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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장난감 병정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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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7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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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명의 장난감 병정이 있었답니다. 그들은 모두 낡은 주석 숟가락으로 만들어진 형제였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팔에는 총을 들고, 얼굴은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붉고 푸른색 군복은 아주 화려했지요. 병정들이 이 세상에서 들은 최초의 소리는 "! 장난감 병정들이야" 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작은 소년이 이렇게 외치면서 손뼉을 쳤습니다. 소년은 생일선물로 장난감 병정들을 받았던 거예요. 소년은 병정들을 책상 위에 세워 놓았습니다.

병정들은 모두 하나같이 꼭 닮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병정은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이 병정은 맨 마지막으로 만들어졌는데, 주석이 모자라서 그렇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병정은 두 다리를 가진 다른 병정들과 똑같이 한쪽 다리로 꼿꼿이 서 있었답니다. 우리가 할 이야기는 바로 이 외다리 병정 이야기랍니다.

 

책상 위에는 다른 장난감들도 많이 있었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종이로 만들어진 예쁜 성이었습니다.

작은 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면 기둥이 없는 복도가 보입니다. 성의 앞쪽에는 호수가 있고 작은 나무들이 빙 둘러 있습니다. 그 호수 위에는 밀랍으로 만든 백조들이 떠다니고 있었지요. 모든 것이 산뜻하고 귀여웠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귀여운 것은 열려진 성문 한가운데에 서 있는 작은 숙녀랍니다. 그녀 역시 종이로 오려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아주 좋은 리넨으로 치마를 입고 있었고 어깨에는 작고 가느다란 푸른색 띠를 두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커다란 금박으로 된 장미 한 송이가 띠에 꽂혀 있었습니다.

작은 숙녀는 양팔을 하늘로 내뻗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무희였답니다. 다리 하나를 위로 높이 들어 올리고 있었지요. 이것을 보지 못한 외다리 병정은 그녀도 자기처럼 다리가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색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외다리 병정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귀족처럼 성에서 혼자 살잖아. 나는 스물다섯 명과 함께 상자에서 사는데 말이야. 상자 속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아. 그러면 친구로라도 사귈 수 있는지 좀 알아봐야겠다.'

외다리 병정은 책상 위에 서 있는 깡통 담배통 뒤로 한껏 몸을 길게 뻗고 누웠답니다. 그제야 비로소 한 다리로 균형을 잃지 않고 서 있는 그 우아한 숙녀를 제대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녁이 되었답니다. 병정들은 잠을 자기 위해 모두 상자 속으로 들어갔고, 식구들도 모두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책상 위의 장난감들은 이제 저희들끼리 마음대로 놀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을 하기도 하고 무도회를 열기도 했어요. 그들과 함께 놀고 싶어 병정들은 상자 속에서 몸을 꼼지락 거렸습니다. 그러나 상자 뚜껑을 열 수가 없었답니다.

 

호두까기는 공중제비를 넘고, 철필은 책상 위를 돌아다니며 즐겁게 웃었습니다.

잠시 소란스런 소리도 났습니다. 카나리아가 잠에서 깨어 수다를 떨기 시작했거든요. 그것도 시를 읊으면서 말이에요. 움직이지 않는 것은, 외다리 병정과 춤추는 무희뿐이었답니다.

 

그녀는 두 팔을 내뻗고 까치발로 가만히 서 있고, 외다리 병정은 꿋꿋하게 외다리로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잠시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답니다.

시계가 열두 시를 쳤습니다. 그러자 털썩 담배통의 뚜껑이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담배가 아니라 검은색의 작은 오뚝이였습니다.

 

"외다리 병정? 너하고 상관없는 그 숙녀를 쳐다보지 마."

오뚝이가 말했어요. 그러나 외다리 병정은 그 말을 못 들은 체했지요.

"어쭈, 그래 내일까지만 기다려."

오뚝이가 다시 말했습니다.

 

아침이 되었답니다. 아이들도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외다리 병정은 창가에 그대로 서 있었어요. 그런데 오뚝이의 장난 때문일까요, 아니면 바람 때문일까요. 갑자기 창문이 확 열리면서 외다리 병정은 거꾸로 땅에 떨어지고 말았답니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여행이었습니다. 외다리 병정은 공중으로 다리를 뻗고 멋진 칼을 포도 사이에 박은 채 떨어졌습니다.

 

소년이 금방 달려 내려왔습니다. 소년은 외다리 병정을 밟을 뻔했으면서도 보지 못했어요. '나 여기 있어요!' 하고 외다리 병정이 외쳤더라면 소년은 금방 찾았겠지요. 하지만 외다리 병정은 그렇게 하지 않았답니다. 멋진 군복을 입은 병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빗줄기는 굵어지더니 억수같이 퍼붓는 소나기로 변했답니다.

소나기가 지나가고 나자 소년 두 명이 외다리 병정에게로 다가왔습니다.

"저기 봐!"

한 아이가 말했어요.

"장난감 병정이 있어. 가져가서 종이배를 태워 줘야겠다."

아이들은 신문지를 찢어 종이배를 만들고 그 위에 외다리 병정을 태웠습니다.

외다리 병정은 종이배를 타고 도랑을 따라 떠내려갔습니다. 아이들도 손뼉을 치며 따라왔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억수같이 퍼부은 비 때문에 도랑의 물살이 세어져서 종이배는 이리저리 요동을 쳤답니다. 어떨 때는 갑자기 휙 돌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외다리 병정은 몸을 떨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표정 하나 찡그리지 않고 꿋꿋하게 잘 견뎠답니다.

