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13]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온 절친한 친구인 아리무라 카스미와 사카구치 켄타로. 두 사람은 「ひよっこ」(병아리)의 각본가 오카다 요시카즈 & 쿠로사키 히로시 감독과 함께 오리지널 넷플릭스 시리즈 「さよならのつづき」(이별, 그 뒤에도/총 8화)를 11월 14일에 공개할 예정이다.
프로포즈를 받던 날 사랑하는 연인 유스케(이쿠타 토마)를 잃은 사에코(아리무라 카스미).
유스케의 심장을 이식받아 목숨을 건진 나루세(사카구치 켄타로)는 운명의 이끌림에 따라 두 사람이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한편 이식 후 나루세에게는 커피를 잘 마시게 되거나,
피아노 연주가 가능한 등의 변화가 생긴다. 마치 생전의 유스케처럼――.
아리무라 카스미와 사카구치 켄타로는 이 작품의 시나리오 개발 단계부터 참여했고, 제목 후보도 고민했을 정도로 주도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슬픈 러브스토리의 제작 이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첫 만남의 기억부터 차분히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글/SYO 촬영/마니와 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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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의 공연 횟수도 많으실텐데, 처음 만났을 때나 처음 알게 된때를 기억하시나요?
사카구치 켄타로: 처음은 集英社オレンジ文庫(슈에이샤 오렌지 문고)광고(2014) 였어요.
아리무라 카스미: 둘이 함께한 건 스틸 촬영 정도여서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별로 없었는데, 마침 그때 제가 연극 「ジャンヌ・ダルク」(잔 다르크/2014)연습을 하고 있어서 그 이야기를 슬쩍 들었죠. 하지만 정말 그 정도였던 것 같아요.
사카구치 켄타로: 지금은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지만, 당시 저는 아직 스스로 오픈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아리무라 카스미: 켄쨩도 아직 연극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으니까요.
사카구치 켄타로: 맞아요. 친해진 것은 「いつかこの恋を思い出してきっと泣いてしまう」(당신을 울리는 사랑/2016)에서 동년배 캐스트가 6명이나 모였기 때문에 단숨에 거리감이 가까워졌어요.
아리무라 카스미: 성우 작업도 두 작품 정도 함께 했어요.
사카구치 켄타로: 그렇게 생각하면 홍보도 포함해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함께 했네요. 그럼 친해질 수밖에 없죠. 이런 친근한 사이가 「さよならのつづき」(이별, 그 뒤에도)에도 잘 작용한 것 같아요.
두 분×각본가 오카다 요시카즈 씨는 「そして、生きる」(그리고, 살아간다/2019)에서도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엔 또 새로운 도전이네요.
아리무라 카스미:사에코의 표현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이번엔 지금까지 별로 도전하지 않았던 접근법을 조금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등장인물은 해외에 살고 있는 분과 같은 몸짓 손짓이 특징적이고, 평소보다 표현하는 범위를 살짝 넓게 나아감으로써 더 매력적으로 비춰지는 부분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 안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어쨌든 해보려고 여러가지를 시도한 촬영이었습니다. '조금 과했나' '여기는 빼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의식을 가지고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주변 스탭에게도 "지금 한 건 어땠어요?" 라고 의견을 듣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균형을 잡으면서 진행했어요.
사카구치 켄타로 : 저는 모든게 어려웠어요. 마음이 움직여 버릴 때, 나루세 자신인지, 유스케의 심장이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그 표현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만일 '지금 유스케의 퍼센트가 40%입니다' 가 된다고 해도, 대사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객이 느낄 수 밖에 없네요. 나루세를 남기면서도, 심장이 사에코의 방향을 향하고 있는 상태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유스케를 너무 많이 넣으면(나루세의 아내인) 미키(나카무라 유리)를 잊어버릴 것 같아서, 시행착오의 나날이었어요. 모니터나 렌즈를 통해 전체를 보고 있는 쿠로사키 히로시 감독이나 촬영 감독 야마다 코스케씨에게 여쭤보며 연기해나갔지만, 아직도 '이것이 정답이다'이라고 하는 것은 솔직히 없어요.
