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드라마 [아름다운 그] 번외편
♡ 금목서 ♡
히라네 집 툇마루는 기분이 좋다.
넓은 정원에 열매나 꽃이 달린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다.
좋은 향이 난다고 말하니, 히라가 금목서일 거라고 알려줬다.
------ 금목서.
샌들을 빌려 정원으로 내려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오렌지색 작은 꽃에 얼굴을 기댔다.
스읍하고 향을 들이마셨다.
아아, 이거다, 달콤하고도 새콤한 향에 눈을 감으니, 등 뒤에서 찰칵 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툇마루에서 히라가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맘대로 찍지 마. 기분 나빠]
[미, 미안. 너무 예뻐서 그만]
그렇게 말하면서 셔터를 누른다.
주저주저하면서도 의외로 고집을 꺾지 않는 녀석이다.
[뭐, 상관없지만]
렌즈를 향해 웃어주자 히라가 굳어버렸다.
카메라가 슬슬 내려가면서 히라의 얼굴이 나타난다.
평소엔 앞머리로 가려져있던 눈동자가 전부 보이면서, 푹 빠져서 나를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다.
키요이는 예뻐.
키요이를 좋아해.
마음의 소리가 들려올 것 같을 정도로, 히라의 눈은 빛나고 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지만, 난 이 눈이 날 바라보는 게 참을 수 없이 기분이 좋다.
큰 걸음으로 툇마루로 가, 진저에일, 이라 말하며 얼굴을 들이댔다.
우왓하며 히라가 튀어 오른다.
그 바람에 카메라를 떨어뜨릴 뻔해서 허둥대며 카메라를 잡았다.
[조심 좀 해. 비싼 거잖아]
[고, 고, 고, 고마워. 지, 진, 진저에일, 바로 갖고 올게]
히라는 용수철이 든 인형처럼 일어나서 부엌으로 달려갔다.
나의 사소한 행동도 놓치지 않고 카메라를 들고, 그러면서도 가까이 다가서면 동요하며 도망간다.
기분 나쁘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고, 친구라고 하기도 아닌 것 같다.
마음 속 어디에도 들어서지 않는 남자에게 가끔 짜증이 난다.
그런데 히라와 보내는 이 시간이 싫지는 않다.
------ 아니, 싫다고 하기 보다는.
[키요이, 여기]
얼음이 꽉 찬 잔에 거의 가득 찬 진저에일이 눈앞에 놓인다.
히라 것도 있지만, 왠지 내 잔 쪽이 커다랗다.
이유를 물으니, 언제나 그렇듯 [킹이니까]라는 답.
정말 기분 나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만족하고 있는 자기 자신도 살짝 기분 나쁘다.
[배가 조금 고픈데]
[아, 뭐, 뭐 좀 사 올까?]
------ 그럼 같이 갈까? 자전거 타고 둘이서.
그렇게 말하기 전에 히라가 일어섰다.
[포테이토칩 같은 거면 되겠어?]
[응. 나도 같......]
[금방 갔다 올게. 아, 괜찮으면 이거라도 먹어. 부모님이 보내주신 거야]
히라가 매우 서두르며 나가버려서, 나는 홀로 남겨졌다.
뭐야. 모처럼 놀러왔는데 내팽개치지 말라고.
히라가 없어져버리니, 집 안이 갑자기 조용히 느껴졌다.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만, 히라가 있는 것과 없는 건 좀 다르다.
[......뭐야, 저 자식]
좋아하는 상대와는,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다고 생각하기 마련 아닌가.
난 딱히 저 녀석 따위 좋아하지 않으니까 같이 있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저 녀석은 생각해야지!
같이 갈지 내 대답을 기다리라고!
혀를 차며, 이거라도 먹으라고 한 상자에 눈길을 줬다.
<병아리 만쥬>라고 쓰여 있다.
만쥬라니 할아버지냐 라고 투덜거리며 뚜껑을 열었다.
포장지를 벗기니, 짙은 갈색의 병아리가 나와서, 나는 굳어버렸다.
------ 이게 뭐야.
------ 엄청 귀여운데?
먹기 어렵다.
그것도 히라가 소중히 여기는 오리 대장이랑 닮아서 더욱 더 먹기 어렵다.
손 위에 올려 둔 채로 곤란해하고 있으려니 배에서 작은 꼬르륵 소리가 났다.
젠장, 달콤한 냄새 때문에 한층 더 배고파졌다.
우선 좌탁에 포장지를 펼치고, 그 위에 갈색의 작은 병아리를 놓았다.
------ 히라, 빨리 돌아 와.
등을 굽혀, 좌탁에 털썩 볼을 댔다.
예전부터 무리를 지어 노는 건 싫어했지만, 혼자는 더욱 싫었다.
히라의 심복 같은 병아리를 곁에 두고, 조금 쓸쓸한 기분에 눈을 감았다.
토마토 주스 사건 이후, 히라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다.
히라와 보내는 시간은 마음이 편하다.
말더듬증이 있기 때문인지 히라는 말수가 적다.
시끄럽지 않고, 다른 녀석들처럼 나를 여자를 부르는 도구 취급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나를 단지단지 우러러 받들 뿐이다,
------ 그 녀석은, 진짜 나를 좋아해.
새해가 되면 곧바로 수험이라, 학교에도 거의 가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이렇게 만날 기회도 적어진다.