 

종이배는 긴 하수구로 휩쓸려 들어갔습니다. 몹시 어두워서 꼭 상자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지요.

"이제, 어디로 가는 걸까? 그래, 이게 다 그 오뚝이 때문이야. , 이 종이 배에 그 작은 숙녀와 같이 탔다면 캄캄해도 좋을 텐데."

외다리 병정은 겁이 났어요.

 

그 때 갑자기 하수구에 살고 있는 큰 시궁쥐가 나타났습니다.

"너 통행증 있어?" 시궁쥐가 물었어요. "통행증 내놔."

외다리 병정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단단히 총을 잡았습니다. 종이배가 그 곳을 떠나려하자 시궁쥐가 뒤쫓아 왔습니다. 시궁쥐는 이빨을 드러내고 하수구의 나무 조각들과 지푸라기들에게 외쳤습니다.

 

저 배를 잡아. 통행료를 안 냈어. 통행증을 보이지 않았단 말이야."

물살은 점점 더 거세졌습니다. 외다리 병정은 간신히 하수구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용감한 사람이라도 깜짝 놀랄 만한 쏴쏴 하는 큰 굉음이 들려 왔습니다. 하수구는 곧장 큰 운하와 연결돼 있었답니다. 큰 폭포 속으로 떨어진다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나 장난감 병정에게나 똑같이 위험한 일이지요.

 

이제 더 이상 배를 붙잡고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종이배는 쏜살같이 미끄러졌습니다. 외다리 병정은 그래도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 있었어요. 누가 보더라도 눈 한 번 깜박거리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종이배는 몇 번씩이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었습니다. 가장자리까지 물이 가득 찼습니다. 이제 가라앉을 수밖에요!

 

그래도 외다리 병정은 목까지 물에 잠긴 채 서 있었답니다. 종이배는 점점 더 깊이 가라앉더니 마침내 종이가 찢어지고 말았습니다. 외다리 병정의 머리 위로 물이 덮쳤습니다. 외다리 병정은 이제는 다시 볼 수 없을 그 귀엽고 작은 무희를 생각했답니다. 그 때였습니다. 귓전에 시가 들려 왔습니다.

타고 가려나, 오 전사여!

그대는 죽음을 견뎌야 하느니라!

마침내 종이배는 두 동강이 나고 외다리 병정은 거꾸로 떨어졌습니다.

그 순간, 큰 물고기가 외다리 병정을 삼켜 버리고 말았습니다.

, 그 안은 너무나 어두웠습니다. 하수구보다 더 기분 나쁜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몹시 좁았습니다. 하지만 외다리 병정은 꿋꿋하게 견뎠답니다. 총을 단단히 쥐고 말이에요.

 

물고기는 이리저리 헤엄을 쳤습니다. 그러다가 조용해졌지요.

외다리 병정의 눈앞으로 번개 같은 것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아주 밝은 빛이 들어왔습니다. 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 장난감 병정이다!"

그래요, 물고기는 어부에게 잡혀 시장으로 옮겨졌고, 다시 팔려 부엌으로 왔던 것입니다. 한 아주머니가 큰 칼로 배를 가르고 외다리 병정을 꺼내 방으로 가져갔지요.

 

아이들이 물고기의 뱃속을 여행하고 온 장난감 병정을 보려고 몰려왔어요. 하지만 외다리 병정은 전혀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답니다. 아이들은 그를 책상 위에 세워 놓았지요. 그런데 세상에는 참 희한한 일도 있지요! 그 방은 바로 자신이 있던 방이었습니다.

 

책상 위에는 옛 친구들이 그대로 있고, 귀여운 작은 무희가 서 있는 화려한 성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한 쪽 다리를 높이 세운 채 나머지 다리로 서 있었답니다. 그녀 역시 꿋꿋했지요. 그 모습을 본 외다리 병정은 감동했어요.

 

하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했지요. 하지만 그것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 참았답니다.

외다리 병정은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녀 역시 외다리 병정을 바라보았지요,

그러나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 하나가 외다리 병정을 집더니 곧장 난로 속에 집어넣는 게 아니겠어요? 그 아이는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틀림없이 깡통 속에 들어있는 오뚝이 때문이었을 거예요.

 

외다리 병정은 불 속에 서 있었습니다. 무시무시한 열을 느꼈지요. 그러나 그 열이 실제 불길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사랑에서 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몸을 감싸고 있던 붉고 푸른 색깔이 다 벗겨져 나갔어요. 여행 중에 그렇게 된 것인지 근심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는 아무도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외다리 병정은 그 작은 숙녀를 바라보았답니다. 그녀도 외다리 병정을 바라보았지요. 이제 외다리 병정은 천천히 녹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총을 들고 꿋꿋하게 서 있었답니다. 그 때 문이 열리더니 바람이 그 숙녀를 붙잡았습니다.

 

그녀는 마치 공기의 요정처럼 외다리 병정에게로 날아왔어요. 그리고는 불꽃 속에 타올라 사라져 버렸답니다. 물론 외다리 병정도 다 녹아 버렸지요.

다음 날 아침, 난로에서 하녀가 재를 끄집어냈을 때 그녀는, 외다리 병정의 주석이 작은 하트가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작은 숙녀에게서는 금박 장미만이 남아 있었지요. 석탄처럼 까맣게 타 버린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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