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티 번역
“촬영 현장 모두와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20년간 배우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울어본 건 처음이에요.”
― 뷰티 인사이드 때도 인터뷰를 했었죠. 이번 익명의 연인들 제안을 받고 도전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궁금해요.
“이 작품의 프로듀서가 바로 뷰티 인사이드의 프로듀서님이셨어요. 그 후로도 여러 작품을 함께하면서 깊은 신뢰가 쌓여 있었죠. 제가 유럽에서 CF를 찍고 있을 때 그분한테 전화가 왔어요. ‘잠깐 바꿔볼게’ 하시더니, 갑자기 오구리 슌 씨가 전화를 받는 거예요! 놀랄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프로듀서가 ‘내년 스케줄 비어 있어?’ 하고 물어보시면서 작품 제안을 주셨어요.
신뢰하는 분의 제안이기도 했고, 언젠가 일본에서도 더 많은 일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도전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대본을 받아 읽어봤는데 정말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이거 해야겠다!’ 하고 바로 결심했어요.”
― 특히 자동차가 멈춰서 대화하던 장면, 오구리 씨와의 호흡이 너무 자연스럽고 코믹했어요.
“현장 분위기에 따라 연기가 바뀌는 경우가 많았어요. (오구리) 슌 씨나 아카니시 진 씨 모두 굉장히 자연스러운 분들이라, ‘연기한다’는 의식 없이 현장에서 편하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코미디처럼 일부러 계산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순간의 공기에서 나왔던 장면이에요. 나중에 완성본을 보니 정말 재밌게 편집돼 있어서 기뻤어요. 그건 다 함께 만들어낸 현장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 현장에서 애드리브도 있었나요?
“저는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촬영 전에는 일본어 선생님께서 녹음해주신 발음을 매일 들으며 연습했어요. 억양까지 완벽히 외워서 현장에 갔기 때문에 초반에는 애드리브가 거의 불가능했죠.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면서 후반부엔 조금씩 애드리브도 할 수 있었어요. ‘지옥귀네요(地獄耳ですね)’라는 대사는 실제로 제 애드리브예요. 또 대본 수정 회의가 거의 매일 있었기 때문에, 대사도 수시로 바뀌었어요. 정말 쉽지 않았죠. 평소에는 작품이 끝나면 대사를 금방 잊는 편인데, 이번 작품 대사는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남아요.”
― 일본어 실력 향상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한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해주셔서 정말 기뻐요. 사실 엄청 걱정했어요. 괜히 민폐가 되면 어쩌나 싶기도 했고요. 그동안 일본어 대사가 있는 작품을 몇 번 했지만, 이렇게 긴 촬영은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일본에서 오래 머물다 보니 자연스럽게 조금씩 늘었어요.
특히 지난 1년은 정말 열심히 했어요. 배우 후쿠나가 아카리 씨가 1년 동안 제 일본어 선생님으로 함께해줬거든요. 진심으로 헌신적인 분이라 너무 감사했고,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한국 배우로서 일본에서 잘 해내고 싶었고, 제가 노력한 걸 보며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고 느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촬영이 끝나고 안도감이 몰려올 때마다 눈물이 났어요. 모두와 헤어지는 게 너무 힘들었고, 배우 생활 20년 동안 이렇게 울었던 적은 처음이에요.”
“오구리 슌 씨는 정말 고마운 존재였어요.”
― 오구리 씨는 어떤 존재였나요?
“정말 고마운 존재였어요. 자주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챙겨주셨어요.
저는 슌 씨를 ‘오빠(オッパ)’라고 부르는데, 단순한 동료가 아니라 친구처럼 가까워진 느낌이에요. 앞으로도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 요즘은 한효주 씨처럼 일본에서도 활약하는 한국 배우들이 많아졌는데, 인상 깊게 본 작품이 있나요?
“심은경 씨의 신문기자를 봤어요. 앞으로도 이런 배우들이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하고, 정말 기대돼요.”
― 예전부터 일본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셨죠. 최근에 본 작품이 있나요?
“이번에는 조금 일찍 일본에 와서 *국보(国宝)*를 봤어요. 원래 이사오 유키사다(李相日) 감독님의 작품을 좋아했는데, 이번에도 출연진들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어요.
한국에서는 3시간짜리 영화는 드물거든요. 그 정도로 긴 작품은 제작비를 모으기도 쉽지 않아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드라이브 마이 카처럼 장편 영화가 꾸준히 만들어지고 상영될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 그렇다면, 요즘 한국 영화계의 흐름은 어떻게 보고 있나요?
“요즘 한국 영화 시장은 조금 어려워진 것 같아요. OTT 플랫폼 덕분에 영화를 바로 볼 수 있어서, 관객 수나 제작 편수도 줄어들었어요. 영화 팬으로서는 안타깝죠.
그래도 앞으로 분명 새로운 변화가 일어날 거라 믿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박찬욱 감독님의 신작 NO OTHER CHOICE도 개봉했잖아요. 큰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규모가 작더라도 ‘한국이기에 만들 수 있는 작품들’이 계속 만들어지고, 또 그런 작품들이 흥행하길 바랍니다.”
― 한효주 씨의 최근 작품 독전 2에서는 기존 이미지와 다른 강렬한 연기가 인상 깊었어요. 이렇게 다양한 역할에 계속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나요?
“지금까지는 그랬어요. 새로운 도전을 좋아했고, 여러 가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죠. 하지만 요즘은 ‘도전도 좋지만, 잘할 수 있는 일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 익명의 연인들도 그런 마음에서 선택한 작품인가요?
“그렇죠. 이 작품 자체가 큰 도전이었어요. 오히려 이 작품을 하면서 그런 마음가짐이 생긴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도 중요하지만, 이미 내 안에 있는 걸 깊이 파고들어 더 섬세하게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랄까요.”
― 앞으로 40대, 50대의 배우로서 어떤 선배를 존경하나요?
“김혜수 선배님과는 자주 상담도 하고, 같은 소속사인 한지민 씨와도 친해요. 배우로서라기보다 인생 선배로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곤 해요.
정말 존경밖에 없어요. 배우라는 일이 정말 힘들거든요. 솔직히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그 어려움을 알았더라면, 안 했을지도 몰라요(웃음).
그래서 이 일을 오랫동안 묵묵히 이어가는 선배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https://press.moviewalker.jp/news/article/12986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