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지음 "아이브 '애프터 라이크' 가사 2가지 준비"[인터뷰①]
"차트 최상위권에 여전히 '러브 다이브'가 올라있고 길거리에서 아이브의 노래들이 흘러나올 때마다 (아이브의) 인기를 실감해요. 데뷔곡부터 참여한 건 아이브가 처음이라 의미가 남달라요."
"작사가는 가사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까지는 서사 같은 걸 따로 설명하진 않았죠. 작사 관련 비하인드를 글에 담은 건 아이브가 처음이에요. 아이브 데뷔를 준비하던 스타쉽 A&R 팀에서 설명 요청이 있었어요. 그래서 '일레븐' 비하인드를 올리게 됐죠."
인터뷰에 동석한 스타쉽엔터테인먼트 A&R(Artists and Repertoire) 팀 최상미 본부장은 "통상 가사를 의뢰하면서 장황하게 세계관을 설명해달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처음 '일레븐' 가사를 받고 나서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잡기 위해 서지음 작사가에게 설명을 요청했다"고 했다.
"회사와 논의하며 가사를 쓰지는 않아요. '러브 다이브'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처음부터 스타쉽과 논의하며 가사를 쓰고, 아이브의 콘셉트가 잡혔다면 아마 '러브 다이브' 의상이 하이틴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을 거예요. '러브 다이브'의 경우엔 몽환적 가사에 스타쉽이 구상한 하이틴 콘셉트 아이브의 의상이 잘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만들어낸 것 같아 만족스러웠어요."
아이브 3연작은 '일레븐'에서 '애프터 라이크'로 갈수록 치밀해졌다. 서지음은 "'일레븐'에선 어떻게 보면 단순히 사랑에 도취된 느낌을 담아냈다면 '애프터 라이크'에 이르러서는 좀 더 치밀하게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좀 더 전략적으로 가사를 썼다"고도 했다. '애프터 라이크'는 그래서 2가지 버전의 가사가 쓰였다.
"2가지 '애프터 라이크' 가사를 써서 스타쉽에 전달했어요.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죠. 1안과 2안이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2안이 채택됐어요. 1안은 제가 SNS에 올린 '애프터 라이크' 비하인드와 흡사해요. 서사가 있고, 데모곡에 좀 더 가까웠죠. MZ세대에 가깝고, 훅이 귀에 꽂히는 건 2안이었고요."
서지음은 "사실 갈팡질팡했다"며 "스타쉽에서 2안을 고르니 1안이 좋아 보이고, 만약 1안을 골랐다면 2안이 또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다. 스타쉽에서 2안을 밀어 이렇게 나오게 됐는데, 결국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웃었다.
최상미 본부장은 "1안은 세계관이 담겨 있었는데 심오하고 딥(Deep)했다"며 "'애프터 라이크'는 노래가 발랄해서 2안이 불렀을 때 귀엽고 잘 어울린다 생각했다. '일레븐'의 사랑에 빠진 소녀, '러브 다이브'의 내게 빠져들라는 소녀, '애프터 라이크'의 좋아한 후에 사랑이라는 서사가 계속 이어졌고 노래와도 잘 어울렸다"고 최종 2안이 채택된 이유에 대해 밝혔다.
1안과 2안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랐을까.
우리가 아는 '애프터 라이크'의 'it's more than 'LIKE''는 1안에서 'hit the lights', 'What's after 'LIKE'?'는 'night after light'로 1안에서 표현됐다. "빛(light) 관련 표현이 많았다"고 서지음은 말했다.
'애프터 라이크'에는 주옥같은 표현이 많다. 그중 'L 다음 또 O 다음 난 yeah', 'LO 다음에 I 그 다음에 VE' 같은 가사는 이를 처음 받아본 스타쉽 관계자들이 "미쳤다"고 외쳤을 정도였다.
