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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일하고 싶어했던 고딩 때 나년의 대가리 깨고싶다

무명의 더쿠 | 08-25 | 조회 수 11268
고딩때 홀린듯이 보건의료쪽으로 진로 정해서
대학 보건 쪽 전공 즐겁게 하고 운 좋게 자리가 나서
취업 일찍했는데


너무 끔찍한 2년이었다
겨우 퇴사했어...
퇴사당일까지도 너무 바쁘고 힘들었어서
다음날 눈 떴을 때 출근해야하는거 아닌가 퇴사는 꿈이었을까 하면서
출근 왜 안하냐고 연락 올까봐
핸드폰 붙잡고 출근시간 1시간 지날 때까지 아무것도 못했었어


사수는 10년차 프로 월루러여서 온갖일은 다 내가 하고
환자한테 욕먹고 부서장한테 욕먹고 사수한테 욕먹고

사수가 일은 안가르치고 맨날 병원 내 카페에서 음료 사먹으면서
의사들이랑 농담 따먹고 다른 부서 가서 놀다 오고

그러니 같은 부서 다른 동료들은 날 틈만 나면 무시하고
그것도 혼자 못하냐며 머리 쥐어박고 그랬다
일 한지 한달도 안됐었는데 ㅎㅎ...

병원 특성상 언제나 바쁘고
궂은 날씨엔 짖궂은 환자 오고
좋은 날씨엔 환자가 너무 많이 오고
남들 쉬는 날엔 더 많이 오지

한달 중에 내가 쉬는 토요일은 딱 한번이었어
평일에도 한달에 하루 쉬긴 해

근데

퇴근 후랑 off인 날은 잠만 잤어

취미생활, 운동, 친구만나기 하나도 못했다

출근시간은 또 드릅게 일찍이지
환자들은 너무 많아서 진료시간은 매번 넘어가고
겨우 다들 진료가 끝났다 싶으면 원무팀 정산 끝날 때까지
퇴근 못하고....

각종 신임평가 인증평가에 권역으로 지정되려고
병원장은 우릴 걸레짜듯 쥐어짜고

야근수당이 뭐지

몇달 온 몸과 정신을 다 갈아내고 평가에서 성적 우수하게 받아도
꼴랑 2-30만원...

나 퇴사하고 알았는데 다른곳은 휴가비라는것도 있더라?

시발 연차 한번도 못쓰고 퇴사한게 말이 돼?
그만두려하니까 남은 연차 다 쓰고 가라더라ㅋㅋㅋㅋ
근데 그것도 말만 그렇지 진짜 연차 쓸까봐 내 눈치 존나 보더라

다른 동료 분만휴가 가도 대체인력 안구해주고
그나마 잡일이라도 시키라고 알바생 데려다 놓고 온갖 생색 내놓고
사수일+알바뒤치다거리+분만휴가 간 동료의 일+그리고 내 일


무묭씨가 손도 빠르고 일도 잘하니까 알바생 뽑을 필요도 없었네


하....
팀 중 막내라서 싫은소리 한번 못내봤다
다들 같은 대학 출신끼리 연차 10년씩 달고 있고...
내가 못하면 이제 3년차인 내 학교 선배가 욕 먹는것도 싫고
앞으로 들어 올 내 후배가 욕 먹는것도 싫고

그래도 분만휴가 간 동료가 빨리 돌아와서 다행이지..
원래 내 일도 아닌데...사수 2명 모시고 일하는거 너무 거지같더라

근데 분만휴가 끝난 동료도 불쌍하더라 3개월밖에 못 쉬고
난 애 낳고 3개월 만에 복직할 수 있을까?
이 시끄럽고 지랄맞은 곳에서 뱃속의 태아가 안전할까?
동료 여러명이 애기엄마들인데 자연분만 1명도 없었어

