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지금보다 나이도 어리고 연차도 적을 땐 안 그랬는데
나이도 서른 중반 되고 회사에서도 중간급이 되니까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내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져
예를 들어서 내가 지금은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데
내가 사람으로든 상사로든 정말 싫어하는 교수가 한명 있어
천상천하 유아독존에 직원들을 노예처럼 부리려고 하고
"내가 교수인데 당연히 직원인 네가 수발을 싹 들어야지"
이게 평소 마인드고 행동도 딱 저대로 하는 사람이야
이 교수 말고도 비슷한 이유로 싫어하는 교수들이 있는데
지난 주에 학교 행사로 이 교수가 강연을 했단 말이야?
평소에는 지 ㅈ대로 행동하는 놈이 무슨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인간관계니 자기관리니 뭐니에 대해 한 시간을 떠들었어
들을 때는 지나 잘하지 ㅂㅅ같은 새끼가 자기객관화 안 됨?
이러면서 들었는데 다 끝나고 나서 교수4 직원4 해서
뒷풀이를 가지는데 진심 내가 가식으로 점철된 것 같더라
그 교수가 나보고 강연 어땠냐 선생님은 뭘 느꼈냐 하는데
예전에는 내가 맘에도 없는 소리 하는게 티 난다고 느꼈거든?
이런 상황에서 좀 움찔한다거나 말에 마가 뜬다거나?
근데 진짜 준비한 대사마냥 뇌를 안 거치고 줄줄 나오는거야
평소에도 좋은 분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강연 들으니까
평소의 그 덕망이 괜히 나온 게 아니라고 느꼈다~ ㅇㅈㄹ
그런 식으로 말해서 분위기 하하호호 잘 끝나긴 했는데
집 와서 누웠는데 내 행동에 대해 자괴감이 너무 드는거야
이제는 그렇게 내 마음에도 전혀 없는 소리하는 게
양심에 걸리지도 않는 내가 혐오하던 인간이 되었구나 싶은?
심지어 저 상황이 술 어느 정도 먹은 2차에서 나온 거라서
대학생 때는 좀 취해서 평소에 ㅈ같이 생각하던 선배한테
필터 없이 개지랄도 했는데 이젠 취해도 가식적이구나 싶더라
며칠째 진실된 나는 없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아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