"저는 말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해요. 잘랐다가 붙였다가. '일레븐' 쓰고 '러브 다이브'를 쓸 때 '다이브'(DIVE)에 '아이브'(IVE)가 들어가서 되게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다이브'가 아이브의 팬클럽 이름이라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LOVE DIVE' 앨범 재킷을 보고 'LOVED'와 'IVE'의 색깔을 달리한 걸 보고 되게 재밌었어요. 전 그런 식으로 말장난 하는 걸 좋아해요. 사실 'L 다음 또 O 다음 난 yeah'에서 '난'을 '난'으로 할까 '나'로 할까 고민을 많이 했죠. '나'라고 하면 발음 자체가 어려워서 '난'으로 하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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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지음 "YOU 보다 I가 큰 아이브 노래 쓰고 싶었어요"[인터뷰②]
"무엇보다도 주체성을 넣고 싶었어요. 사랑 얘기인데, 'I LOVE YOU'가 있는데 대부분 너에 대한, 네가 이렇게 멋있고 네가 이렇게 매력적이어서 그래서 내가 너를 사랑해 이런 식으로 해서 크레셴도처럼 묘사를 많이 하는 데 반대로 아이브는 데크레셴도로 묘사하고 싶었어요. 나 이렇게 멋있고, 나 이렇게 매력적인데 너를 사랑해 이렇게요. I가 제일 큰 거죠. 보통 YOU가 큰 노래들이 많았는데 전 I가 큰 노래를 쓰고 싶었습니다."
서지음은 "아이돌 그룹 노래들은 아이들에게 영향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요즘 가사를 쓰며 그런 걸 많이 생각한다. 좋은 가치관, 건강한 가치관을 가사에 담자고. 주체적이고 당당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건강한 마인드'를 가사에 많이 담는 것 같다"고 했다.
"주눅 들어있고 불안정하고 자신감 없는 모습보다는 내가 너무 사랑스럽고, 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사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항상 걸그룹의 가사에 그런 걸 담으려 해요. 다른 걸그룹 가사에도 주체적인 면이 가사에 녹아 있죠. 이번 아이브 가사들도 마찬가집니다."
서지음은 곡마다 작사가로서 힘을 주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일레븐'에서 마지막 부분에 '내 앞에 있는 너를/그 눈에 비친 나를/사랑하게 됐거든' 같은 걸 좋아해요. 네 눈동자를 보면 거기에 내가 보여, 이런 거요. 이런 걸 좋아해서 가사에 잘 담는 편이에요. 둘이 빤히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데 내가 네 눈동자 속에 비친 나를 바라보는 데 그런 나를 사랑하게 됐다는 식이죠."
일레븐'에서는 '난 몰랐어 내 맘이 이리 다채로운지'에 힘을 줬다.
"이 노래의 핵심 포인트죠. 가사를 쓸 때 마음을 방이라고 생각하고 썼어요. 그 방에 빛이 촘촘한 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걸 사랑의 과정으로 묘사했죠. 그 빛이 일렁이며 꽃이 피고 빛들이 퍼져나가며 몽환적인 공간으로 변하는 거죠.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걸 사랑에 빠진 감정이라고 생각하며 '다채롭다'고 표현했어요. 내 마음이 내 방인 거잖아요. 그 방에서 사랑에 빠진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춤을 추고, 막 빙글빙글 돌면서 도는 소녀의 모습을 상상하며 진짜 정말 다채롭다고 보는 거죠."
서지음은 "다채롭다는 게 변덕이 심한 얘기인 줄 알았다"는 기자의 말에 "그게 변덕이 될 수도 있다"며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이기 때문에 이랬다가 저랬다가 어떻게 보면 변덕일 수도 있다"고 했다.
