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기가 복합기 바로 옆 자리라서
이것저것 복사 부탁이나 스캔이나 팩스같은거 많이 해
나 같으면 좀 귀찮고 짜증났을텐데
동기는 웃으면서 전혀 짜증난 기색 없이 다 해주더라
이 동기가 싫은데 좋은 티 내는 사람은 아니거든
그래서 뭐 저런거 하는걸 별로 안 귀찮아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방금 대리님이 진짜 중요 서류인데
자기 컴퓨터에서 프린트가 안된다고 동기한테 파일 보내줄테니
대신 좀 출력해달라고 한거야. 그래서 동기가 알았다 하고 프린트하고
대리님 갖다드리는것 까진 괜찮았는데
자리로 돌아오면서 프린트에서
종이 하나를 더 꺼내서 자기 자리로 가져오더라
슬쩍 보니까 아까 대리님이 부탁한 프린트더라고
그리고 서랍 열어서 봉투 하나를 꺼내고 거기다 넣는거야
근데 그 서랍안에 꽉 찬 봉투가 한두개가 아니었어
진짜 봉투 전용 칸이라도 되는것처럼 봉투만 있었어
뭔가 이상하잖아, 자기 서류도 아닌걸 왜 두개 뽑아서
자기가 보관해..? 게다가 그 서랍만 자물쇠 있어.
좀 쎄해서 방금 동기 잠깐 심부름 나간 사이에
몰래 동기 자리에서 열쇠 찾아서 서랍 열어봤는데...
솔직히 나도 몰래 훔쳐보는거 안좋은거 알아,
근데 이게 느낌이 너무 이상해서.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근데 봉투들에 담겨있는게 다 서류인거야..
팩스 왔던것들 복사본부터 중요하고 기밀이라 사용하고
바로 폐기해버려야 하는 서류들도 다 있고
심지어 회사 사람들 개인적인 문서들도 있어,
통장사본이나 등본,초본에 진짜 개인적인 출력파일 같은거
회사 법인인감증명서같은 회사 정보 중요 서류들도 있고...
여튼 2년동안 부탁받은건 다 있는거 같더라
물론 내것도 있었어, 개인적인것도.
그거 보고 좀 놀라서 이게 뭐지....
하고 멍때리고 있었는데 스캔파일들이 생각나서
봉투들이랑 서랍 원상복귀 시키고 동기 컴퓨터를 좀 열어봤어,
근데 이것저것 열어보다가 어떤 한 폴더에서 파일들을 찾았는데
지금까지 누가 부탁한것부터 그냥 프린트한거
팩스 받아서 전달한것까지 다 스캔되어 있어.....
세부적으로 누구 파일인지까지 다 폴더로 나뉘어져 있고..
게다가 메인 폴더 이름이 '취미' 야...ㅋㅋㅋㅋㅋㅋㅋ
그거 보는데 동기가 와서 뭐하냐고 하는거야
그래서 내가 ㅇㅇ씨 컴퓨터 마음대로 봐서 미안한데
급하게 필요한 파일 좀 찾으려고 열어보다가 이런걸 발견했다
근데 이거 뭐냐, 왜 이런거 보관하고 있냐
본인 파일도 아닌걸 취미라는 이름에 폴더에 넣어두는건
대체 무슨 의미냐고 좀 따지듯이 물어보니까
잠깐 정색하고 화면 좀 쳐다보더니 바로 웃으면서
아 이거 부탁받은것들 혹시 나중에 원본 잃어버리거나 해서
찾으실지도 모르니까 백업 겸 보관하고 있던거에요ㅎㅎ
그냥 제가 뭐든 백업하는 버릇이 있고 정리벽이 좀 있어서..
이름은 할게 없어서 그냥 붙인건데..백업도 나름 취미니까요^^
저도 넣어두고 열어보지도 않아요~ 이걸 뭐하러 봐요~ㅎㅎ
음..혹시 좀 걸리시면 ㅇㅇ씨꺼는 지울까요?
이러는데...이거 좀 쎄하지 않아? 나 너무 예민한거야..?
암만 봐도 이거 좀...평소에 굉장히 성격 좋은 사람이었는데..
뭔가 좀..여튼 지금 굉장히 기분 이상하고 혼란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