다른부서는 고용노동부에 걸려서 다들 1년씩 쉬더라
거기는 우리랑 다르게 인력도 바로바로 구해지니까


원래 나는 승진대상자였어
근데 갑자기 낙하산이 내가 앉을 자리에 착지해버리더라
거기다 일은 또 더럽게 못해ㅋㅋㅋㄱㅋㄱㅋㅋㅋ



하.....이 바닥 좁디 좁은거 알았지만
어디서 저런걸 주워다 왔는지 시발^^




병원을 1년에 한번도 안가던 나였는데
거의 매일 병원에 있는 나도 낯설지만
아파서 쓰러질것 같은데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두고도
진료 볼 시간이 없더라

점심시간은 고작 30분, 직원식당 줄은 길기도 하고
외식할 곳은 마땅치 않고...
없는 시간 겨우 쪼개서 원외약국에서 약 사먹는게 다 였어


생리불순 부정출혈 몇달 내내 생리대 차느라 짓무르고
역류성식도염으로 소리도 못지를 통증에 새벽마다 깼다


나 퇴사전에 뭐했는지 아냐?
저 위에 언급한거 다 하면서 부서 내 부서장 제외하고
직급 별로 업무 메뉴얼 만들었다 시발....

10년 넘은 이 부서에 체계라곤 1도 없다
내가 그 동안 부장 바로 밑에 사람꺼 일까지 하면서
체득한것들로 업무 메뉴얼 만들어서 프린트했다ㅠ


원래 내 다음 사람 인수인계 해주려고 만들었는데
사수 꼬라지 보니까 누굴 가르칠 사람이 아니라서
0부터 100까지 A부터 Z까지 다 만들었다

왜냐면 내 다음 사람이 0부터 100, A-Z를 다 해야하니까

진짜 나없이 이 부서 어떻게 굴러갔지?
자의식과잉 아니고...
내가 들어오기전에 나간 사람이 했다더라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ㄱ

그 사람도 나랑 같은 이유로 퇴사했어

어떻게 아냐고??

알고보니 나 학교 선배였다
만나서 화장실도 안 가고 하루종일 팀 ㅈ같다고 깜


내가 일한 팀만 ㅈ같냐고? 아니ㅠ



아이 거참! 그냥 해줘~! 진료과장님
아 다 짜증나죽겠어요 제가 얼마나 바쁜지 알아요? 또는
잠수 타는 전공의.....
시발 지 환자랑 미완성한 기록 냅두고 어디로 튄거야ㅠ



어머 그건 몰랐네 밑에 애들한테 전달할게^^ 수쌤
그거 우리가 왜 해줘야해요? 수쌤한테 말해볼게요 책임간호사


맨날 일만 터지면 우리팀 탓하고 의심하는 원무팀....


진상환자랑 보호자 예민환자랑 보호자


이 틈에 끼어서 눈치보고 어르고 달래고


전공이 이쪽이라 시발 퇴사해도 들어갈 곳이 병원
아니어도 환자 상대하는 공단 정도겠지



공부하다가 나한테도 너무 화나고
병원 ㅈ같아서 씀


나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심리상담사 원무과직원 심사청구직 코디네이터 중 아무것도 아님^^

차라리 저렇게 이름 대면 아는 직종이었으면 좋겠다 하하하하하


아마 내가 일한 병원이 제일 ㅈ같아서였을거야
다른 병원에서 일하면 괜찮을거야...라고 다짐하면서 취준한다


근데 또 그러면 진짜 모르겠다


나 뭐하고 살지


마무리하려했는데 더 쓰고 갈래

내가 일한 병원 이 지역에서 이미지 제일 좋고 제일 오래 됐고 실제 각종 평가에서 성적 좋거든?? 근데 그거 다 직원들 머리카락 한 올까지 다 갈아서 만든거...또 근데 그 중에 내 사수같은 년은 일은 조또 안하고 맨날 직장에서 폰 만지고 놀면서 온갖 생색 다 낸다^^ 그 무리가 있는데 시발 왜 고나리 안당하지? ㅋㅋㅋㅋㅋㅋㅋㄱㅋㅋㅋㅋㅋㅋ
거기도 막판에 살뺀다고 운동하다 다쳐서 입원해서
나 퇴사 못할뻔했다 진짜 ㅡㅡ




ㅠ 존나 이딴글 누가 읽어줄까싶지만 고맙다


아무한테도 피해주지 말고 적당히 월루하는 직장 다니면서
행복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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