아리무라 카스미: 이 이야기의 설정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심장이식을 함으로써 기증자의 기억을 일부 물려받았다는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의학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완전한 픽션이 아닌 가운데 리얼리티를 살리며 연기해 나가야 했어요 다만, 나루세씨에게는 아내가 있기 때문에, 평범하게 연기하면 안이한 생각이지만, 불륜의 이야기처럼 되어 버릴 것 같았어요. 그렇게 되면 저 스스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은 했어요. '사람이 사랑받았다는 것, 사랑한 것의 기억은 영원히 남는다'라는 주제를 순도 높게 연기하는 것이 중요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느꼈으니까요.
사카구치 켄타로 : 그러고 보니, 사에코와 미키가 역 승강장에서의 주고받는 장면은 정말 좋았어요. 저는 현장에 없는 씬이지만, 대본을 읽고 '이 장면은 감정적으로도 꽤 힘든 장면이구나'라고 느꼈어요. 이 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그 에피소드의 색이 정해져 버릴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카무라 씨가 이런 텐션으로 온다고 가정 했을 때 카스미가 어떻게 대답할지는 개인적으로 기대된 부분이기도 했어요. (감정에) 젖어들게 하거나 진지하게 할 수도 있지만, 완성된 장면은 어딘지 모르게 경쾌함이 묻어나와서 정말 좋았어요.
아리무라 카스미 : 그 장면을 촬영할 때는 굉장히 긴장감이 컸어요.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는 미키에게 사에코가 '나는 만날 거예요'라고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지만 자칫 잘못하면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오만한 주장으로 보일 수 있어 두려웠어요.
아리무라 씨는 이번 사카구치 씨의 연극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아리무라 카스미: 켄쨩도 이번에 함께 하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면서 점점 풍격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중심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묵직한 느낌이, 내뱉는 말의 힘 등에서 전해지네요. 굉장히 멋지게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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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두 분이 연기하는 데 있어서 역할에 대한 공감은 필수적인 것인지, 아니면 반드시 그렇지는 않고, 다소 거리가 있거나 잘 몰라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느 쪽 일까요.
아리무라 카스미: 저는 후자예요. 특히 이 작품에 관해서는 보고 난 후 '아 그렇구나, 이런 거지'라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정답은 이거야'라고 제시하지 않는 이상 배역을 대하는 방식도 그에 따르는 형태가 되었어요. 저 자신도 어른이 되면 될수록 그렇게 된다고 할까요. 20대에서 30대에 접어든 딱 사이 정도의 러브 스토리를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카구치 켄타로: 저도 제가 맡은 배역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애초에 100%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니까요. 다만 그 안에서 최대한 공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루세의 선택에 대해 '나 같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가 왜 그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의미에서의 '공감'이에요.
이번 작품은 두 분이 시나리오 제작부터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두 분이 걸어온 커리어 중에서는 흔치 않은 일인가요?
아리무라 카스미:그 밸런스가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너무 깊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느낄 때도 있고, 다 같이 만드는 거니까 같이 논의하는 게 가장 깔끔하다는 생각도 있기 때문이에요. 이번에는 넷플릭스 측에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어봐 주셨기 때문에 저 스스로도 말하기 쉬워졌어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해요. 역시, 여러 번 대본 회의를 실시하면서 작품을 만들다 보면 저 자신도 같은 열정을 가지고 임할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 같네요. 다만, 그런 일이 매번 영화나 드라마에서 가능한가 하면 그렇지는 않아요. 아직 그러한 대처가 침투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이 점점 개입하면서 자신의 발언에 대한 책임감이나 작품에 보다 깊게 종사해나가며 자각이 싹트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사카구치 켄타로: 저는 언제부턴가 대본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되었네요. 어느 정도 역할이 정해지면 "대본을 읽고 어땠어?"라는 질문을 받을 기회가 많아져서 '이렇게 느꼈습니다', '이런 방향도 있을 수 있겠어요'라는 피드백을 계속하다 보니 단련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주어진 것에 100%로 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카스미가 말했듯이 책임감이 생긴 입장이 된 것도 크네요. 보는 사람은 이대로 배역을 연기하는 것이지만, 거기에 자신의 뉘앙스나 생각이 조금이라도 반영되면, 역시 조금 더 감정이 들어가게 되니까요. 다만 저희가 각본 제작에 참여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절충이 어려운 부분이에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능한 한 계속해 나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둘이서 회의도 했으니까요.
