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강동원이라는 남자가 나의 이런 믿음에 균열을 가져다 주었다. 이 남자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부담 없이 잘 생긴 외모에 귀여운 눈웃음까지 지어내질 않나, 훤칠한 키와 조금만 운동을 해도 근육질로 변한다는 슬림한 몸매는 한 때 대한민국 패션계를 열광시킬 정도로 완벽하게 트렌디하질 않나. 그렇다고 공부를 못하거나 맹한 구석이 있지도 않고 노래도 잘 부르고 컴퓨터 게임에도 능하고 몸치도 아니라면 도대체 이 남자에게 부족한 건 무엇일까 의구심이 생긴다.
모델 강동원이 배우 강동원이 되기 위해 패션계를 떠난 지도 벌써 3년이 되었다. 그 동안 무려 세 편의 드라마와 네 편의 영화를 찍었으며, 현재 다섯 번째 영화를 촬영 중이다. 이제 배우로서의 그의 필모그래피 또한 화려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패션기자와 모델로서의 첫 인연 때문일까? 몇 개월에 걸친 영화 작업을 마치면 어김없이 화보 촬영에 임해주는 그의 의리 덕택에 촬영장에서 마주치는 그에게서 나는 언제나 모델 강동원만을 쫓고 있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그런데 어떻게 변하느냐가 중요하지, 변했다는 자체는 사실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오랫동안 못 본 것도 아닌데 지난 번 촬영에서 이번 촬영까지의 그 짧은 시간 동안 강동원이라는 남자는 딱히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분명 무언가 변한 인상을 내게 전달했다. 이번 촬영은 나에겐 참 특별했다. '꽃미남' 이라는 수식어를 마치 강동원의 전유물인 양 달고다니는 이 남자는 사실 누구보다 터프하고 의리있는 남성미 만점의 소유자라서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질 줄 안다. 그것을 이용했다고나 할까?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마치자마자 영화 <그놈 목소리> 촬영으로 분주한 그를 몇 개월 전의 약속을 들먹이며 시간을 쪼개 멜버른행 비행기에 오르게 했으며, 의상 선택에서 픽업, 스타일링에 이르기까지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서는 것 외에도 작업 과정 전반에 그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바쁜지, 그렇게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내 욕심대로 그를 움직였고,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멜버른에 도착해 촬영을 하면서 그의 매니저 손에 쥐어져 있는 스케줄 표를 힐끗 보고, 또한 수없는 국제전화를 통해 스케줄을 조절해가는 소리를 훔쳐 들으면서 나는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 그의 눈을 똑바로 보기가 힘들어졌다. 하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지난 몇 년 간 보다 멜버른에서의 며칠 동안 강동원이라는 한 남자에게 반했음을 밝혀두고 싶다. 아직도 모델 강동원의 잔상을 지우지 못하던 내게 그는 배우 강동원이 얼마나 멋진 연기를 스크린에서 펼칠지 기대하게 하였으며, 소년 같은 이미지에서 이제는 스물 여섯의 멋진 남자로 변했음을 확실히 인식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참으로 신을 원망하게 될 정도로 그를 부러워하게 만들었다.
물론 그도 남들처럼 자신에게 100퍼센트 만족하진 못할 것이다. 힘든 과정도 겪었을 것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살인범으로 사형을 언도받은 모습을 연기하기 위해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개봉을 앞둔 현 시점에서 흥행 여부에 부담감도 클 것이다. 하지만 몇 년 전 그와 해외촬영을 위해 인천공항에 갔을 때 현금 출납기에 카드를 꽂아놓고 왔음에도 여유로웠던, 미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지갑을 두고 와도 침착하던 그를 기억해 볼 때 아마 그는 지금도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대한 평가를 담담하게 기다릴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결과가 좋다면 기뻐할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좌절하진 않을 것이다. 그것이 강동원이 가진 또 하나의 매력이다. 언제나 여유로운 모습,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는 그런 태도 말이다. 그래서 나는 또 이 남자가 부럽다. 일상적으로 영화를 찍으면 그 인물에 대해 연상이 가능하지만 범죄하고는 거리가 멀고 죽을 날도 아직은 먼 이 남자에게 이번 영화에서의 윤수 역할은 참으로 힘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많은 이들의 고정관념이 바뀔 것이다. 흉악범이 꼭 흉악하게 생긴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 잘생긴 남자가 우리에게 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로 아침에는 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엄살을 피웠지만 활영을 위해 모인 이른 아침 누구보다도 먼저 로비에 내려와 있던 그를 보면서, 촬영을 위해 소품을 챙겨오라는 한 마디에 트렁크 두 개를 가득 채워 공항에 등장한 그에게서 프로로 변모한 배우 강동원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이것은 아주 작은 단면이다. 그와 함께한 1주일의 여정 내내 나는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강동원이 이런 모습이었나 하며 끊임없이 놀랐다. 물론 인간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화한다. 하지만 강동원은 다른 이보다 특별히 아주 빠르게 좋은 쪽으로만 진화되고 있는 듯하다. 이 역시 참 불공평한 신의 처사지만 어쩌랴. 그가 신에게 선택받은 것을 탓할 순 없으니 말이다. 다만 이 맑은 영혼을 소유한 완벽한 남자를 가까이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에 기뻐할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동원아, 제발 어떻게 하면 다음 생에는 너처럼 완벽할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을래?"
진행/최선희 진행 어시스트/이혜진 헤어&메이크업/임해경 모델/강동원 촬영협조/호주정부관광청
저 깃털목도리가 넘나 좋다능ㅋㅋㅋㅋ 표정 씹덬ㅋㅋㅋㅋㅋㅋ ㅇ<-<
이 바지 입은 건 저 밑에 있음ㅇㅇ
나중에 풀린 것도 같이 올림ㅇㅇ
현금출납기 지갑 얘기 최애일화 중 하나임 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