에 갔었어요. ‘강동원!’ 하기에 뿌듯한 마음으로 앞으로 걸어나갔죠. 그런데 반대편에서 동현이 형(모델 김동현)이 막 뛰어나와 상을 받아가는 거예요. 알고 보니, 이름이 비슷해서 제게 전화한 분도 헷갈렸던 거였어요. 저도 거의 사회자 근처까지 나갔었는데, 아, 정말 뻘쭘했어요… 이번에 받은 신인상, 진짜 몇 년 만에 받아보는 상인지…”


아무런 사심 없이, ‘단지 재미있어서’ 선택했다는 영화 <그녀를 믿지 마세요>는 일명,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인 시골 약사 최희철(강동원)이 주영주(김하늘)라는 ‘구라 걸’을 만나면서 파렴치한으로 몰리다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다. 예고편만 봐도 눈치챌 수 있듯, 얼빵한 촌놈 역할로 분한 그는 드라마와 CF에서 보여줬던 곱상한 이미지를 완전히 갈아치우고 제대로 망가져 있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올빽 머리를 하지 않나, 식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두드려 패질 않나. 그것도 모자라 ‘고추 총각 선발대회’ 장면에서는 입 안에 겨자를 잔뜩 넣은 채로 청양 고추를 입에 막 쑤셔넣는데, 너무 매워서 까무러칠 뻔했다니까요.”


좀 ‘귀티’가 난다, 싶은 모델들이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한 게, 하루 이틀 전의 얘기가 아니다. 속내야 어떻든 강동원도 그 기류를 타고 있는 건 분명하다. 게다가 꽤 성공적이기까지 하다. 고작 드라마 두 편과 영화 한 편을 찍은 신참내기의 연기를 왈가왈부할 단계는 아니지만, 지난해 연말 각종 일간지 영화면에 ‘2004년을 빛낼 기대주’에 그의 이름은 늘 두 번째에 있었고,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윤홍식 촬영감독은 그를 두고 ‘상황에 대한 감이 빠르고 표정연기도 일품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까지 들리니 말이다.


“실은 감독님과 부딪히는 일이 종종 있었어요. <위풍당당 그녀> 때부터 모니터링을 하면 꼭 듣는 얘기가 ‘연기가 너무 밋밋하다’는 거였는데,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신 모양이에요. 하지만 저는 제가 느끼는 만큼만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 이상을 하면 오버하는 것 같아서… 기술인 것 같아서… 신인임에도 고집을 많이 부렸죠. 그런데 촬영 마지막 날 감독님이 저를 부르시더니, “동원아, 정말 잘했다” 하시더라구요. 와, 진짜 뭉클했어요.” 


뽑아낼 건 다 뽑아냈다는 그는 영화에 대한 미련도 없고 흥행에 대한 부담도 없어 보였다. 오히려 내일모레 녹화한다는 <쟁반 노래방>과 <브레인 서바이벌>에 대한 걱정이 더욱 커 보였다. “저에게 엔터테이너의 끼는 제로에 가깝거든요.” 그러니, 쇼 프로그램에 자신이 나가 봤자 시청률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좀 위로의 차원으로, 그래도 혹시 다른 사람을 웃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을지 모를 거라고 하자, 역시나 범생이다운 백점짜리 멘트를 날렸다.

 

“예전에 어떤 인터뷰에선가 좋아하는 영화 감독으로 ‘가이 리치’를 말한 적이 있었는데, 솔직히 그분의 영화 스타일이 뭔지 딱히 몰라요. 영화도 잘 안 보는 편이라 외국 영화 감독 이름은 커녕 우리나라 감독님이나 배우 이름도 잘 몰라요. 드라마랑 달리 영화는 한 커트씩 찍는다는 것도 크랭크인하는 날 알았을 정도니, 말 다했죠. 그렇다고 부끄럽진 않아요. 하지만 노력해서 다른 사람을 웃기기는 싫어요. 그건 내가 재미 없으니까, 또 ‘척’하는 거니까요.” 


언젠가 사석에서 한 영화 관계자로부터 요즘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신인들은 영화 한 편 고를 때 시나리오, 감독, 상대 배우, 제작사, 심지어 홍보사까지 일일이 체크한다면서, 그 약아빠진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데, “진심이 담긴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는, 실로 성스럽기까지 한 그의 고백은 마음을 짠하게 하는 울림이 있었다. 고리타분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정답이 아닌가.



대화체로 쓰인 부분이 좀 있어서 읽고 있으면 목소리 들림ㅋㅋㅋㅋ

제일 싫어하는 머리 하고서도 연기 느끼하게 잘했다능ㅋㅋㅋ 하다가 자기도 웃겨서 쓰러지곸ㅋㅋ

방송 고민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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