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옷상즈 러브 -in the sky- 공식북》(2020)
다나카 케이 ― 하루타 소이치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저는 무척 갈등했습니다.
하루타 소이치와 쿠로사와 무사시라는 이름도 캐릭터도 같지만 전혀 다른 설정으로 <옷상즈 러브>의 새 드라마를 만든다는 말에 그 도전이 멋지고 보람도 있겠다 싶어서 수락했습니다. 게다가 키지마 프로듀서가 “하루타×무사시 엔딩으로 가고 싶다.”고 하신 게 저는 엄청 의외라서 그렇다면 아주 재미있어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러나 <in the sky>를 하루타×무사시 엔딩으로 한다면 두 사람 안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움직여야 하는 한편, 모두가 놀랄 ‘비장의 카드 엔딩’으로 하고 싶은 것이니 되도록 결말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이야기를 진행해야 했죠. 그래서 이번 각본에는 항공사 설정이 추가되고 두 사람이 맺어지는 것을 숨기기 위한 ‘전개’가 점점 늘어나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이야기를 전개하려면 기본적으로 거기에 등장인물의 감정이 흐르고 있지 않으면 보는 사람은 감정이입을 하지 못하죠. 하지만 저로서는 <in the sky> 각본에는 좀처럼 그게 보이지 않아서요. 그래서 키지마 프로듀서나 감독님과 아침까지 몇 번이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건 <옷상즈 러브> 팀에서는 매번 있는 일인데, 이야기를 해 보면 제 머릿속에 있는 것과 감독님이나 키지마 씨 안에 있는 것이 결국은 같아요. 같은 장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납득은 해도 실제로 연기하기는 어려워서 솔직히 3화까지는 <옷상즈 러브>라면 좀 더 할 수 있을 텐데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어요. (치바) 유다이랑 토츠기 (시게유키) 씨는 처음 이 팀에 참가하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 배우가 연기하기 위해 믿을 건 역시 각본. 각본을 읽고 세계를 생각하고 각본에 울라고 되어 있으면 울죠. 후반에 걸쳐서 방향을 튼 ‘애절한’ 파트로 드라마를 어떻게 연결해 갈 것인지 초조해하던 중에 5화 촬영이 끝나고 토츠기 씨와 유다이, 제작진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회식을 했어요.
그래서 이번 <in the sky>는 “거기에서 살고 있는 하루타와 무사시와 나루세와 시노미야, 그곳에 있는 우리를 믿어 주세요.”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각본은 어디까지나 바탕이고 거기에서 우리가 만들어 가자고. 즉 각본에서는 “여기서 오른쪽으로 돌아.”라고 쓰여 있더라도 ‘왼쪽으로 돌고 싶어.’ 하고 생각하면 왼쪽으로 돌아도 좋고 각본대로 ‘오른쪽으로 돌고 싶네.’ 하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해도 좋고요. 그 자리의 자기 기분을 소중히 여기자, 이런 것이지만 이 ‘우리를 믿고 우리와 함께 만들어 줘.’가 이뤄졌을 때 <옷상즈 러브>는 엄청 강해지죠. 토쿠오 씨가 써 준 폭발적으로 재미있는 대사나 무사시의 충격적인 행동이라든가 한계를 뛰어넘은 설정에 대해서 다시 배우가 느끼는 대로의 감정을 더하면 ‘옷상즈 러브 특유의 현장’이 돼요. 역을 벗어났을 때의 그 사람 자신의 민낯과 사고방식, 언어까지 주입되면 캐릭터는 한층 더 깊이를 지니게 되고 역시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면 전개도 움직이죠’. 각본에 리얼리티와 설득력을 지니게 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고, 등장인물의 마음을 엮어 내는 것이 <옷상즈 러브>. 그리고 거기에 응해 주는 반석 같은 출연진과 든든한 감독님과 제작진이 있고…… 이런 특별한 감각은 이 현장에서밖에 맛보지 못해요.
엄청 좋아하잖아요, 하루타는 무사시를. 원래 하루타는 무사시를 대단히 존경하기도 하고 인간애도 엄청 있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7화에서 나루세에 대한 사랑이 끝났다고 해서 곧바로 ‘캡틴을 좋아하는’ 것으로 전환하는 데는 역시 무리가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우정의 라스트 엔딩도 시시하고 연애 감정으로 하려면 하루타가 언제부터 무사시를 사랑했는지 이야기를 만들어야 하죠. 생각하고 생각해도 좀처럼 하루타의 마음이 보이지 않아서, 라스트신 전날 밤, 이번 촬영에서 처음으로 (요시다) 코타로 씨를 불러내서 식사를 했어요. 유다이와 루토 감독님도 불러서 많은 이야기를 했고요. 다음 날, 최종 보스에 도전하는 기분으로 무사시 엔딩의 라스트신을 맞았습니다.
헬리포트에서 무사시와 마주했을 때, ‘좋아한다’는 마음이 ‘언제부터’가 아니라 코타로 씨와 계속 해 오며 코타로 씨를 좋아하는 마음과 겹쳐져서 네 작품 전부의 하루타와 무사시의 관계성이 눈물과 함께 북받쳤어요. 하루타 소이치라는 역을 네 번이나 연기했고 진짜 좋아하는 역이고 정말 괴물 같은 캐릭터라서 <옷상즈 러브>가 끝나는 쓸쓸함보다 하루타가 끝나 버리는 쪽이 쓸쓸할 정도로요. 그와 마찬가지로 무사시하고도 이제 만날 수 없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하루타가 무사시를 생각하는 마음에 제가 코타로 씨를 좋아하는 마음이 더해져서, 이유가 필요 없는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넘친 라스트신이 됐습니다. 언젠가 다시 하루타와 무사시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