아무리 이상한 히라라도 뭔가 손을 뻗어오겠지.
------ 언제 고백해올까.
------ 어딘가로 불러서 고백하려나.
------ 사귀어 주세요 라는 말을, 어떤 표정으로 말할까.
------ 또 무릎을 꿇으려나. 어느 나라 왕자라도 되냐.
토마토 주스 사건 후, 음악실에서 히라는 무릎을 꿇고 손에 키스를 했다.
그 때 일을 떠올리니 기분이 나쁘다.
기분은 나쁜데......
서서히 귀와 목덜미가 뜨거워진다.
------ 뭐, 기분이 안 나쁘면 히라가 아니지만.
눈을 뜨니 아주 가까이에 갈색 병아리가 있어서,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딱히 난 그 녀석으로부터의 고백 따위 기다리고 있지 않다.
하지만, 뭐, 그 녀석이 제발 사귀어 달라고 부탁해 온다면, 생각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 녀석이 너무나도 바란다면, 나를 좋아한다고 매달린다면......
♣♣♣
[나 왔어. 늦게 와서 미안]
전속력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아 편의점으로 달려가, 숨을 헐떡거리며 돌아오니 키요이는 잠들어 있었다.
좌탁에 볼을 착 대고 천진난만하게 잠든 얼굴 옆에, 왠지 병아리 만쥬가 오도카니 놓여져 있다.
가슴 정중앙을 퍽 하고 화살로 맞은 듯한 흥분이 피어올랐다.
------ ......귀여워. 어른이 되기 전의 신의 모습 같아.
기다란 속눈썹이 두드러진 잠든 얼굴.
비견할 것도 비길 만한 것도 없는 아름다움은 그대로, 어린 아이 같은 잠자는 얼굴과 병아리 만쥬.
아름다움과 귀여움과 고귀함의 합일체에 호흡조차 할 수 없다.
------ 죽겠는데.
하마터면 질식사할 뻔한 직전에 제정신이 들었다.
스읍- 하아- 하고 심호흡을 하면서, 잠자는 얼굴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키요이 소우라는 존재에 두려움이 생겨났다.
이 정도의 아름다움은 위험하다.
키요이는 인류에게 아직 너무나도 빨리 나타난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무심코 다가가면 죽음을 하사받게 된다.
------ 이건 분명 충고다.
하늘에 닿을 탑을 만들어 이름을 날리려 하여, 신의 분노에 의해 무너져 두 번 다시 집결할 수 없도록 공통언어까지도 따로따로 갈라져버렸다고 하는 바벨탑의 이야기처럼, 고귀한 것에 손을 대려하는 행위는 죄인 것이다.
다가가지 말라.
만지지 말라.
궁극적인 사랑은, 단지 우러러보는 것일 뿐이다.
------ 키요이, 안심해.
------ 나는 결코 이 이상은 키요이에게 다가가지 않을 테니까.
신의 잠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걸어 은밀하게 카메라를 들고 와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잠든 키요이를 찍었다.
렌즈 너머로 봐도 너무나 아름다워서 질식할 것만 같다.
아니, 렌즈를 통해서 보기에 아름다움이 더 커지는 것인가.
나의 미숙한 맨눈으로는 캐치할 수 없는 미세한 아름다움을 렌즈 너머로 확인해버려, 셔터를 누르는 손이 멈출 줄을 모른다.
아름다워.
너무나 아름다워서 괴로워.
이 달콤하고 좋은 기분에 둘러싸인 채로 생명이 끊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 죽고싶지는 않다.
앞으로도 계속 키요이를 내 눈으로 보면서 살아가고 싶다.
이 모순을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
찰칵찰칵하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아, 아, 깨워서 미안해]
히라가 카메라를 내리고, 나는 잠이 덜 깬 눈을 문질렀다.
[잠자는 얼굴은 찍지 마]
히라가 사진을 찍는 게 싫진 않다.
그러나 무방비한 모습을 보이는 건 쑥스럽다.
[미, 미안, 병아리와의 투샷이 너무나도 고귀해서]
[기분 나빠]
[미안. 저, 저기, 병아리 안 먹었네]
귀여워서 못 먹었다는 말은 모양빠져서 말할 수 없다.
[화과자 같은 거 안 좋아해]
고개를 딴 데로 돌리니, 히라는 서둘러 편의점 봉투에서 과자를 여러 가지 꺼냈다.
그 후엔 딱히 대화도 하지 않고, 나는 툇마루에 놓여져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게임을 하거나 정원을 바라보거나 했고, 히라는 내 발 밑에서 배를 깔고 엎어져서 공부를 하거나 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걸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딱히 분위기가 들뜨는 것도 없지만, 하지만 나는 이 시간이......
[......빨리 말해]
[응?]
히라가 나를 올려다본다.
[아무 것도 아냐]
퉁명스레 얼굴을 홱 돌렸다.
이 느림보, 빨리 말하라고. 빨리, 빨리.
달콤하고 새콤한 금목서의 향이 코 안을 간질인다. 이 꽃의 계절이 끝날 즈음엔 우리들은 분명......
꺄악...... 설렘 포인트가 도대체 몇 개ㅠㅠㅠ
번역 질은 따지지 않고 보기^^
("일드영배" 방에도 올릴게~ 잽방은 워낙 금방금방 넘어가 버려서^^;)
* 나덬이랑 같이, 히라 때려주러 갈 덬 모집함-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