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 번역

한국에서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어 온 영필름과 일본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태그를 맞춘 본 작품.한일 스태프가 집결한 본 작품에서 언어와 제작 스타일의 차이,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가 어우러지는 현장에서 생겨난 상호작용에 대해 들었습니다.
—— 오랜만의 러브스토리인데, 연기하면서 조금은 ‘쑥스러움’을 느꼈나요?
오구리 슌: 로맨틱 코미디는 『리치맨, 푸어우먼』 이후 13년 만이에요. 제안을 받았을 때 정말 놀랐죠. 촬영 중에는 완전히 ‘소스케(壮亮)’로 몰입해서 의식하지 않지만, 컷이 걸리고 스태프가 “지금 장면, 심쿵했어요”라고 말하면 갑자기 현실로 돌아와서 부끄럽더라고요(웃음). 저는 원래 ‘심쿵’과는 거리가 먼 성격이라서요.
한효주: 저도 최근에는 ‘고3 아들이 있는 엄마’나 ‘킬러’ 같은 강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서, 이번처럼 사랑스럽고 귀여운 ‘하나’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하지만 저는 캐릭터에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입이라, ‘하나’를 연기하면서 제 성격도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아요.
—— 촬영 중 일본에서 계속 지내셨다고 들었어요.
한효주: 네, 초반에는 한국에서 진행 중인 드라마가 있어서 오가며 촬영했지만, 결국 약 1년 동안 일본에서 살았어요. 함께 출연한 오쿠다 에이지 선배님과 술을 마시며 대화하기도 했고, 슌 오빠(오구리 슌)와는 노래방에도 갔어요. 여러 곳을 함께 다니다 보니, 촬영 후반부에는 끝나는 게 너무 아쉬워서 정말 슬펐어요.
—— 한국 예능에서 “일본에서 일하고 싶어서 일본어를 독학했다”고 말한 적이 있죠. 계기가 있었나요?
한효주: 『봄의 왈츠』 프로모션으로 처음 일본에 갔는데, 그때 ‘언젠가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원래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를 좋아해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Q84』 같은 작품들을 즐겨 읽었어요. 일본 드라마도 좋아해서 『롱 베케이션』 같은 90년대 작품을 자주 봤고, 영화는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좋아했어요.
물론 오구리 슌 씨의 『꽃보다 남자』도 봤기 때문에, 이번에 함께하게 됐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그 사람과!?”라며 정말 기뻤어요.
—— 이번 작품은 『가마쿠라도노의 13인』 이후 오구리 씨의 첫 영상 작품이네요. 대하드라마 이후에는 ‘번아웃’이 오기도 한다는데 어땠나요?
오구리: 맞아요. 긴 촬영을 마치고 오랜 휴식기를 가졌기 때문에 연기 감각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걱정했죠. 그런데 『익명의 연인들』은 본격 촬영 전 몇 달 동안 캐스트가 함께 대본을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덕분에 연기 감각을 다시 되찾는 좋은 준비 기간이 됐죠. 대본 회의만 열 번 정도 했어요(웃음).
—— 그렇게 회의를 많이 한 이유가 있나요?
오구리: 『익명의 연인들』은 원래 한국어 대본을 일본어로 옮긴 작품이라서, 조금 특별한 제작 방식을 취했어요. 그 과정에서 “모두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받았고, 조정 과정에서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이 조금 사라진 느낌이 들어서 다 같이 수정하게 됐어요.
한효주: 맞아요. 너무 ‘예쁜 대사’로만 채워지면 캐릭터의 온기가 사라질 것 같았어요. ‘흔들림’이나 ‘즉흥성’ 같은 걸 표현하고 싶었죠. 제가 맡은 ‘하나’의 경우, 일본어 실력이 완벽하지 않은 설정이어서 초콜릿 이야기만 유창하게 하고, 나머지는 약간 어눌하게 말하는 식으로 바꿔달라고 했어요.
“이런 제작 방식, 일본에선 거의 없어요”
──이런 제작 방식은 일반적인가요?
오구리: 이런 방식은 일본에선 거의 없어요. 저도 처음이었어요. 한국에선 배우가 캐스팅되면 대본 수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한효주: 네, 한국에서는 현장의 ‘라이브감’을 중시해서 배우가 “이 부분은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하는 일이 많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제가 경험한 어떤 현장보다도 회의가 많았어요(웃음).
오구리: 연극에서는 이런 걸 ‘테키레지(대본 조정)’라고 부르는데, 드라마에서는 거의 하지 않죠. 이번엔 정말 즐거웠어요.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이해를 맞추는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느꼈습니다.
—— 의견이 충돌하면 분위기가 나빠질까 봐, 토론이 생기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한효주: 한국 현장에서도 의견 차이는 물론 있어요. 하지만 서로 납득할 때까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촬영 중에도 스태프와 배우가 “이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같은 이야기를 끊임없이 나누죠.
오구리: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모든 직군의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눴어요. 특히 『기생충』의 이하준 미술감독이 프로덕션 디자이너로 참여해주셨는데, 일본의 제작 현장에서는 생소한 직책이거든요. 의상부터 세트, 로케이션까지 미술 전반을 총괄하는 역할이에요.
엄청난 양의 의상을 준비해주셔서 “이렇게까지 입을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하나하나 세세하게 설명해주시더라고요. 그 덕분에 제가 연기하는 ‘소스케’의 캐릭터가 점점 입체적으로 살아났어요. 인물에 대한 해상도가 높아지는 느낌이었죠.
—— 한효주 씨는 일본 현장에서 어떤 점을 느꼈나요?
한효주: 오래 있다 보니 정말 가족처럼 지낼 수 있었어요. 모든 분들이 정말 진지하고 성실했어요. 한국의 현장이 불성실하다는 게 아니라, 그 ‘성실함의 결’이 달랐어요. 일본 현장은 세밀하게 세계관을 완성해가는 그 집중력과 열정이 인상적이었고, 많이 배웠어요.
—— 두 분 모두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고 계신데, 최근 들어 아시아 작품에 대한 시선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한효주: 네, 제가 출연한 작품이 아시아 전역에서 시청되고 있다는 걸 체감해요. 요즘은 여러 나라의 제작팀이 함께 협업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상호작용이 작품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것 같아요.
오구리: 저는 『기생충』이 개봉했을 당시 미국에 있었어요. 정말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열광적인 반응이었죠. 코로나 시기도 영향을 줬겠지만, 『기생충』이 ‘자막 영화’를 보는 문화를 일반화시킨 것 같아요.
이제는 지역을 넘어 전 세계 사람들이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고, 일본의 작품도 그런 흐름에 닿았으면 합니다.
다만, 저 자신은 아직 그 실감을 충분히 느끼진 못하고 있어요.
—— 의외네요.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오구리: 결국 ‘육성 시스템’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뒷받침하는 지식과 교육이 기반이 되어야 하죠. 한국은 연기나 제작 모두 교육 시스템이 굉장히 체계적이라는 인상이 있어요. 일본도 그런 배움의 기회가 더 열리면 좋겠어요.
그리고 결국에는 하나의 ‘돌파구’를 열어줄 작품이 등장해야 변화가 일어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게 제 목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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