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qoo

[기자수첩]여가부, 언제까지 방치만 할 건가

무명의 더쿠 | 07-09 | 조회 수 7431
최근 교제 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오르자 지난달 여당은 당정 협의를 열고 법무부, 경찰청 등 유관 부처 관계자들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들은 피해 신고에 대응하기 위해 핫라인 구축, 관련 법 개정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 자리엔 정작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없었다.

이후 여가부는 현장 간담회를 열고 교제 폭력 대책을 내놨지만 역시나 법무부, 경찰청 등 관계 부처와의 협조 계획은 빠져 있었다. 직접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는 가해자 처벌 대응 방안이 제외된 채 기존의 피해 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관련 방안의 예산 계획도 포함되지 못했다.


정책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온 부처의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사안의 경우는 더욱더 그렇다. 오랜 시간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해왔으나 소관 법 하나 만들어지지 못했던 교제 폭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성 폭력을 다루는 여가부는 물론이고 피해 신고와 가해자를 검거하는 경찰청, 이를 처벌하는 법무부의 고민이 더해져야 하는 문제다. 부처 간 협의 과정이 빠졌으니 제대로 된 해결책이 나올 리가 없었다.

부처 내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상황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힘이 약한 여가부는 문제를 해결할 정책을 만들고 싶어도 다른 부처의 협조를 얻어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공무원들은 업무 과정에서 다른 부처에 정책 주도권과 예산 배정 순위에서 밀리기 일쑤였다고 토로한다. 마치 ‘서울에 있는 여가부 공무원들은 일을 못 한다’라는 굴레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처럼 보인다.

여가부가 이토록 벼랑 끝에 몰리게 된 건 정부의 노골적인 폐지 의도 때문이다. 여당의 총선 패배로 정부조직법 개정에 제동이 걸린 정부가 이제는 ‘여가부 말려 죽이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심도 뒤따른다. 실제 지난 2월 김현숙 전 장관이 사퇴한 지 140일가량 여가부는 전례 없는 ‘장관 공석 상태’에 직면해 있다. 지난 4일 정부는 장관급 인사를 교체해 개각 작업을 본격화했지만 후보군에 유일한 공석인 여가부 장관은 없었다. 1일 정부가 발표한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안에도 여가부 향방은 담기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최근 교제 폭력 사건뿐 아니라 디지털 성범죄, 각종 성폭력 살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마다 여가부는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부처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니 쉽게 움직여선 안 된다는 소극적인 분위기도 감지됐다. 장관이 없는 가운데 장관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차관은 부처 조직 개편 등 내부 인사에만 매진하는 모양새다.

정부는 부처 간 줄 세우기와 여가부 방치를 멈춰야 한다. 이번 교제 폭력 사건들의 심각성에서 드러나듯 한국 사회 성평등 문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루 평균 1.23명의 여성이 연인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맞아 죽기도 하는 사회가 온전히 평등하다고 보기 어렵다. 수많은 지표에서 한국은 선진국이라고 자평하지만 성평등 지표만큼은 여전히 순위권 밖이다. 특히나 현 정부가 강조하는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성평등과 가족, 여성 권익을 다루는 부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부처를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곳으로 방치할 게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277/0005443096?sid=110

[주의] 이 글을 신고합니다.

  • 댓글 19
목록
0
카카오톡 공유 보내기 버튼 URL 복사 버튼
리플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 [💜에이지투웨니스x더쿠💜] 밤팩트의 원조 AGE20'S가 베이스 기강 잡으러 왔습니다! 실키 픽싱 팩트 체험 이벤트 554
  •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 차단]
  •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29
  •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37
  •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6
  •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 모든 공지 확인하기()
    • [언니네 산지직송] 덱스와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수있어🏍 여보 미안해!!!!!
    • 21:00
    • 조회 23
    • 이슈
    • 5년 전 12명 사상자 낸 일본 노인운전자 상태
    • 21:00
    • 조회 165
    • 이슈
    • 결국에는 뉴진스 자체를 어도어에서 점차 배제하는 것이다 앞으로 음반 기획, 투어 일정 등의 어떤 행사 스케줄에 있어서도 민희진 대표가 아닐 경우에는 차선으로 밀려나고 새로운 그룹이 더 부각 될 가능성이 좀 농후해 보입니다
    • 20:59
    • 조회 282
    • 이슈
    1
    • 생각보다 별로 없는 2024년 멜론 탑백 진입 남자아이돌
    • 20:59
    • 조회 118
    • 이슈
    • '젖소 광고'로 뭇매 맞은 서울우유, 또 논란
    • 20:58
    • 조회 329
    • 이슈
    1
    • S.E.S 유진이 커버한 S.E.S’ “I’m Your Girl” & 뉴진스’ “Supernatural” 매쉬업
    • 20:55
    • 조회 302
    • 이슈
    12
    • 진돌) 관상 보고 핑 이름 맞추기
    • 20:55
    • 조회 518
    • 유머
    6
    • 빈집인데 털이범이 없다…처참한 韓 박스오피스 [MD무비]
    • 20:55
    • 조회 211
    • 기사/뉴스
    • 연락처에 5000명 있는 김호영이 파리 여행가서 생긴 일
    • 20:54
    • 조회 1539
    • 이슈
    19
    • 오늘 MBC 뉴스데스크 앵커 클로징 멘트
    • 20:54
    • 조회 478
    • 기사/뉴스
    3
    • 피해자 코스프레 만렙
    • 20:52
    • 조회 573
    • 유머
    4
    • 나이는 나만 먹은 것 같은 펜타곤 진호 미니앨범 컨셉포토
    • 20:52
    • 조회 138
    • 이슈
    2
    •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1위는 ‘MBC’.gisa
    • 20:52
    • 조회 252
    • 기사/뉴스
    1
    • 오늘자 스포티파이 글로벌, 미국 케이팝 순위
    • 20:52
    • 조회 325
    • 이슈
    4
    • 뭐? 종현이가 아파서 무대를 못선다고? 대타를 해달라고??
    • 20:52
    • 조회 1239
    • 유머
    11
    • 감전역에서 감전당하는 척 해줄 것 같은 영케이 팬싸...twt
    • 20:51
    • 조회 379
    • 유머
    6
    • 여고생 2명 탄 전동킥보드, 60대 여성 들이받아…끝내 사망
    • 20:51
    • 조회 1908
    • 기사/뉴스
    38
    • 해당 사고에서 견주나 차주의 책임이 있는지 궁금한 한문철tv 제보자
    • 20:50
    • 조회 449
    • 이슈
    9
    • 빵값 '세계 5위'‥공정위, 실태 조사
    • 20:50
    • 조회 401
    • 기사/뉴스
    10
    • 트롤리딜레마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대문자F
    • 20:50
    • 조회 277
    • 이슈
    2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