"여자아이가 사랑에 빠져서 마음이 이렇게 녹았다가 저렇게 녹았다가 이런 거라서 이게 변덕일 수 있어요. '애프터 라이크' 도입부에 긴밀히 연결되며 '내 마음이 저 날씨처럼 바뀔지'로 이어지죠. 그 나이 또래 여자아이들이 사랑에 빠지면 막 이랬다가 저랬다가 싱숭생숭하니까 변덕을 부릴 수도 있어요. 전 그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어요. 그냥 그 마음을 드러내는 거예요. 내 마음을 나도 사실 모른다 어떻게 될지 이런 거죠.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게 처음이니 사실 그 마음, 내 마음을 장담 못 한다고 그냥 얘기하는 거예요. 솔직함이죠. 진짜 내 마음이 다채로워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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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지음 "아이브 자체로 빛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인터뷰③]
서지음은 '일레븐'과 '애프터 라이크'의 이 같은 연결에 대해 "작사라는 건 어떤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 들어가서 그 사람에 대해 쓰는 것"이라며 "제가 만들어 놓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서 쓰면 의도하지 않아도 가사가 연결이 되어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굳이 막 머리를 써서 이렇게 저렇게 퍼즐 맞추듯이 맞추지 않아도 그냥 거기에 녹아들어서 쓰다보면 어느 순간 지점들이 하나씩 하나씩 자기들끼리 알아서 유기적으로 연결이 돼 있더라고요."
'러브 다이브'에서 서지음이 '힘을 준' 부분은 '감히'다. '원하면 감히 뛰어들어'로 표현됐다. '감히'는 '일레븐'에도 '감히 누가 이렇게 날 설레게 할 줄'에도 등장한다.
"'일레븐'에서는 별 의도 없이 썼는데 '러브 다이브'에서는 살짝 의도를 담아 썼어요. 원하면 감히 뛰어들어가란 의미였죠."
'러브 다이브'에선 '숨 참고 love dive'도 백미로 꼽힌다.
"'일레븐'에선 눈을 바라봤다면 '러브 다이브'에서는 배경 자체를 호수로 설정했어요. 눈동자가 호수가 된 거죠. 눈동자 속에 빠져들기 전에 하나, 둘, 셋 용기 내서 3초 세고 숨 참고 빠져드는 그런 용감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내용이에요. 제가 물을 좋아하기도 하고요(웃음)."
아이브의 3연작 성공 신화의 조력자 서지음. 서지음은 아이브 노래 1곡을 작사하는 데는 통상 1주 정도 걸려다고 했다.
"일주일이면 긴 편에 속해요. 더 짧게 걸린 곡들도 많아요. 아이브는 신경을 좀 더 많이 쓴 편이에요. 다른 건 조금 제쳐놓고 가사 쓰기에 몰두했죠.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서지음이 생각하는 아이브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까.
"일단 제가 만들어 놓은 화자가 변할 것 같지는 않아요. 정확히는 '태도' 자체가요. 이 아이가 이제 또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할 것 같은데 그게 뭐가 될지는 이제 다음 노래 데모곡을 들어봐야 할 것 같아요. 저는 곡이 있어야 상상이 가능하거든요. 노래가 들어오면 그때부터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해요. 머릿속에 영상이 막 떠오르고 콘셉트가 막 떠오르고 그러죠. 어떤 걸 꼭 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억지가 되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렇게 쓴 부분은 확실히 티가 나요. 어색하고 겉돌죠. 그게 싫어서 최대한 노래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들로만 쓰자고 다짐합니다."
서지음은 "가사를 쓰다보면 세계관이나 이런 걸 꼭 넣어주세요 하고 제안하실 때가 많이 있다"고 했다.
"제가 곡을 듣고 떠올렸을 때 좀 안어울린다 싶으면 그 가사를 절대 못써요. 0에서 시작하는 거죠. 스타쉽은 제 스타일을 아니까 그냥 '작가님 알아서 써주세요' 하고 맡겨주세요. 그러면 저는 정말로 편한거죠."
서지음은 인터뷰를 마치며 아이브에게 당부했다.
"아이브는 제가 가사에 그렸던 태도들을 너무 잘 구현해 줬어요. 아이브가 저와 정서를 같이 했다는 게 느껴져요.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자존감 있는 아이브로 앞으로도 남아줬으면 해요. 자존감은 외부 평가에 의해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 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들의 인정이 중요하지 않아요. 인정받는다고 더 잘난 사람이고, 인정을 조금 못 받는다고 못난 사람이 아니죠. 사람들의 인정보다는 그냥 그 자체, 아이브 자체로 빛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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