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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03년 6월 보그걸 인터뷰 빨간 헤어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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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18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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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의 마지막 촬영이 끝나자마자 드라마 덕분에 밀린 스케줄을 한꺼번에 소화하느라 정신 없다는 그가 초췌한 모습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선다.

 

 조금 피곤해 보이긴 했지만 우린 예정된 컨셉트대로 미리 만들어 놓은 물바다(!) 세트에 그를 밀어넣었다.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근 그는 처음엔 재미있어하며 촬영을 즐겼는데, 2시간 동안 수십 번 점프하고 10번쯤 미끄러진 후엔 온몸이 젖은 채 추위에 떨기 시작했다.

 

물론, 우린 미안한 마음을 감추고 그에게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완성된 화보와 ‘경상도 싸나이’답게 말이 짧았지만, 느릿느릿 덤덤한 사투리가 매력적이었던 강동원과의 인터뷰. 


VOGUE GIRL(이하 V.G.) ‘위풍당당 그녀’는 이제 완전히 끝난 거군요. 이틀 전까지 촬영하고, 어제는 뭐했어요? 

강동원 오후 3시까지 자다가 일어나서 밀린 쇼핑을 좀 하고, 6시 반에 여의도에 드라마 쫑파티 하러 갔죠.

 

V.G. 연기하니까 어때요? 

강동원 재미있어요. 나름 매력 있어요. 

 

V.G. 모델을 시작한 것, 그리고 연기를 시작한 건 필연이라고 생각해요? 

강동원 우연이 아닐까. 운이 되게 좋아서 이상하게 계속 잘 풀려요. 1년 전부터 연기 준비는 했지만, 그래도 필연은 아닌 것 같아요.

  

V.G. 원래 말주변이 없죠?

강동원 예. 그런데 요즘은 인터뷰 많이 해봐서 말 잘해요(절대 아님).

  

V.G. 해보지 않은 일을 시작하는 건 떨리고 긴장되는 일일 텐데, 방송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무섭진 않았나요?

강동원 그런 건 없어요. CF나 뮤직 비디오도 찍어봤고, 잘해서가 아니라 예전부터도 연기를 하게 되면 ‘쫄지 않고’ 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V.G. 그렇게 ‘쫄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건데요? 

강동원 원래, 원래 그래요. 중요한 순간에 정신 차리는 건 옛날부터 그래왔거든요.


V.G. 드라마 보면서 능청스럽게 참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드라마 속 캐릭터가 자신과 비슷해서 연기하기가 편했던 건가요? 동원 씨를 아는 사람들은 강동원과 민지훈이 많이 비슷하다고 그러던데…. 사투리부터 분위기나 행동까지 말이죠.

강동원 (경상도 사투리로) 나 사투리 안 써요.

(V.G. 그럼 그거 서울 말이에요?) 크크, 네. 그리고 처음에는 좀 어색했는데, 자꾸 하니까 지훈이한테 동화되더라구요. 그리고 감독님도 내가 준비해 가면 최대한 맞춰주고 마음 편하게 해주셨어요. 많이 기다려주셨죠.

 

V.G. 어떻게 보면 지훈은 너무 순하고 모범적이어서 자의식이 부족해 보이는 캐릭터예요. 지훈이 마음에 안 든 적도 있었을 것 같은데….

강동원 중간에 ‘다찌마와 리’ 액션도 했는데…. 대본상에 우유부단한 면이 있긴 했죠. 나도 그런 부분이 약간 맘에 안 들긴 했는데, 일단 잔말 말고 해야 되니까 열심히 했어요. 캐릭터 자체가 워낙 여자들한테 잘해주는 캐릭터니까…. 지훈이가 금희를 너무 좋아해서 사귀다가, 또 은희가 너무 좋아지고 그런 게 아니었잖아요. 사실 지훈이 스토리에 보충이 필요했는데, 시간도 없고 내 스토리 중심이 아니니까 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중간에 감정 처리를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도 했었죠.

 

V.G. 모델로 활동할 때도 그렇고, 동원 씨처럼 늘씬하고 잘생긴 사람들은 카메라를 무서워하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해도 잘 나오잖아요.

강동원 안 그래요. 나도 앵글이나 조명 같은 거 신경 많이 써요. 이상하게 나올 때도 많고, 불안할 때도 많아요.

 

V.G. 그 긴 다리는 누구한테서 물려받은 거예요? 누굴 닮은 거죠? 

강동원 집안이 다 키가 큰 편이에요. 얼굴은 어머니를 많이 닮긴 했는데, 웃을 때는 또 아버지 같다고 그러던데요.


