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합격한 것도 아니고 정시 원서 냈다는데 뭐 어쩌라고 싶음
도와줄 것도 아니면서 말로만 걱정하는 척 우리집 어지간히 후려쳤거든
그집 애들도 내또래인데(동갑, 4살아래) 초등학교 때부터 돈 많아서 대치동 일대일 과외를 허구헌날 처발라도 단 한 번도 나보다 성적 좋았던 적이 없었어
나는 학원 한번 안 다니고도 매번 전교1등 놓치지 않았는데 이거 가지고도 후려친 말이 애가 저렇게 똑똑한데 지원도 못해주는 못난 부모라더라ㅎ..
자기였으면 유학을 보내고 팍팍 밀어줬을 텐데 부모 잘못 만나서 어쩌냐는 말을 고등학생인 내 면전에 대고 했던 것도 기억남
나도 지금도 약간 후회하고 부모님도 미안해하는게 그당시에는 국가장학금이 없어서 서성한 합격하고도 돈이 없어서 완전 하향안정으로 넣어놓은 두단계정도 아래 대학 4년 전장+면학장학금이라고 생활비 같이 지원해주는 장학금 있는 대학 갔던 거거든
근데 그 상황에서는 그게 최선이었는데 그걸로도 그해 설에 만나서 부모가 능력이 없으니까 애가 좋은 대학을 붙어도 낮춰야 한다고 쟤는 평생 저렇게 낮춰서 살거라고 부모가 구제불능이니 어쩔 수 없다고 혀 차서 진짜 그 때는 싸가지 없다는 욕 먹을 각오 하고 밥상 뒤집어 엎었어
그 과외 처바르던 동갑인 사촌은 수능날 배탈나서 말아먹었다고 하던데 솔직히 지 실력대로 나왔고 재수했는데 인서울도 못해서 결국 그당시 돈많은 집들에서 유행하던 1~2년은 한국대학에서 공부하고 나머지 기간은 미국대학 가는 프로그램으로 대학가서 정시로 그 대학 다니는 척 경영학과 다니는 척 하다가 개쪽 당한 적도 있었는데 부모나 애나 허영심 많은 건 똑같더라
얘보다는 4살 아래 사촌이 좀더 공부를 잘 했는데 나 대학 다니는 동안 명절에 만나면 항상 우리 애는 육사 가서 인생이 탄탄대로만 펼쳐져 있다느니 하면서 내 학벌로는 꿈도 못 꿀 부와 명예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여전하더라
근데 걔도 상대적으로 공부를 잘 했다는 거지 솔직하게 말해서 인서울 중하위권 간당거리는 성적인데 소위 말하는 꿈높 현시창이라서 현역 육사 광탈 재수때 프리미엄 기숙학원 가서 또광탈 삼수때 같은 기숙학원 가서 추합인가 암튼 거의 문 본인이 닫았다고 들었는데 지 생각보다 수능 잘 봤다고 서울대 간다고 또 기숙학원에서 사수했는데 내 대학보다 못한 대학 갔는데도 뭐 4차산업과 관련된 과라고 또 후려치대?
얘는 지 형 지 부모랑 좀 달라서 애는 순하고 착하고 어릴 때부터 나 잘 따랐고 서로 대학다닐때도 대학이 가까워서 유일하게 얘랑은 연락하고 가끔 만나서 밥 먹었는데 군대 갔다오고 착실하게 대학 다니다가 취준한다고 2년 전인가 휴학을 했어
중간중간 만나긴 했는데 뭐하고 사는지 몰랐다가 1월에 지가 밥 산대서 만났더니 자기 의대 가고 싶어서 수능 쳤다고 그러더라고
작년에는 기숙학원 갔었고 올해는 그냥 통학하는 학원 다니면서 공부했는데 지방 의대 아슬아슬할 성적이 나와서 걱정된다길래 얘 부모는 몰라도 얘 인생은 응원하고 싶어서 잘 될 거라고 격려해줬는데 명절에 또 사람 속을 뒤집더라
나보고 결혼적령기 지나서 어떡하냐 여자는 30대 중반 넘어가면 가치가 마이너스가 되는데 이러더니 뭐 자기 운영하는 회사에 결혼한 적 없는 노총각인데 사람은 착하다고 소개시켜주냐 이러길래 또지랄이네 하고 넘겼거든?
근데 갑자기 자기 아들 의대 갈거라고 너네 집안이랑은 스타트 지점부터 다르다 이러길래 참다참다 그냥 사수해서 의대 가도 힘들 판에 서른 넘어서 의대 가서 팔팔한 이십대들이랑 고생할 일만 남았는데 참 편안한 소리 하시네요 그럴 힘 있으면 보약이나 지으러 가시지 그래요? 했더니 뭐 질투에 눈이 멀어서 헛소리를 한대
그러면서 뭐 이번에 의대 못 간다고 해도 지들이랑 비슷한 급이라고 생각도 하지 말래서 또지랄이네.. 했는데 이번에 의대 못 가도 뭐 헝가리인가 어디 동유럽 의대 나와서 국시 치면 한국에서 의사할 수 있어서 그 유학도 알아보고 있다는데 진짜 더더욱 어쩌라고거든
어쩐지 지난 달에 얘 만났을 때 자기 부모님이 뭔 소리 해도 그냥 다 무시하라고 자기 대학 다닐 때도 너 인생 망했다고 너 인생 되찾으려면 의대 가는 수밖에 없다고 노래를 불렀다고 그래서 뭔 말인가 했더니 지들 자존심 채우려고 대학 잘 다니고 취준하는 애 흔들어서 의대준비 학원에 넣은 거였더라
대체 왜 우리집 못잃고 저지랄인지 진짜 알수가 없다
하긴 나 취준 좀 길어졌을 때 명절에 만나면 그렇게 얼굴에 개기름이 줄줄 흐르고 웃음이 가득하던데 대기업 입사하고 나니까 우거지 죽상으로 다닐 때부터 알아봤는데..
연말에 할머니 돌아가셨으니까 내년부터는 부모님도 명절에 그 집 만나지 말라고 했더니 부모님도 지쳤는지 그러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