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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선임사원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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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8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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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모자람도 있고 많이 못 배운거 인정해서 '일이라도 열심히 하자' 주의인 사람임.

나 회사 입사하고 아직 몇 년 안 됐지만 늦게 입사해서 걱정도 많았고 한 번 덤벙거리고 실수하면 며칠 생각날 정도로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지금까지 버텨왔는데 우리팀 내 맞맞 선임사원 덕분에 퇴사 생각이 조금 나서 더쿠에 한 풀이 한 번 해봄.


나 = 뚱이

로 호칭 좀 변경하겠음.


선임사원은 진짜 일도 엄청 오래했고 엄청 똑똑함. 내가 입사하고 처음에는 다 모르니까 실수 안 하게 도와주려고 처음부터 차근차근 일도 봐주면서 꼼꼼하게 가르쳐주고 못 해도 월에 한 번씩은 꼭 팀원들 같이 밥 먹자고 화-목 사이에 시간 잡아서 퇴근하고 같이 밥도 먹으러 감. 한 달 도 거른 적 없었음.(물론 밥 값은 서로 번갈아가면서 냈음)

평소에 일은 열심히 안 하지만 그래도 착한 선임 밖에서는 정말 좋은 형 같은 느낌이었음. 

내가 입사 후 일수로만 딱 1년차쯤 되었을 때(?) 정말 내가 선임한테도 엄청 잘 해드리려고 하고 생일이며 어디 아프면 약도 챙겨드리고 평소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그랬었음.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잘 하지 않았던 여자 이야기를 시작하는거임. 혼자 오래사시기도 했고 그래서 외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음. 


" 뚱아, 너 인스타 좀 해?"

" 네 계정은 있는데 안 한지 오래되긴 했어요~"

" 이거 봐봐~"


하면서 수영복 입은 여자 영상들, 해외 클럽에서 노는 여자 영상들, 워터파티(?) 하는 여자 영상들 등 여자 영상들만 계속 보여주면서 여미새의 느낌을 물씬 풍기며 얘기하기 시작함. 이때 좀 확실하게 주제를 끊었어야 했는데 못 한 내 실수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기 시작함. 


점차 여자들에 대한 평가나 몸매, 외모, 재력 등 수위가 높아지더니 글로도, 말로도 담기 힘들 정도의 언행을 나한테 자랑하듯 떠벌리기 시작한거임. 누가 들으면 '선임이 정말 아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얘는 뭐가 어떻더라~쟤는 뭐가 이렇더라~ sns에서 여자들 얼굴 보면서 내가 아는데 얘는 눈 했어, 쟤는 뭐 맞았어, 걔는 몸에 뭐 했어, 그러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새삼 내가 남자라는게 너무 혐오스럽게 생각이 들더라. 대화만 하면 여자에 대한 평가 이야기, 해외여행(동남아) 나가고 싶다는 이야기, 그러다보니 점차 나도 대화가 지쳤는지 대화를 조금씩 덜 하게 됨.


근 2년 전부터는 대화의 방식도 이상해지기 시작함. 예를 들어서 화장실에서 볼일보고 손을 씻어야 하면 비누랑 손 세정제가 있는데 내가 비누를 들면 뭔가 잘못 했다는 눈으로 쳐다보면서 왜 비누를 쓰냐고 물어봄. 둘 다 세정하는건데 저는 집에서 비누를 써써 편하다 대답하면 버릇처럼 하는 말이 꼭 답 주기 전에


"내가 해봐서 아는데~/내가 써봐서 아는데~/내가 어디서 일 해봐서 너보다 더 잘 알아~"


식의 이상한(?) 화법으로 대화가 시작됨. 아까 질문의 경우에는


"내가 써봐서 아는데 확실히 비누보다 세정제가 덜 더러워. 너도 세정제 써~ 관리도 편하고 좋아."


사용의 자유는 인정해주는 듯 하면서 또 맞는 말은 적절하게 섞어서? 하는 말이니 아니라고 부정하기도 그렇다고 대답하기도 너무 껄끄러워서 그냥 


"아~ 저는 집에서 비누써서 그런지 아직은 이게 조금 더 편한데 비누 다 쓰면 한 번 써봐야 겠어요~" 


하면서 넘어가는 정도임.


회사 사람들이 잘 어울려서 노는듯 회사사람들하고 겉도는 듯한 느낌이 조금 들 때 쯤 최근에 왜 사람들이 같이 밥을 안 먹는지 이유를 알게 됨. 평소에 업무가 분담되어서 밥을 1팀이 반반 나눠서 먹고오고 그러는데 나랑 항상 엇갈려서 같이 먹을 일이 없었는데 내가 편성이 바뀌고 같이 밥을 먹으러 갔음. 구내식당에서 밥을 받고 오면 일단 앉아서 티슈로 테이블을 한 번 닦아내고 휴대폰을 꺼냄. (이어폰 X) 소리를 한 3/4 정도 키워놓고 유튜브를 틀어놓고 애니, 해외 클럽영상, 해외로 결혼해서 간 여자들 생활하는 브이로그?영상, 여름에 여자들 물놀이 영상 등을 틀어놓고 막 보면서 밥을 와구와구 먹음. 그리고 밥을 다 먹으면(선임이 밥을 좀 빨리 먹음)계속 유튜브를 보면서ㅋㅋㅋㅋ갑자깈ㅋㅋㅋㅋㅋㅋㅋ 트림을 한 3-4번 갈김. 나머지 사람들이 밥을 먹고있는 와중에도 트림을 무슨 용트처럼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많이 안 겪어본건 아니지만 바로 옆에서 밥 먹는데 갑자기 속이 너무 울렁거리는거임. 물론 생리현상이라 나도 뭐라할 자격은 없지만 너무 과한 것 같아서 한 번 얘기함.


"ㅋㅋㅋㅋㅋㅋ아직 식사하시는데 트림은 조금 잔혹하신 것 아닙니까?"


한 2-3초 쳐다보더니 대답도 없이 갑자기 티슈를 꺼내들고는 코를 막 풀기 시작하더니 본인이 감기에 걸려서 코 좀 풀겠다 하며 한 3번 더 코풀고는 갑자기 이빨에 뭐 끼었을 때 쩝쩝?거리는 소리를 남은 사람들이 밥 다 먹을 때까지 하면서 유튜브 보다가 다 먹고 일어나서 같이 이동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담배도 한 대 피우고 다시 들어감. 


그리고 그 후로 밥 먹을 때마다 먼저 다 먹고 트림을 꼭 3-4번씩 하고 코를 풀고 쩝쩝거림을 매 밥먹을 때마다 반복하는데 정신적으로 너무 스트레스가 쌓여서 잠이 안 와가지고 한 번 신세한탄 해봄. 회사자체는 힘은 좀 들어도 복지나 식당밥 등 나쁘지 않아서 정년까지 다니고 싶은데 최근 들어서 퇴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나도 정말 멍청하고 이런건 그냥 얘기하고 넘겨도 될 부분인데 신경쓰고 스트레스 받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웃기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아직 굶으면서 일자리도 못 구하던 멍청하던 때를 생각하며 씁쓸한 허무함을 느끼게 됨. 


덬들아 내가 회사에서 선임사원과의 생활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줘.


(세상 모든 사회인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걱정해주신 덬님들 감사드립니다!! 이후에 혹시나 후기 생기면 알려드리겠음!!! 그래도 해주신 위로들 덕분에 마음과 자신감에 좀 힘을 얻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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