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성: 취재 때문에 나영이, 동원이랑 교도소를 찾아갔는데, 동원이가 그러는 거예요. 자기 좀 유치장에 넣어달라고. 3일이나 4일 정도 독방에 있겠다는 거예요.
공지영: 그때 이 사람이 보통 각오가 아니구나 하고 느꼈어요.
송해성: 빈방이 없어서 결국은 실행에 옮기진 못했죠.
공지영: 제가 요즘도 한달에 한번씩 사형수들을 찾아가는데, 영화 촬영 다 끝나고 이나영씨랑 강동원씨가 찾아온다고 연락이 왔어요. 영화 찍기 전에 사형수들 만나서 두어번 같이 밥을 먹었는데, 그때 약속을 했대요. 영화 끝나면 다시 찾아오겠다고. 사실 촬영 전에는 취재를 위해 왔어야 했지만, 끝나고 나서는 꼭 올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근데 두 사람이 정말 오겠다고 해서 속으로 젊은 배우들인데 정말 좋은 사람들이구나 생각했어요.
공지영: 영화 캐스팅 발표되기 전에,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갔는데 갑자기 강동원씨가 절 만나고 싶다고 요청을 했어요. 마침 <형사 Duelist>로 이명세 감독님이랑 독일에 와 있더라고요. 그래서 만나러 갔는데, 너무너무 잘생긴 사람이 나온 거야. 강동원씨가 저에게 윤수라는 인물을 어떻게 생각했으면 좋겠냐고 묻기에 딱 한마디했어요. <장발장> 같은 작품을 보면 파리 지하에 있는 하수도가 나오잖아요. 평생을 그런 하수도에서 살던 한 남자가 처음으로 지상에 나와서 파리의 휘황한 거리를 봤을 때의 그 느낌으로 윤수를 만들었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아, 충분합니다 하고 대답하더라고요.
송해성: 제가 원래 길게 찍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만남의 방 마지막 촬영 때 두 배우를 불렀어요. 콘티가 원래 24컷이었는데, 한컷으로 가야겠다고 말했죠. 그랬더니 둘이 화들짝 놀라더라고요. 우리는 그런 거 한번도 해본 적 없다고 하면서. 그래서 “아냐, 너희들은 할 수 있어. 한번 해보자”고 설득했죠. 그렇게 4분20초 정도를 한컷으로 찍었어요. 딱 완성을 했더니, 둘이 팔짝팔짝 뛰면서 너무 행복해했어요. 그날 아침 8시까지 같이 술을 마셨어요. 저도 기쁘더라고요. 이나영, 강동원이 갖고 있는 잠재성을 일깨울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영화가 제게 가져다준 가장 큰 기쁨 중 하나예요. 사실 이 친구들이 얼굴 때문에 연기가 폄하되는 부분이 있잖아요.
송해성: 이 소설을 영화화한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 배우의 절반은 다 하고 싶어했어요. 하도 난리를 하니까 확 결정을 해버렸어요. 이나영이야 워낙 작품을 많이 봤었고, <영어완전정복>의 깜찍한 연기를 정말 좋아했어요. 근데 강동원은 좀 망설였죠.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보니까 연기를 좀 하더라고. 근데 <늑대의 유혹>은 워낙 나랑 스타일이 달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우산을 탁 쓰고 얼굴 싹 나오고 그러는데, 도저히 못 보겠는 거야. 아, 이 친구랑 영화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DVD 부록으로 강동원 브로마이드가 있었어요. 굉장히 고독하게 찍힌 사진이 있었는데 윤수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수에 차 있는 그 모습을 보니까 이 친구랑 영화 찍어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늑대의 유혹에서 이명세 감독은 슬픈눈을 보고 송해성 감독은 윤수를 발견하고 금광이구나 ㅇㅅㅇ~
개봉 당시 인터뷰 읽다가 앞부분에도 참치 관련 언급 있어서 좀 가져옴
코멘터리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 있어서 좋았는데 카메라 앞에서 열심히 묵묵하게 연기하는 게 참 뭉클했고
영화에서 만남 초반에 날서있는 모습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