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의 상사와 같은 부서였던 건 10년
일을 같이 한 건 5년
남들이 넌 그의 오른팔이다 라고 말하게 된 지 3년
그 3년동안 정신과 약을 먹기 시작했고
좋은 평가와 파트장이란 직함이 생겼고
상사는 나를 손발뿐 아니라 대신 생각하고 고민하고 작문도 해주는 존재로
수시로 너를 신뢰하며 너는 노답이고 너는 여자이니 블라블라 니 생각은 중요하지 않고 부서의 미래계획에 대해 너도 고민해야한다고 했지
출퇴근 한번 마음 편하게 시켜준 적 없었어
나름 상호간의 교류라는 것이 있다고 믿었을 땐
이러이러한 부분은 좀 바뀌옸으면 좋겠다고 직언도 해봤는데 뭐..
의사에게 진단서 날짜를 받았고
인사담당자와 면담을 끝내고
이동하려는 부서 그룹장과 실무자에게 다 이야기가 된 후에
오늘 다음주부터의 병가를 통보했어
뒤통수를 쳐야만 했냐
조율해줄테니 다시 생각해봐라
뭘 바꿔야겠냐
뭐가 힘드냐
이미 수년간 얘기했던 내 말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그런 척 하는걸까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며 면담을 끝내고
자리에서 본인이 넘긴 수많은 업무를 하던 나한테 대충 정리하고 들어가보라는 얘기에 헛웃음이 나더라
뒤통수 맞았다니 새삼 유쾌하고
섭섭하고 막막하다 하니 뿌듯해
있을 때 잘해주라고까지 했으면 알아들었어야지
아오 상쾌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