아리무라 카스미: 그렇죠. 현장에 들어가기 전 서로의 작품 소감과 궁금한 부분을 공유했어요. 게다가, 현장에서도 비교적 자주 소통하며 작품을 만들어 갔네요.
거기에 더해, 아까 아리무라 카스미 씨가 말씀하신 '일단 해보자' 정신이 있었던 것이군요.
아리무라 카스미: 아무래도 머리로 생각하면 멈춰 버리기 때문에 움직여 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많으니까요. 켄쨩도 자주"일단 해보자" 라고 말해 주었어요. 쿠로사키 감독은 계속 NHK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셨던 분인데, 프리랜서가 된 후 첫 대작이「さよならのつづき」(이별, 그 뒤에도)으로 많은 고민을 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아왔고, 이번에는 감독·촬영감독·미술감독과 3명의 감독이 있는 체제였기 때문에, '일단 해보자'라는 구호를 외쳤어요.일단 해보자'를 표어처럼 가지고 있었던 느낌이네요.
사카구치 켄타로: 이번에는 해보고나니 감정이 느껴지는 것이 정말 많았고, 반대로 여러가지를 너무 정하는 두려움도 있었어요. 말로의 설명이 많아지면 '그런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일단 감각을 소중히 하자는 의식이 작용했던 것 같아요. 정답을 모르기 때문에 나루세의 장면에서 세가지 패턴을 찍어 본 적도 있었네요. 그 밖에도, 예를 들면 셋업(촬영 전 동작 확인) 과정 중 '이건 아닌 것 같다, 이쪽은 아닌 것 같다'고 여러 번 논의하고 시도해보고 결국 처음 동작으로 되돌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동작 자체는 같이 해도 감독님들까지 포함해서 논의한 뒤에는 내용이 전혀 달라지기도 해요. 그런 공유는 일상적으로 이루어졌어요. 연극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순간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에 최대한 뚜껑을 덮지 않도록 노력했고, 특히 이번에는 장시간 촬영이기 때문에 참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힘들 때는 몰래 카스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어요. 의지하는 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아리무라 카스미: 그렇죠. 우리 입장에서는 '힘들다', '피곤하다'고 솔직하게 말할 수 없지만, 켄짱이기에 솔직하게 말할 수 있었어요. 공통된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같이 힘내자'고 생각했어요.
마지막으로 서로가 관객으로서 계속 잊지 못할 러브스토리가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사카구치 켄타로: 저는「ラヴソング」(첨밀밀/1996)이라는 영화에요. 이 작품도 굴레를 안은 러브 스토리로, 「さよならのつづき」(이별, 그 뒤에도)와 통하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작품도 그렇지만, 러브 스토리라고 하면 연상하기 쉬운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진지하고 현실적인 분위기를 담은 작품이에요.
아리무라 카스미: 켄쨩의 중국 영화에 끌렸지만, 저는「僕らの先にある道」(먼 훗날 우리/2018)을 매우 좋아했어요. 예전에 사귀던 연인과 10년 후 우연히 재회하지만, 이미 서로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어 결코 맺어질 수 없는 두 사람이 과거를 회상해 가는 이야기에요.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이란 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맺어지는 것이 반드시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의미에서도 눈부시고 아름다운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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