V.G. 모델 활동할 때랑 연기자가 된 후에 팬들의 반응 수위가 엄청나게 달라졌을 텐데, 어색하진 않아요?

강동원 어색하진 않아요. (V.G. 어, 왕자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모델 할 때부터 사람들이 알아보는 데 익숙해져 있고, 어색하진 않은데…. 어색하다기보다는 요즘엔 길에 잘 안 나가게 됐어요. 시간도 없지만, 한번 나갔다가 팬들한테 붙잡혀서 혼난 적이 있거든요. 길 한가운데서 사진 찍히고, 같이 사진 찍어주고, 사인해주고 그러니까 창피하더라구요. 확실히 반응이 다른 건 모델 때 촬영하러 나가면 열댓 명 모이거든요. 그런데 드 

라마는 한 번 방영될 때마다 팬들이 수천 명씩 느는 거예요. 공중파의 위력이 이런 거구나 느끼고 있어요. 


V.G. 그런 걸 즐겨보면 어때요? 사람들이 아무한테나 사진 찍자고 하는 거 아니잖아요.

강동원 (시무룩한 표정으로) 재미없던데…. (그때 갑자기 들리는 휴대폰 벨소리. “오빠야, 오빠야가 온단다.” 매니저가 옆에서 장난 치고 있다.) 크크크, 두나 누나다. 저거 두나 누나 대사예요.

 

V.G. 직접 보니까 생각보다 말랐는데, 운동은 잘하는 편이에요?

강동원 나는 마른 게 좋아요. 그래서 콤플렉스 같은 건 없어요. 예전에는 운동은 다 자신 있었는데, 드라마 하면서 매일 차에 앉아있고, 먹고, 자고 그래서 운동을 아예 못했어요. 운동 중에는 축구가 제일 좋아요. 축구 시작한 지 오래 됐거든요.

 

V.G. 축구가 왜 좋아요? 사람들은 축구가 제일 직접적이고 원시적인 운동이라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 건가? 

강동원 한 골 넣었을 때 그 쾌감은 장난 아니에요. 야구는 안타 하나 쳐도 기분 안 좋잖아요. 그냥 ‘야~’ 이러고 마는데 축구는 한 게임 뛰면서 한 골 넣으면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기분 좋아요. 생각해보세요. 1시간 이상 죽어라 뛰다가 한 골 넣으면 제정신 아니죠.

 

V.G. 예민한 편이에요? 

강동원 예전엔 성격이 예민했죠. 예민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3년 전쯤.

 

V.G. 그때는 모델 데뷔 전이었잖아요. 학생이었을 텐데, 예민할 게 뭐가 있어요?

강동원 난 지금보다 그때 고민이 더 많았어요. (V.G. 무슨 고민이요? 진로 문제? 연애 문제?) 자세히 말할 순 없어요. 그런 일이 있었어요.

 

V.G. TV에 출연한 자신을 보면서 아쉬운 부분은요? 화면발(!)은 잘 받는다고 생각해요?

강동원 아니요. 마음에 안 들게 나오는 부분도 있어요. 딱 집어서 말하긴 그런데, 처음이라서 나도 문제가 많았던 것 같아요. 담에 더 잘해야지.

 

V.G. 여자 친구 얘기해줄 수 있어요? 

강동원 아뇨. 있다는 것 정도만 얘기할래요. (V.G. 여자 친구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 정도는 물어봐도 되겠죠?) 흐흐, 안 돼요. 있다는 건 당연히 얘기할 수 있지만 더 이상 밝히지는 않을래요. 알려진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다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V.G. 모델 활동을 하긴 했지만, 드라마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제 동원 씨는 완전히 사람들 가운데로 던져진 건데, 기분이 어때요? 

강동원 조금씩 부담이 되고 있어요. 전에 못 느끼던 것들, 걸어가다가 사람들한테 잡히고, 팬들이 집으로 찾아오고 그런 일들이 생기니까. 얼마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담배 사러 가는데, 팬들이 집 앞에 서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일은 익숙해질 것 같지 않거든요.


V.G. 영화에도 출연할 거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떤 작품이에요?

강동원 영화는 아직 이른 것 같고, 드라마를 한 편 정도 더 하려구요. 아직 ‘강동원’이라는 이름이 낯선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내 이미지나 색깔을 더 확실하게 심어줘야죠.




인터뷰 하다 또 축구 얘기ㅋㅋㅋㅋ 마른 거 좋아하는 거 지금까지 잘 실천해주심ㅠㅠ

근데 축구 어쩐지 영화랑 비슷한 거 같다 ㅇㅅㅇ

중요한 순간에 냉철한 거 지금이랑 똑같네 

인터뷰 존대로 되어있어서 좋음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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